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쿠팡 풀필먼트 센터.(사진=쿠팡.)
▲ 쿠팡 풀필먼트 센터.(사진=쿠팡.)

최근 미국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죠. 지난 5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경제가 과열되지 않게 하려면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금리인상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뒤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전 세계 눈과 귀가 집중하는 이유는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데 있습니다. 단지 가능성만 제기된 상황에서 주식, 채권, 달러, 원자재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입니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근간을 흔드는 이슈이다 보니 기업들도 금리 인상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재무전략을 완전히 수정해야 될 수도 있는 것이죠.

특히 적자기업에게 금리인상은 치명적입니다.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곧 시중 통화량을 줄인다는 뜻과도 같은데요. 통화량이 줄면 자연스레 돈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그만큼 가치 또한 올라가겠죠. 적자의 의미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와도 같습니다.

▲ 쿠팡 순손익 추이.(출처=쿠팡 감사보고서 종합.)
▲ 쿠팡 순손익 추이.(출처=쿠팡 감사보고서 종합.)

쿠팡보다 국내서 적자로 유명한 기업이 있을까요. 쿠팡은 국내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가 올라오기 시작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 적자(순손익 기준)만 4조원이 넘습니다. 올해도 1분기 약 3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추가적으로 냈죠.

추이를 보면 앞으로도 적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흑자전환 목표시기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흑자전환보다는 매출 증대가 우선과제라고 생각해서 일 수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흑자전환 시기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출혈경쟁이 이어질지 가늠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쿠팡의 대규모 적자는 엄청난 매출증대 효과로 무마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적자가 나고는 있지만 그만큼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면 나중에 손해를 단 번에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시장을 모두 차지하면 수익은 그 다음에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는 게 쿠팡의 전략입니다.

▲ 쿠팡 매출 추이.(출처=쿠팡 감사보고서 종합.)
▲ 쿠팡 매출 추이.(출처=쿠팡 감사보고서 종합.)

실제로 매출 증가 추이는 엄청납니다. 2016년 2조원 수준의 매출규모는 2020년 무려 14조원으로 7배 가량 성장했습니다. 올 1분기만 하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74%의 성장률을 보였죠. 시장 점유율도 6% 포인트 상승했으니 쿠팡의 시장선점 전략이 제대로 먹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금리 인상이라는 변수가 있다고 말씀드렸죠. 이는 곧 쿠팡의 매출부터 늘리자는 전략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는 요소입니다. 금리가 인상되면 돈의 가치가 올라가고 그만큼 빚과 적자의 가치도 늘어나기 때문이죠.

▲ 쿠팡이 미국 SEC에 제출한 1분기 보고서 내 차입현황.(출처=미국 SEC)
▲ 쿠팡이 미국 SEC에 제출한 1분기 보고서 내 차입현황.(출처=미국 SEC)

우선 지난 1분기 기준 쿠팡이 보유한 부채를 보시죠.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올해 1억5422만 달러(약 17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보유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기차입금 규모는 총 2억7380만달러(약 3100억원) 수준으로 총차입금 규모는 4800억원 정도입니다. 이자비용에서 이자이익을 차감한 순금융비용은 약 2400만달러(약 270억원)입니다.

물론 쿠팡은 올 초 상장을 통해 5조원에 가까운 자본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5000억원에 못 미치는 빚이 아주 크게 느껴지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현재 투자에 전부 쏟아붓기에도 급급한 상태죠. 5000억원의 빚이 갖는 무게감은 결코 작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금리가 인상될 경우 이 빚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혹여 미래에 추가 자금을 조달할 경우 더 큰 재무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죠. 유상증자를 하든, 차입을 하든 같은 액수라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죠. 매출을 아무리 늘리더라도 적자가 계속 누적되는 이상 피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되는 셈입니다.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때 전문가들은 쿠팡이 그동안 쌓아놓은 적자가 완전히 새롭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4조원의 적자는 매출증대를 통해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돈의 가치가 다시 상승하는 시점에는 시장에서 이 적자규모를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 때에는 주가에도 큰 영향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쿠팡의 전략을 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오로지 홀로 다 먹겠다는 계획으로 보이는데요.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쿠팡 역시도 기존 계획보다는 더 장기적인 출혈경쟁을 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니면 예상했던 것만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겠죠.

최근 들어 금리 인상 시계가 빨리 움직이고 있는데요. 과연 쿠팡의 적자전략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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