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지난 21일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아로와나 프로젝트 신규 운영 법인인 '아로와나허브'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아로와나 프로젝트는 한컴그룹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 거래소 생태계 구축 계획인데요. 한컴의 야심찬 신사업 중 하나지만 사실 시작이 좋진 않았습니다. 지난 4월 서비스 출시에 앞서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암호화폐) '아로와나 토큰(ARW)' 상장 당일 큰 규모의 가격 폭등·폭락 사태를 겪으며 투자자들의 눈총을 받았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죠.

한컴은 당시 프로젝트 측 보유 물량이 모두 락업(판매불가) 상태였다고 발표했지만 한번 드리워진 의심을 거두려면 프로젝트를 더욱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아로와나 프로젝트 국내 지분의 95%를 보유하게 된 아로와나허브가 특히 준법감시와 내부 통제, 즉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기능 수행을 강조한 배경입니다.

이와 함께 한컴은 이달 말 아로와나 프로젝트의 핵심 서비스인 '아로와나 골드 바우처'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서비스 개시가 임박한 시점 아로와나허브 설립을 발표한 이유 역시 실추된 프로젝트 이미지를 개선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한번 집중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 한글과컴퓨터 판교 사옥 (사진=한컴)
▲ 한글과컴퓨터 판교 사옥 (사진=한컴)

현재 한컴그룹은 아로와나 프로젝트 성공에 적잖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작은 오피스 프로그램 회사로 시작한 한컴의 사업 분야는 이제 소비자·기업용 소프트웨어는 물론 로봇, 드론 같은 하드웨어, 나아가 방역·안전 사업까지 그 경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확대돼 있는데요. 일각에서 제기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한컴은 그동안 그룹이 확보한 기술, 서비스 역량을 결집한 신사업을 성공시켜 보일 때에 이른 거죠. 이번 아로와나 생태계 구축에는 한컴의 여러 계열사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곧 실체가 공개될 한컴 아로와나 프로젝트가 구상 중인 생태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인지 프로젝트 백서와 한컴이 공개한 내용들을 토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실물 금의 한계를 디지털로 돌파한다

아로와나 프로젝트는 금(Gold)을 디지털 기반으로 더 쉽고 유연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생태계 구현에 목표를 둡니다. 금은 가장 오래된 글로벌 안전자산이지만 실물이라는 한계가 따릅니다. 금의 채굴, 가공, 판매 과정에서의 품질 보증이 어렵고 무자료 거래도 많아 유통 과정이 투명하지 않죠. 무엇보다 실체가 있는 자산으로 이동과 보관에 물리적 제한이 따릅니다. 아로와나 프로젝트는 이런 금에 디지털 바우처(증서)를 연동, 동등한 자산 가치를 부여하고 실물 금은 인증된 거래소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나아가 디지털 금을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 금융 서비스를 창출할 계획이며 해당 서비스 간 유연한 거래를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가상자산 아로와나 토큰입니다. 가상자산은 유통에 국가 간 구분이 없기 때문에 거래와 교환이 자유롭고 이체 수수료가 현금보다 낮습니다. 또 기반 플랫폼 가치에 따라 토큰 또한 투자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현금 대비 강점이죠. 물론 가상자산 특유의 가치 변동성은 위험요소지만 말입니다.

▲ 아로와나 프로젝트 디지털 금 유통 구조 (자료=아로와나 프로젝트 백서 갈무리)
▲ 아로와나 프로젝트 디지털 금 유통 구조 (자료=아로와나 프로젝트 백서 갈무리)

신개념 디지털 금 거래소와 파생 금융 서비스

프로젝트 백서에 따르면 아로와나 생태계는 크게 세 가지 기술을 이용한 여섯 종의 서비스로 구현됩니다.

세 기술은 각각 클라우드, 블록체인, AI입니다. 클라우드는 탄력적인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인프라와 빠른 서비스 개발 환경을 제공합니다. 한컴은 앞서 한컴스페이스, 한컴웍스 등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들을 개발하며 관련 노하우를 쌓아온 바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발행된 골드 바우처의 유통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보존하는 디지털 장부 역할을 하며 AI는 아로와나 생태계에 필요한 지능형 서비스 개발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이 중 블록체인은 한컴위드가, AI는 한컴이 그동안 음성인식 기술과 번역 솔루션 등을 개발하며 입지를 다진 영역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여섯 서비스 중 핵심은 단연 금 거래소를 위한 디지털 골드 바우처입니다. 금 소유자가 거래소에 실물 금을 가지고 오면 거래소는 품질 감정 후 이를 거래소에 예치하고 소유주에게는 금 가치에 대응하는 디지털 골드 바우처를 발행해주는 형태죠. 골드 바우처 기반의 금 거래소는 필요 시 거래소에서 실물 금 인출이 가능하고 평소 보관은 거래소가 담당하므로 소용자의 개별 관리·보유 부담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용자들은 디지털 골드 바우처를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한컴페이로 현금 결제하거나 아로와나 토큰으로 구입하는 방법, 혹은 아로와나 프로젝트 파트너사의 마일리지로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파트너사와 연계된 마일리지 구매나 실제 생태계 서비스 내 토큰 유통의 활성화 수준입니다. 이에 대해선 한컴이 먼저 자사 계열사 중심으로 아로와나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들이 초기 유동성을 얼마나 만들어내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죠.

디지털 골드 바우처와 연계된 디지털 금 전당포 서비스도 출시됩니다. 실물 금이나 금 액세서리, 골드 바우처를 담보로 현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또 사용자가 소유한 금을 경매할 수 있는 골드 옥션에서는 전문 감정사에 의한 금 감정과 함께 금에 대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감정서를 발행해줍니다. 디지털 금 경매는 여기서 감정된 금액을 기준으로 진행되며 경매에는 다양한 결제 수단을 포함한 한컴페이가 활용됩니다.

거래소, 경매소 외에 아예 금 액세서리를 직접 유통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아로와나 생태계에 포함됩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일반 쇼핑몰과 달리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실감형 기술을 적극 활용한 메타버스 기반의 거래소가 만들어진다는 건데요. 오프라인 거래소를 대체할 수준의 완성도 높은 디지털 금 거래 환경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나아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추정되는, 디지털 코드 기반의 콘텐츠 정품 인증 서비스도 생태계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 아로와나 생태계 6대 서비스 (자료=아로와나 프로젝트 백서 갈무리)
▲ 아로와나 생태계 6대 서비스 (자료=아로와나 프로젝트 백서 갈무리)

'건전한' 토큰 생태계 구현, 실현 가능성 주목

아울러 프로젝트 측이 밝힌 건전한 가상자산 유통 생태계 구현 가능성에도 이목이 끌립니다. 아로와나 프로젝트와 한컴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운영사 주도의 토큰 유통 선순환 제고 노력입니다. 아로와나 재단은 모든 투자자금을 6대 서비스 기술 개발과 운영, 금 거래 생태계에 투입할 계정입니다. 프로젝트 파트너사들도 토큰 연계 사업에서 창출된 수익 일부를 토큰 재매입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토큰 가치를 끌어올리겠단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그동안 상당수 프로젝트가 거래소에 토큰만 상장한 뒤 이후 서비스 관리 부실로 '먹튀' 논란을 키워온 만큼 아로와나 프로젝트의 이 같은 목표가 계획된 수준의 목표를 거둔다면 '투기' 이미지로 점철된 가상자산 업계에 시사할 바가 적지 않을 겁니다. 다만 아직은 문서상 계획 단계에 불과하므로 앞으로의 실현 여부는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합니다. 특히 아로와나 토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장 당시 시세 급변동 이슈가 따랐던 만큼 향후 토큰 유통에서는 프로젝트 측의 보다 세심한 관리가 요구됩니다.

아로와나 프로젝트의 '디지털 금 거래소'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긴 이릅니다. IT 기술로 실물 투자자산의 한계를 극복하겠단 접근은 기대를 모으지만 동시에 '양날의 칼'인 아로와나 토큰의 존재도 향후 플랫폼 이미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번 아로와나 프로젝트는 한컴 융합 신사업의 새로운 기틀을 닦는 '금광'이 될 수 있을까요. 첫 서비스인 한컴페이와 아로와나 디지털 골드 바우처 서비스는 오는 30일 시범 출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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