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삼성SDI 포토레지스트 개발과 반도체 소재 내재화

발행일 2021-06-23 13:56:43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삼성이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내재화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게 지난해입니다. 2020년 2분기 삼성전자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 전무가 “고감도, 고성능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해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발언한 게 그 단초였죠.

당시 기사들을 보면 삼성전자는 ‘협력사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뜻’이었다며 독자 개발설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삼성SDI를 통해 개발에 나서는 게 확인됐습니다. 이는 삼성SDI의 전자재료 부문 외형 성장과 더불어 삼성 그룹의 반도체 핵심 소재 내재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삼성SDI가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한다. 사진은 반도체 웨이퍼.(사진=픽사베이)

감광제, 일명 포토레지스트는 2019년 일본의 반도체 3대 수출 제재 품목에 들어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그 소재입니다. 사진(포토)에서 감광물질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텐데, 이는 빛을 받으면 성질이 변하는 특징을 가진 물질을 뜻합니다. 감광액이 빛을 받아 사진을 현상(development)해주듯, 포토레지스트는 빛을 받아 반도체의 회로 패턴을 현상해줍니다.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에서도 픽셀을 제어하는 TFT(Thin-Film Transistor)에 포토레지스트가 쓰이죠.

포토레지스트가 들어가는 반도체 포토 공정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웨이퍼에 접착제를 바른 뒤 포토레지스트를 코팅하고, 이후 미세 패턴이 새겨진 웨이퍼에 굴절시킨 빛을 마스크를 통해 투사하면 빛에 따라 포토레지스트가 연해지거나 또는 단단해지는 식으로 미세한 패턴이 새겨집니다. 이후 불필요한 포토레지스트를 제거하면 웨이퍼 위 회로가 완성됩니다. 수많은 반도체 공정에서 이 과정이 가장 핵심으로 여겨지는 건 회로의 선폭이 사실상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을 쉽게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영상=유튜브 갈무리)

삼성SDI가 포토레지스트를 직접 개발하는 건 실적과 반도체 핵심소재 내재화를 동시에 이루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SDI의 지난해 기준 연 매출은 11조3000억원이었습니다. 배터리와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각종 화학 소재, 제품을 만드는데, 시장의 시선은 주로 배터리에만 맞춰져 있습니다. 실제로 전체 자산의 90%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에 쏠려있죠.

하지만 이익 구조만 보면 오늘날 삼성SDI의 주 수입원은 전자재료입니다. 1분기 기준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매출은 2조3870억원, 영업이익은 46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단 1.96%에 그칩니다. 반면 전자재료 부문은 매출 5762억원에 영업이익 86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4.98%입니다. 수익성 측면에서 전자재료가 에너지솔루션에 비해 7.5배는 앞서죠.

2017~2021.1Q 삼성SDI 에너지솔루션 부문, 전자재료 부문 매출·영업이익·영업이익률.

다만 절대 매출에서 밀리는 만큼 삼성SDI로선 전자소재 부문의 ‘파이’를 키울 게 필요할 겁니다. 실제로 삼성SDI는 자사 전자소재 제품들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선 주력 제품이지만 수익성이 낮은 기존 EMC는 줄이고 기존 의왕사업장 설비를 구미사업장으로 옮겨 새 EMC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기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차세대 EMC를 개발했고, 현재는 고방열(열 피해 방지) 제품을 개발 중이죠.

공시에 따르면 의왕사업장의 EMC 생산능력은 2019년 연간 4085톤에서 2020년 1969톤으로, 올해 1분기엔 271톤으로 급감한 게 눈에 띕니다. 반면 EMC 판매 가격은 정반대입니다. 2019년 톤당 2056만원이었던 게 지난해 4122만원으로, 올해는 6181만원으로 크게 늘어났죠.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단가가 커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전자소재에 대한 투자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반도체용 슬러리(웨이퍼 연마제)도 개발해 시장을 넓히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OLED 증착 소재 시장에 신규 진입했고 차세대 편광필름과 폴더블 디스플레이용 접착 소재도 개발 중입니다. 여기에 EUV용 포토레지스트까지 만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외 기업에 팔 수 있다면 수익도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포토레지스트는 지금도 일정 수준의 공급처 다변화에 성공했습니다. 국산화 차원에선 지분 4.8%를 가진 동진쎄미켐과 협력을 강화했습니다. 기존 불화크립톤(KrF)용 포토레지스트는 물론 지난해 말부터 불화아르곤(ArF)용 포토레지스트도 삼성전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하죠.


동진쎄미켐 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매출은 2516억원인데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905억원으로 35.96%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중국 BOE(404억원)와 LG디스플레이(318억원), SK하이닉스(216억원)을 합친 액수에 비견되는 만큼을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받아 쓰는 겁니다. 동진쎄미켐은 EUV 전용 포토레지스트도 개발 중입니다.

국내외 기업들도 눈에 띕니다. 국내에선 SK머티리얼즈가 포토레지스트 양산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고요. 해외 기업은 일본 TOK의 국내 법인인 TOK첨단재료가 지난해 인천 송도에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회사는 삼성물산이 지분 10%를 갖고 있죠. 또 라이터로 유명한 듀폰도 산업통상자원부의 러브콜을 받아 충남 천안에 EUV용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삼성SDI가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나선 건 반도체 핵심 소재 내재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특히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고감도의 EUV용 제품은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여전히 90%에 달할 만큼 큽니다. 해외 기업들에 대한 수입을 늘리고 있고 협력업체와의 기술 개발도 하고 있다곤 하나, 불확실성 앞에서 직접 제품을 만드는 게 가장 확실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지게 되죠.

삼성SDI는 이미 SOH(Spin-On Hardmask), SOD(Spin-On Dielectrics) 등의 반도체 소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슬러리, 차세대 EMC 등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했고요. 여기에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성공한다면 전자재료 부문도 빠르게 외형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허의 벽을 넘어 삼성이 포토레지스트 기술 내재화에 가능할지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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