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플러그파워 생산공장.(사진=플러그파워)
▲ 플러그파워 생산공장.(사진=플러그파워)

미국 플러그파워(Plug Power)는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이른바 '핫'한 기업으로 꼽힙니다. 수소와 수소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SK그룹이 지분 투자에 나서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SK㈜와 SK E&S는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15억 달러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지분을 사는데 1조7935억원이 들었습니다. 미래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수소와 '투자 귀재'인 SK가 만나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몰렸습니다.

플러그파워에 대한 관심은 비단 국내에서만이 아닙니다. 해외 모빌리티 기업들도 플러그파워와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하죠.

프랑스 르노그룹은 지난 1월 플러그파워와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고, 지난 3일 합작법인인 'HYVIA'를 설립했습니다. 르노그룹은 수소전기차(FCEV) 시장에서 점유율 30%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플러그파워와 함께 수소 연료전지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르노그룹은 FCEV의 '심장' 역할을 할 수소 연료전지를 직접 생산할 계획인거죠.

▲ HYVIA CI.(사진=르노그룹)
▲ HYVIA CI.(사진=르노그룹)

이렇듯 수소 에너지는 이미 '다가온 미래'이며, 수소 에너지와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플러그파워의 기업가치는 연일 고공행진 중입니다.

수소 업계 쿠팡 '플러그파워'...곳간은 SK하이닉스·현대차보다 두둑

그러나 플러그파워는 1997년 설립 이후 한차례도 흑자를 낸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5억8420만 달러(한화 6642억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회계 오류로 마이너스 9424만 달러(1072억원)를 기록했죠.

지난해 영업손실은 2019년(영업손실 546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이 10배 이상 커졌죠. 2018년과 2017년 영업손실은 각각 758억원, 1111억원입니다.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은 54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플러그파워는 22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실적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이번 분기도 적자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적자 규모를 보면 플러그파워는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조차 못내는 '한계기업'인 상황입니다.

플러그파워가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상환기간이 1년 이내인 유동부채는 1억9181만 달러(2181억원)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43억4906만 달러(4조9448억원)로 보유 현금이 5조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말 보유현금은 13억1204만 달러(1조4923억원)였는데, 현금 보유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는 플러그파워가 SK그룹 등 국내외에서 투자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 미국 플러그파워와 국내 주요 기업들 현금성 자산 비교.(자료=금융감독원 및 SEC)
▲ 미국 플러그파워와 국내 주요 기업들 현금성 자산 비교.(자료=금융감독원 및 SEC)

플러그파워의 매출 규모는 중형 제조업체 수준이지만, 보유 현금은 상당합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약 31조원입니다. 플러그파워의 현금성자산은 삼성전자의 16% 수준입니다.

플러그파워는 창사 이래 흑자경영을 해 본 경험이 없지만, 곳간은 국내 시총 2~3위 기업과 견줘 결코 적지 않죠. 플러그파워가 만들어 갈 '미래 가치'를 보고 기업들의 투자가 줄잇고 있는 결과입니다. 플러그파워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 경제'에 있어 가장 선두 그룹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플러그파워의 수소경제는 '현실'...기업가치 "지나치다" 우려도

플러그파워는 수소 생산부터 유통, 활용까지 가능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회사입니다. 수소는 기술적 난제로 인해 상용화하기 어려운 에너지원으로 꼽힙니다. 플러그파워는 24년 전 '석유 중독국'인 미국에서 수소를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플러그파워는 수소와 수소 연료전지를 생산해 판매하게 됐죠.

플러그파워는 미국 아마존과 월마트, 나이키 등에 수소 연료전지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플러그파워 수소 공장에서 생산된 수소가 고객사의 연료전지에 탑재되고, 고객사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영업활동을 할 수 있죠.

▲ 플러그파워의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지게차.(사진=플러그파워)
▲ 플러그파워의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지게차.(사진=플러그파워)

플러그파워는 미국 중부 펜실베이나에 수소 생산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이 공장은 수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해 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플러그파워는 최근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에 수소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이를 보면 수소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한 국내 기업들과 대비됩니다. 국내 기업 중 '수소 경제'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은 기업들은 현대자동차와 수소 연료전지 업체들 뿐입니다. 현대차는 일찍이 수소전기차를 개발했고, 2017년 넥쏘(Nexo)를 출시했습니다. 또 두산퓨얼셀 등 수소 연료전지 업체들은 국내에 발전단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플러그파워는 이미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보다 한참 앞서 있다는 평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플러그파워가 SK그룹에 지분을 판 건 수소 생산공장을 짓기 위해서입니다. 수소 경제를 앞당기려면 대량의 수소를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죠. 이 때문에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SK그룹과 르노그룹 등 수소를 미래 사업으로 꼽은 곳은 플러그파워와 파트너십을 통해 수소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싶어하고, 플러그파워는 투자금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도 오르면서 '일석이조' 효과를 보는 셈이죠.

지난해 6월 플러그파워의 주가는 6.43달러였는데, 지난 22일 주가는 34.02달러를 기록했죠. 1년 동안 주가가 429% 올랐죠.

▲ 플러그파워 주가 변화.(사진=구글)
▲ 플러그파워 주가 변화.(사진=구글)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플러그파워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회사가 구현할 미래 가치인데, 최근 시장은 플러그파워에 대한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 회계 문제로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현금창출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무구조까지 불안한 상황인거죠.

수소에너지가 기업들 사이에서 '핫'한 아이템으로 부상하면서 플러그파워도 주목받고 있는데, 이 같은 분위기가 달라질 경우 플러그파워의 미래 또한 덩달아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미국 니콜라 등은 수소를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높였는데, '신기루'였다는게 입증되자 회사가 어려워진 사례도 있습니다.

▲ 앤드류 마쉬 플러그파워 CEO.(사진=플러그파워)
▲ 앤드류 마쉬 플러그파워 CEO.(사진=플러그파워)

그래서일까요. 경영진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앤드류 마쉬 플러그파워 최고경영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텍사스 정전사태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해 수소 가격이 급등했다"며 "하반기 수소 생산단가가 눈에 띄게 하락해 마진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러그파워는 2024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플러그파워는 3년 안에 흑자를 내야 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않는다면 기업가치가 크게 영향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 예정된 SK그룹과 플러그파워의 합작사도 어떤 형태일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입니다. 플러그파워의 성장사는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SK그룹의 투자가 긍정적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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