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 태블릿용 콘텐츠 플랫폼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Entertainment Space)를 론칭했다. 콘텐츠를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편의성과 개인화에 주력한 것이 특징이다. 애플 iOS의 점유율을 뺏어오는 한편 안드로이드 태블릿 생태계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개인화·추천 특화 서비스 

최근 IT업계의 화두는 단연 '콘텐츠'다. 콘텐츠라는 범주 안에는 동영상 기반의 미디어, 애플리케이션(앱), 게임, 웹소설, 웹툰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거대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앱마켓 운영사들은 이 지점에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고민의 결과물은 구독형 비즈니스모델(BM)로 이어졌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 확대를 위해 태블릿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를 촉진시킬 방안으로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공개된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는 비디오(TV 프로그램, 영화, 유튜브), 게임, 전자책을 한 데 모은 일종의 '콘텐츠 허브'다.

▲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 (사진=구글 블로그 갈무리)
▲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 (사진=구글 블로그 갈무리)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는 영상(Watch), 게임(Games), 독서(Read)에 특화된 세 가지 탭을 설정했다. 각 탭별로 유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추천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영상 탭에서는 유튜브, 트위치, 훌루 등 동영상 앱에서 재생한 목록을 이어볼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게임 탭에 접속하면 기기에 설치된 게임 목록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일부 게임의 경우 다운로드하지 않고 스트리밍 형태로 즉석에서 플레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추천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독서 탭은 구글플레이에서 지원하는 도서를 e북 형태로 감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보유하고 있는 e북 도서나 베스트셀러 등 추천 도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디오북도 이용 가능하다.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를 통해 본 구글의 전략은 '개인화'와 '추천'이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검색하거나 일일히 앱을 찾아보는 시간을 줄이는 한편 큐레이션 기능을 통해 접근성을 높인다는 복안으로 볼 수 있다. 한 공간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모아 놓고 콘텐츠 소비를 촉진시키는 전략이다. 지난해 출시한 태블릿용 키즈 콘텐츠 허브인 '키즈 스페이스'의 확장판인 셈이다. 키즈 스페이스는 9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원스톱 맞춤형 서비스로 계정 로그인을 통해 관련 앱, 도서, 동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 구글의 어린이용 콘텐츠 허브 '키즈 스페이스'. (사진=구글 블로그 갈무리)
▲ 구글의 어린이용 콘텐츠 허브 '키즈 스페이스'. (사진=구글 블로그 갈무리)
그렇다면 구글은 왜 태블릿용 콘텐츠 허브를 만들었을까. 전문가들은 구글이 키즈 스페이스 론칭 후 얻은 피드백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를 고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 년간 준비해온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를 출시하기 전 키즈 스페이스로 시장 반응을 테스트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태블릿 생태계 확산의 결정적 배경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증가에 기인한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글로벌 태블릿PC 시장 규모는 458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가량 성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이 줄어들면서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으로 설계된 태블릿의 사용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글은 이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제임스 벤더 구글플레이 프로덕트 매니저는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를 소개하는 글에서 "태블릿은 침대에서 영화를 보거나 출퇴근길에 게임을 하는 등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완벽한 기기"라며 "실제로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의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 사용자도 쓸 수 있을까

변수는 글로벌 출시 여부다.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는 지난달 론칭 당시 '월마트 온'(ONN)에서 생산한 태블릿 제품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레노버, 샤프 등 일부 브랜드에서 개발한 태블릿 제품에 순차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가 설치를 통해 이용하는 독립형 앱이 아닌 만큼 파트너사와의 협업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구글은 "올해 말 전 세계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글로벌 태블릿 시장의 주요 업체인 삼성의 참여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태블릿 출하량 점유율은 애플이 37%(5880만대)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3100만대)가 19%로 뒤를 이었다.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의 점유율 확대 및 애플과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삼성 태블릿 기기에 대한 적용여부가 필수적인 셈이다. 

▲ 갤럭시탭 S7+.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 갤럭시탭 S7+.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일부 외신들은 구글 측이 삼성전자와 협상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더 버지>는 "주요 태블릿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아직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몇 개월 내 바뀔 수 있다"면서도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가 런처에 통합된 서비스인 만큼 현재로선 OEM 파트너가 너무 적은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국내 이용자들도 엔터테인먼트를 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정'이다. 글로벌향 태블릿에 우선 적용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지만 양사가 협의를 진행한다면 국내 사용자들도 관련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 9일 구글이 특허청에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 국내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한국 출시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북미, 인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베타 버전으로 출시한 '유튜브 쇼츠'의 사례를 봤을 때 상표권을 출원한 후 관련 서비스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국내 상표권을 출원한 후 올 3월부터 유튜브(국내 환경)에서 쇼츠 탭을 노출한 바 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블로터>에 "본사 확인 결과, 국내 적용 계획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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