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먼데이]피할 수 없으니 만든다...'가상자산 업권법'

발행일 2021-06-28 07:21:45
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는 중대한 전환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수년을 기다린 '가상자산 업권법'의 연내 제정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업권법은 특정 산업의 사업 범위와 합·불법 요소 등이 정의된 법으로, 업권법 제정은 해당 산업의 정식 제도권 편입을 의미합니다. 국내는 2021년 기준 가상자산 투자자 규모가 600만명에 이른 올해 초까지도 관련 업권법 제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국민적 관심이 쏠린 몇몇 사건들로 인해 급물살을 탄 상황입니다. 
사진=Pixabay

법 없이 4년, 시장 규모는 수십조원

그동안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업권법은 단골 소재였습니다. 업권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기업의 합법적 사업 권리 범위를 규정한 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예컨대 식품 사업과 관련된 업권법에는 식품의 범위와 기업의 유통 책무가 명기된 '식품위생법'이 있습니다. 업권법은 기업이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며 소비자 피해 발생 시에도 법에 따른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게 만드는 기준이 되므로 각 산업에 해당하는 업권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이 열린지 4년여, 국내 가상자산 일거래액 규모가 20조원을 넘긴 규모임에도 아직 국내엔 '반쪽짜리 업권법'으로 불리는 특금법 개정안 정도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사업 신고 요건을 다루는 정도에 그칩니다. 따라서 특금법만으로 업체의 합법적 사업 범위나 책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죠. 

최근 모 대형 거래소에서 가상자산 수십개를 일거에 상장 폐지한 일로 거래소, 프로젝트 파트너, 일반 투자자 간 갈등이 폭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상장 폐지 여파로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했지만 거래소가 상폐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되며 확대된 사건이었는데요. 물론 법만 가지고 모든 분쟁이 해결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가상자산 업권법이 제때 마련됐고, '거래소는 가상자산 상장·폐지 근거를 투명하게 고지해야 한다'는 한 줄의 조항만 있었다면 이번 사태는 그리 큰 잡음을 내지 않고 해결될 수 있었을 겁니다.  

미뤄왔던 업권법 제정…국민 분노 앞에 장사 없다

가상자산 업계의 업권법 제정 요구는 1차 비트코인 투기 광풍이 몰아친 2017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액이 급등하자 이를 취급하는 거래소가 국내에만 수십곳씩 세워졌으며 그들의 운영 부실이나 사기성 프로젝트로 피해를 보는 투자자가 속출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국회는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과 관련된 해외 선례가 없었고 정부도 가상자산을 '화폐'나 '자산' 그 무엇으로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업권법 제정은 곧 가상자산 사업의 정식 제도권 편입을 의미하는데 이는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에 적잖은 부담을 안겨주는 일이었죠. 업계의 줄기찬 요구에도 정부와 국회가 가상자산 업권법 논의를 미뤄왔던 배경입니다. 

그런데 물꼬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습니다. 지난 4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투기성 자산에 투자하는 국민들까지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하며 때아닌 논란을 만든 겁니다. 은 위원장 발언에 분노한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그를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은 위원장의 발언은 미뤄졌던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의 신호탄이 됐죠.

놀란 정치권도 그제야 업권법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국회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김병욱 의원, 무소속 양경숙 의원이 발의한 3건의 가상자산 업권법이 논의 중입니다. 여기에 거래소와 사용자간 피해 분쟁 규모가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일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를 공식 발족하고 "가상자산 시장 내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당 차원에서도 업권법 제정 논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논의가 이뤄져 다행"이라면서도 한편으론 "국민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니 이제야 관심을 갖는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단번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법이 만들어지긴 어려울 겁니다. 다만 그동안 법 제정과 논의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너무 뒤늦은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임원도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급하게 만든 업권법이 시장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진 두고 볼 문제"라면서 "앞으론 정부의 보다 전향적인 포용 정책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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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차 2021-06-28 14:25:53
    간만에 기자다운 글 잘보았습니다.
  • 저승사자
    저승사자 2021-06-28 08:25:30
    가상자산 투자가 위험하다고 경고 했는데, 말 안듯고 투자하는 인간들 잘못이지.
    누구 탓을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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