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법원 판단 뜯어보니…넷플릭스 트래픽은 '비용'이었다

발행일 2021-06-26 08:12:58
서울시 중구의 SK남산빌딩(왼쪽)과 넷플릭스 로고. (사진=SKB·픽사베이)
법원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이하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SKB)로부터 인터넷망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는 지난 25일 넷플릭스(원고)가 SKB(피고)를 대상으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1심 판결에서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 청구 부분은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판단하지 않고 내리는 판결이다.

결론만 놓고 보면 법원이 이번 넷플릭스의 SKB에 대한 망 이용료 지불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당사자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판결문을 뜯어보면 법원은 넷플릭스가 SKB로부터 망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넷플릭스와 SKB의 상호접속관계를 따지는 부분에서 넷플릭스는 SKB를 통해 인터넷 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통신사가 자사망에 흐르는 합법적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인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나 '전송의 유상성'에 관한 논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넷플릭스는 SKB에게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과 그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법원이 '넷플릭스는 SKB에게 인터넷망 서비스를 지급받고 있으니 대가를 지불하라'고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은 넷플릭스가 소송을 통해 청구한 내용이 대가의 범위를 정하는데 필요한 요소에 해당하고 각 요소별 대가지급 여부의 판단을 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소송을 통해 SKB의 국내 및 국제망을 통한 전송, 이러한 망의 운영, 증설 또는 이용에 대해 협상하거나 그 대가를 지급할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즉 넷플릭스가 요구한 각각의 경우는 SKB로부터 유상으로 받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의 범위를 정하는데 참고해야 할 요소들인데 양측 모두 각 요소별 대가지급 여부의 판단을 해달라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요소의 유상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넷플릭스는 그간 국내 CP(콘텐츠 제공 사업자)는 SKB로부터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받지만 자사는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법원은 반대로 넷플릭스가 SKB로부터 인터넷망 연결과 유지라는 유상의 서비스를 받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망과 관련된 사안은 기업과 기업이 협의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명시한 법원의 판결문을 현재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SKB와의 협력을 이어가고 CP·ISP·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오픈커넥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오픈커넥트란 넷플릭스가 ISP에게 지원하는 것으로 네트워크에 캐시서버를 설치해 콘텐츠를 소비자와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저장하도록 함으로써 데이터 트래픽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넷플릭스는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SKB는 환영의 입장을 냈다. SKB 관계자는 "법원이 넷플릭스가 연결에 대한 대가를 SKB에게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문을 통해 명확히 인정했다"며 "고도화된 서비스를 위해 국내외 CP와 지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B는 지난 2019년 11월 넷플릭스가 국내 가입자를 늘리면서 트래픽이 급증하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 신청을 냈다.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방통위의 중재를 거부하고 이번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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