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부모님 집에 가면 작은 방 한쪽 ‘유물’이 하나 보입니다. 작동하긴 하는데 집에 들여놓은 지 족히 10년은 넘어 엄청 느리고 시끄러운 그 기계, 바로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입니다. 부모님이 간혹 쓰시니 버리진 못하겠는데, 그렇다고 두고 있자니 크기나 디자인이 영 거추장스럽습니다. 하드웨어가 뭔지 봤더니... ‘오 마이 갓!’ CPU가 무려 2000년대 후반에 나온 인텔 셀러론 프로세서입니다. 램이랑 그래픽카드, 저장 매체가 어떨진 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사용자에 따라 필요한 컴퓨터 사양은 다르겠지만, 보통 부모님 집 컴퓨터는 대단한 사양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그냥 문서 돌리고 인터넷 잠깐 하고 바둑이나 화투 같은 웹게임 하고 그러는 용도니까요. 또 워낙 값이 비싸다 보니 교체 주기가 엄청 깁니다. 독자분들도 아마 부모님 댁 컴퓨터를 생각해보시면 10년이 훌쩍 넘는 집이 있을 겁니다. 회계적 관점에선 이미 ‘감가상각’(자산 비용화)이 마무리된 노후 제품이죠.

▲ (영상 디자인=김진영)
▲ (영상 디자인=김진영)

블로터 ‘테크쑤다’에선 그간 100만원을 상회하는 노트북 제품을 주로 리뷰해왔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여전히 많이 팔리는 제품은 100만원 아래 가정용 제품이죠. 다만 이런 노트북들은 기존 랩탑을 대체할 수 없다는 시각이 큽니다. 소음이나 발열도 있지만, 모니터가 작다는 게 주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작으니 비싸지 않겠느냐는 편견도 있죠.

하지만 50만원 안팎의 보급형 노트북들도 성능 자체만 봤을 땐 어르신들이 쓰기에 지장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최근엔 휴대성을 일부 포기하면서 크기를 키우고 모니터 성능을 좋게 한 제품들도 보입니다. 이번에 리뷰할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슬림3 17인치 제품이 그렇습니다. 제품은 리뷰를 함께 한 노트북 전문 사이트 JN테크리뷰의 게사장이 ‘내돈내산’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데스크탑과 비교해 노트북은 장단점이 명백합니다. 어디다 모셔놨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 쓸 수 있는 휴대성, 보관성은 데스크탑은 가질 수 없는 장점이죠. 또 노트북과 저렴한 마우스 하나만 사면 다른 걸 살 필요가 없다는 것도 좋습니다. 반면 단점은 별도 모니터 없인 작은 모니터를 써야 하는 점, 고성능을 뽑기 어렵다는 점 등이 있죠.

그래서 노트북으로 가정용 컴퓨터를 쓴다면, 가장 먼저 제품을 쓸 사람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잘 알아봐야 합니다. 저희는 크게 ‘디스플레이’ ‘휴대성’ ‘가격’이란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대화면이 요구된다면 휴대성을 포기해야 하며, 색전역이 좋은 제품이 필요하다면 가격도 올라갑니다. 휴대성이 요구된다면 디스플레이 크기와 가격을 양보해야 하죠. 가격이 최우선이라면 보통 나머지 둘을 적당히 타협봐야 합니다.

▲ 노트북의 세계에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 노트북의 세계에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우리 부모님을 한 번 떠올려봅시다. 게임이나 그래픽 작업을 하는 일이 없다고 하신다면? 저전력 제품을 쓰면 되니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일도 거의 없겠죠. CPU도 비싼 인텔이 아닌 저렴한 AMD를 쓸 수 있고, 그래픽카드도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모니터가 작은 건 싫다고 하신다면? 최소 15인치에서 17인치 제품을 권유할 수 있겠죠. 이건 세 가지 기준 중 ‘모니터’를 선택하는 경우가 됩니다.

저희가 영상으로 리뷰한 레노버 슬림3가 이에 걸맞습니다. 60만원 안팎의 제품임에도 17.3인치임에도 IPS패널에 색전역 지표인 NTSC 70%대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쓰죠. 이 가격에 심지어 웹캠도 달려있습니다.(달려있다는 게 좋다는 의미는 아니긴 합니다.) 물론 이 제품은 휴대성이 포기됩니다. 2.14kg의 무게는 차치하고서라도 17인치 노트북은 웬만한 가방에 들어가지 않으니 그냥 집 안에서 쓰는 게 속 편합니다.

또 제품 만듦새는 ‘보통’과 ‘조악함’의 경계선에 있습니다. 플라스틱 재질은 거칠고 상판은 누르면 푹 들어갈 정도입니다. 혹여 떨어뜨리면 바로 망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트 구성에서 USB-C를 지원하지 않는 점도 매우 아쉽습니다. 배터리 지속 시간도 서너시간 수준으로 짧죠. 이런 제품은 집에서만 PC를 쓰면서 ‘대화면’이 필요한 부모님에게 적합할 겁니다.

▲ 60만원 노트북에서 '고급'은 찾기 힘듭니다. 디스플레이와 휴대성에 양보하세요.
▲ 60만원 노트북에서 '고급'은 찾기 힘듭니다. 디스플레이와 휴대성에 양보하세요.

가끔 노트북을 밖에 가지고 다니시는 부모님이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주식을 하신다면, 카페 같은 곳에 가져가실 일도 있겠죠. 그럼 휴대성이 필요해집니다. 자연스럽게 디스플레이는 작아지겠죠. 테크쑤다에서 이전에 리뷰했던 HP의 ‘에어로 635 G7’이 예시가 됩니다. 8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1kg이 안 되니 휴대성이 극대화되죠.

물론 이런 제품은 디스플레이가 작아 큰 화면을 선호하시는 어르신들께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또 내장 스피커가 ‘깡통’에 가까워 영화를 자주 본다면 별도의 스피커가 요구됩니다. 앞서 보여줬던 레노버 스림3보다 가격은 20만원정도 비싸졌죠. 여기서 비슷한 하드웨어에 가격을 더 낮추려면 아마 무게가 더 늘어날 겁니다.

▲ 휴대성을 챙기니 가격이 비싸졌다, feat. HP 프로북 635 에어로 G7.(이미지=다나와 홈페이지 갈무리)
▲ 휴대성을 챙기니 가격이 비싸졌다, feat. HP 프로북 635 에어로 G7.(이미지=다나와 홈페이지 갈무리)
 
만약 가격이 제일 중요하다면? 30만~40만원대 제품도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에서 ARM 기반 노트북으로 ‘갤럭시 북 고’라는 제품을 선보였죠. 와이파이 버전을 기준으로 349달러에 출시한다니, 우리나라에서도 40만원대 안팎이 될 듯합니다. 꼭 이 제품이 아니더라도 LG전자나 레노버, 델, HP, 에이수스, 주연테크 등에서 30~40만원대 제품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포기할 게 꽤 생깁니다. CPU가 인텔 코어 i3나 셀러론, 골드, AMD의 라이젠3 등으로 밀리게 되는데 이런 제품은 사실 오래 쓰기 쉽지 않습니다. 또 디스플레이는 색전역은 물론 밝기가 바닥까지 떨어지니 실내에서도 다소 침침할 수 있죠. ‘그냥 쓸 PC가 필요하다’면 선택지로 고민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 가정용 PC 가성비 노트북 고르는 법은? '휴대성'과 '가격', '디스플레이' 중 하나를 챙기세요!
▲ 가정용 PC 가성비 노트북 고르는 법은? '휴대성'과 '가격', '디스플레이' 중 하나를 챙기세요!

만약 부모님께서 쓰시는 제품임에도 고성능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노트북이 아닌 데스크탑을 권유합니다. 다만 일반 가정용 제품을 조립PC 맞추는 곳에서 구입하고 모니터와 스피커를 같이 사는 것보단, 그 모든 걸 담아 글로벌 제조사들이 만들어 파는 노트북을 선택하는 게 좋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부모님께서 PC 바꾸는 걸 알아봐달라고 하신다면, 노트북이 뭐가 있는지를 한 번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제시해드린 세 가지 기준(휴대성, 디스플레이, 가격)도 꼭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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