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한·중·일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뜻 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아직 e스포츠 분야의 경우 국가대표라는 개념이 생소한 것이 사실인데, 한·중·일 e스포츠 대회를 계기로 부정적인 인식이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 선발에 있어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꼭 우승하겠습니다"
이지훈 젠지 e스포츠 상무는 25일 열린 '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 미디어데이'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한국 국가대표 총감독을 맡게 된 이지훈 상무의 의지는 한 마디로 결연했다. 개최국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그는 2001년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에서 '피파 2000' 프로게이머로 금메달을 딴 20년전과는 또 다른 패기를 보였다. 

정부 주도 e스포츠 국가대항전

이지훈 상무가 총감독으로 참가하는 '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는 오는 9월 10~12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진행하는 e스포츠 국가대항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중일 이스포츠 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주관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최초의 e스포츠 국가대항전인 만큼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됐다. 

▲ 이지훈 젠지 e스포츠 상무가 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출정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 이지훈 젠지 e스포츠 상무가 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출정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대회는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의 대표 선수들이 참가해 종목별 우승국을 가리는 형태로 진행된다. 기획 당시 지난해 11월쯤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올해로 순연됐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조직위는 총 9차례의 전체회의를 통해 종목 선정규정 및 선수 선발규정을 수립해왔다. 3국 협회간 실무협의체가 조직돼 주기적인 회의를 진행했고 관련 협의를 통해 정식종목 4개와 시범종목 1개를 선정했다.

이번 대회의 정식 종목은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추천한 '리그 오브 레전드'(LoL)을 비롯해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한국), '클래시로얄'(중국), 'PES 2021'(일본) 등 각 국가별 추천 종목을 포함시켰다. 우리나라는 개최국 자격으로 '던전앤파이터'를 시범종목으로 채택했다. 

LoL은 국가별 5인 1팀으로 구성되며 우리나라는 프로팀 유망주를 대상으로 국가대표를 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LoL은 한국, 중국, 일본 모두 공통적으로 희망한 종목이라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프랜차이즈 제도를 도입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프로팀 선수 가운데 신인 선수를 대거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 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 게임 종목. (사진=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 조직위원회)
▲ 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 게임 종목. (사진=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 조직위원회)
이지훈 상무는 글로벌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명성을 높였던 과거의 경험에 비춰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을 발굴,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장에서 "최근 글로벌 스포츠 대회는 UEFA 챔피언스리그나 LoL 프로리그처럼 클럽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과거 WCG에 참가해 많은 관심과 명성을 얻은적이 있었는데 이번 대회도 (후배들에게) 국가대표로의 명예와 e스포츠 선수로의 장래성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LoL 선수 선발에 유망주를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20인 1팀 형태로, PUBG 공식 대회 상위 입상자와 차출 방식을 혼합할 계획이다. 클래시로얄은 4인이 한 팀을 이루며 공식 대회 상위 입상자 중 '선발전'을 진행해 국가대표의 자격을 부여한다. PES 2021은 2인 1팀으로 구성하며 참가 신청을 받아 별도의 '선발전'을 치를 예정이다. 시범종목인 던전앤파이터도 두 명이 한 팀을 이루는 한편 종목 내 최상위 선수를 대상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유진룡 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는 3개국이 공통 종목을 정하고 각 국가별 추천 게임을 정하는 현 구조로 매년 순환 진행될 것"이라며 "대회 기간은 정해놓지 않았지만 3년, 5년을 넘어 계속 추진되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3개국이 참가하는 형태로 출범하지만 추후 아시아 전체로 확대된 다음 글로벌 대회로 규모를 키우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스포츠 패권 가져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정부 주도로 열리는 '한·중·일 e스포츠 대회'의 목적은 무엇일까. 조직위 측은 대회 개최 목적으로 △풀뿌리부터 프로 잇는 e스포츠 생태계 형성 △게임을 통한 3개국의 우호 증진 △e스포츠 산업 글로벌 주도권 확보 등을 들었다. 경색된 3개국의 관계를 '게임'이라는 문화적 요소로 해결하는 한편 국내 e스포츠 생태계를 확대·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조직위가 발표한 대회 개최 목적을 보면 궁극적인 취지를 엿볼 수 있다. 이는 '게임에 대한 대중적 인식 제고'와 'e스포츠 종주국 자존심 회복' 등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 유진룡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이 대회 관련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 유진룡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이 대회 관련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외부 활동이 위축되자, 게임은 여가 활용 요소로 크게 각광받았다. 실제로 많은 게임기업들의 수익성이 높아졌고 이는 게임산업의 외형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e스포츠는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공급 등으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대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시선이 미묘하게 변화한 것도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된 지난해부터로, 관련 법안 개정 및 규제 완화 정책 도입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의 기류는 한·중·일 e스포츠 대회 미디어데이에서도 포착할 수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번 대회에 약 25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한편 문체부 장관을 역임한 유진룡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 과장은 "유진룡 이사장을 삼고초려해서 위원장으로 모신 것이 중앙정부의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위해서는 이해가 필요한 데 그 핵심에 e스포츠가 있다. 중앙정부도 관련 대회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롤드컵 우승팀인 담원 게이밍(현 담원 기아) 선수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담원 기아 페이스북 갈무리)
▲ 지난해 롤드컵 우승팀인 담원 게이밍(현 담원 기아) 선수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담원 기아 페이스북 갈무리)
유진룡 위원장도 e스포츠를 통한 대중 인식 변화를 기대한다는 뜻에 동의했다. 그는 "문체부에서 문화산업국장직을 맡았을 당시 게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게임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인식시키고 싶어서 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e스포츠 대회를 통한 대중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성과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훈 총감독을 비롯한 조직위 측이 '우승'과 '패권'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전 세계 e스포츠에서 최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LoL' 국제대회의 경우 한국팀과 중국팀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지난해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은 한국 LCK 소속 '담원 게이밍'(현 담원 기아)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세계 최고임을 입증한 반면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의 경우 중국 LPL '로얄 네버 기브 업'(RNG)이 정상을 차지했다. 한·중·일 e스포츠 대회에서 유망주 중심의 팀을 구성한 한국 국가대표팀이 성과를 낼 경우 글로벌 LoL 패권을 확고하게 굳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LCK에서 기회를 엿보며 주전 도약을 꿈꾸는 신인 선수들이 발돋움할 기회로도 평가받는다. 이는 추천 및 시범종목으로 구성된 '배틀그라운드', '클래시로얄', 'PES 2021', '던전앤파이터'도 마찬가지다. 

▲ 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 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이지훈 상무는 "게임 종목별 감독은 지도 경험이 있는 감독들로 선정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선발했다. 선수들을 잘 케어하고 성과도 낼 감독으로 구성하려는 만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좋은 인재를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