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암호화폐? 블록체인? 이즈미디어의 불안한 신사업 진출

발행일 2021-06-28 17:34:41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이즈미디어 사옥 전경. (사진=이즈미디어 홈페이지)

기업이 새롭게 뛰어들겠다며 내세우는 신사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련 사업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분야에 진출해 성과를 내겠다는 기업도 있습니다. 올해 초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친누나 랜디 저커버그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주목받은 ‘이즈미디어’입니다.

2002년 설립된 이즈미디어는 카메라모듈(Compact Camera Module·CCM) 검사장비를 제조해 판매하는 업체입니다. 그런데 최근 공들이는 사업은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NFT) 플랫폼 구축 등의 사업을 하겠다는 거죠.

NFT는 트위터에 작성한 글, 목소리를 녹음한 파일 등 디지털 자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증명서입니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생각하면 이해가 편합니다. NFT 플랫폼은 이런 증명서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의미합니다.

김인석 이즈미디어 대표는 지난 28일 <뉴스웨이> 인터뷰에서 “이즈미디어는 블록체인 등 신사업을 통해 출발선에 섰다. 잘 키워서 걷고 달리고 1등할 수 있게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이즈미디어 블록체인 사업 관련 행보. (자료=언론보도 및 전자공시시스템)

TPA그룹-이즈미디어, 위태로운 순환출자 구조

이즈미디어의 블록체인 사업 확장은 갑작스럽습니다. 올해 초 경영권 교체 이후 발표된 계획이거든요. 쉽게 말해 기업 차원에서 준비해왔던 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경영진이 의욕을 갖고 첫 발을 뗀 사업인 거죠. 이즈미디어 최대주주와 대표이사는 지난 3월 모두 변경됐습니다. TPA그룹 계열사 TPA리테일(티피에이리테일)이 최대주주에 올라섰고 대표이사도 TPA그룹 관계자가 선임됐죠.

이즈미디어의 변화를 주도하는 TPA그룹은 어떤 곳일까요. TPA그룹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본인들의 사업을 리테일, 패션, 글로벌, 에너지로 분류하는데요. 이즈미디어 최대주주 TPA리테일은 자회사 TPA로지스틱스와 함께 리테일 부문을 담당합니다. TPA리테일은 중소·중견기업의 상품을 홈쇼핑 등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TPA그룹 홈페이지와 TPA리테일 감사보고서를 살펴봐도 블록체인과 관련된 사업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다만 감사보고서에서 TPA리테일 특수관계자 중 지배회사로 언급되는 ‘티피에이지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티피에이지주는 2018년 8월 등기된 회사인데요. 당시 등기이사는 지난 3월 이즈미디어 대표로 신규 선임된 김인석 대표입니다. 이 회사는 리버스(Reverse) ICO 형태로 제공되는 ‘TPA 토큰’ 발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리버스 ICO는 상용화된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즈미디어가 NFT 거래 플랫폼을 만들면 티피에이지주가 이를 신뢰로 한 TPA 토큰을 찍어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내 TPA 토큰 설명. (자료=TPA.finance 홈페이지 갈무리)

티피에이지주는 ‘TPA.finance’라는 홈페이지에서 TPA 토큰을 홍보하고 있는데요. 홈페이지 내 Q&A와 백서에 언급된 TPA 토큰 설명을 종합하면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기반 ERC-20 코인 등과 완전히 교환될 수 있다. 이즈미디어의 자회사 TPA홀딩스(티피에이지주)가 관리하는 금융 대출 등을 통해 리버스 ICO 형태로 제공된다”입니다.

티피에이지주를 이즈미디어 자회사로 소개한 점이 눈에 띕니다. 홈페이지 설명대로라면 TPA그룹과 이즈미디어는 순환출자 구조가 됩니다. TPA리테일은 이즈미디어의 최대주주고 이즈미디어는 티피에이지주의 최대주주죠. 그리고 티피에이지주는 TPA리테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순환출자 구조에서 회사 소유주는 적은 자본으로 다양한 회사를 경영할 수 있습니다. 재벌가 혹은 적은 지분으로 많은 회사를 일괄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소유주들이 선호하는 지배 구조입니다.  

다만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회사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회사까지 연쇄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TPA리테일과 이즈미디어 모두 재무구조가 건전하다고 보기 힘든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순환출자는 안전하다고 하기 힘들죠.

이즈미디어는 2019년 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적자전환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커져 당기순손실만 179억원에 달합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도 1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적자전환으로 부채비율은 2019년 111.5%에서 올해 1분기 204.6%까지 치솟습니다. 보통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재무건전성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즈미디어 실적 추이. (자료=이즈미디어 사업보고서)

TPA리테일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TPA리테일은 지난해에만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는데요. 지난해 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습니다. 부채총계는 430억원, 자본총계는 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8000%가 넘습니다. 

눈 밖에 난 기존 사업?

명주성 이사회 의장과 김기태, 김인석 공동대표는 모두 TPA그룹 측 인물입니다. 3명 모두 이즈미디어의 기존 사업과는 거리가 멉니다. 명주성 의장은 TPA리테일 미국법인장 출신이고 김기태 대표는 한국문화관광연구소 이사 및 에듀플래닛 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숫자와 친근한 인물이죠. 김인석 대표도 키움증권, KTB투자증권에서 근무한 금융맨입니다.

TPA NFT 백서 내 주요 인물 소개. (자료=TPA NFT 백서)

과거 이즈미디어 경영진 구성과 크게 다른 모습입니다. TPA그룹이 이즈미디어를 맡기 전까지 이즈미디어는 엔지니어 출신 홍성철 전 대표가 이끌었습니다. 측근인 김종원 전 부사장 역시 전기전자 기업 출신 인사였죠.

이즈미디어의 과거 경영진 구성은 주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이즈미디어 매출 대부분은 CCM 검사장비 사업에서 창출됩니다. 경영진이라면 주력 사업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기업 전략인 거죠.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CCM 검사장비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5.2%에 달합니다. 이즈미디어가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사업 성과도 중요하지만 주력 사업 수익성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다만 현재 경영진은 CCM 검사장비 수익성 개선보다 블록체인 등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근 이어지는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행보들은 신사업과 관련 있죠. 김인석 대표는 같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 보복 여파로 CCM 매출이 안 좋았다. 장비 시장의 특성상 투입에 따른 결과가 늦게 나오기 때문에, 이를 위해 전략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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