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LG화학, 유상감자로 5000억 확보…中 배터리 소재 '빅딜'?

발행일 2021-06-29 08:56:50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LG화학 중국 남경 배터리 공장.(사진=LG화학.)


LG화학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배터리 사업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떼어낼 때 과도하다 싶을 만큼 현금을 왕창 몰아줬었는데요. 자회사 ‘유상감자’라는 방법을 통해 다시 현금을 회수하기로 했습니다. 회수 가능한 금액 규모는 무려 5000억원이 넘습니다. LG화학은 이 돈을 어디에 쓰려는 걸까요.

우선 구체적인 공시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LG화학은 28일 오후 늦게 종속회사의 유상감자 결정을 공시했습니다. 감자를 실시하는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남경법인(LG Energy Solution Nanjing Co., Ltd.)’으로 자본금은 감자 전 1조5321억원에서 감자 후에는 1조2380억원으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차액이 무려 2941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감자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남경 법인 유상감자 관련 지배구조.(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이번 유상감자 결정에 대해 LG화학은 “분할 이후 전지 사업의 독립적인 운영을 위한 해외 종속회사간 지분구조 개편”이라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내용은 사실 쉽습니다. 더 이상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직접적으로 영위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남경 배터리 법인과 지분관계를 정리하겠다는 것이죠.

물론 이 설명이 이번 유상감자의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현금 회수’라는 진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 근거는 중국 남경법인이 ‘불균등’ 유상감자를 실시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불균등 유상감자란 각 주주의 지분율대로 감자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지분율과 관계없이 불균등하게 실시하는 것이죠. 굳이 불균등하게 유상감자를 한다는 것은 유상감자 그 자체보다, 유상감자를 통해서 무언가를 노린다고 볼 수 있겠죠.

LG에너지솔루션 남경법인 유상감자 내역.(출처=금융감독원.)


그렇다면 얼마나 불균등하게 유상감자가 이뤄질까요. 유상감자를 실시하는 주체인 남경법인의 대주주는 LG에너지솔루션입니다. 지분 80.8%를 갖고 있죠. 나머지 지분은 19.2%를 바로 LG화학이 보유하고 있는데요. 정확히는 LG화학의 자회사인 ‘중국 투자법인(LG Chem China Investment Co.,Ltd)’입니다. 남경 법인은 LG화학이 보유한 19.2%에 대해서만 전량 유상감자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자연스레 남경법인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되는 구조죠.

감자 전과 후를 비교한 자본금만 비교해보면 LG화학은 약 2900억원의 현금을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규모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공시에는 ’기타 투자판단과 관련한 중요사항’이라는 항목에 세부 내용들을 설명해놨습니다. 9개의 항목 중 2번째 항목에는 LG화학이 보유한 남경법인 지분의 가치가 올 3월 31일 기준 5050억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는 곧 5000억원까지 LG화학이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죠.

LG화학이 지난 28일 공시한 종속회사 감자결정 내 일부 내용.(출처=금융감독원.)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LG화학이 보유한 지분가치 5050억원 중 2900억원만 자본계정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며 나머지는 자본 외 다른 계정에서 현금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여기에 더해 “5050억원은 현재 기준이고 향후 추가 프리미엄이 더해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LG화학이 이렇게 많은 돈을 회수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돈이 없어서일까요? 올 1분기 LG화학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6700억원입니다. 지난해 말 8500억원과 비교해 8200억원이나 늘어났죠. 절대 부족한 금액은 아닙니다.

반대로 보면 돈 쓸데가 많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앞으로 돈 나갈 곳이 많기는 합니다. 우선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을 인적분할 대신 물적분할 방식으로 떼어내며 주주들에게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었죠. 이를 잠재우기 위해 앞으로 3년간 최소 1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우선주까지 포함하면 LG화학이 연간 배당으로만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75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엄청난 규모죠.

LG에너지솔루션 투자 계회기.(출처=LG에너지솔루션 분기보고서.)


이뿐만이 아닙니다. LG화학은 올해 배터리 소재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현재 첨단소재 사업 부문에서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기존 배터리 사업과 시너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소재 사업 진출을 검토한다고 밝혔죠.

올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는 조인트벤처(JV)나 M&A도 검토하고 있으며, 이중 몇 가지 아이템은 올 2분기나 3분기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당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실제로 5월 중국의 동박업체 더푸(DeFu)에 4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유상감자 실시 이후 현금이 확보되면 예상 외의 빅딜도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유상감자로 지분을 넘기는 회사는 LG화학의 중국 투자법인입니다. 현금이 LG화학에게 곧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투자법인에게 지급되는 것이죠. 이번에 확보한 현금으로 중국에서 추가 배터리 소재 사업에 투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LG에너지솔루션 남경법인은 5000억원이 넘는 돈을 LG화학에 줄 만큼 넉넉한 상황일까요. 구체적인 재무상태표가 공개되지 않아 적확한 평가는 어렵습니다.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보고서를 보면 오는 2025년까지 8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꾸준히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셈이죠.

그럼에도 이러한 여유를 부리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결과적으로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에서 승리해 2조원을 확보한 덕분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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