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1(MWC 21)'에서 자체 온라인 행사 '갤럭시 MWC 버추얼 이벤트'를 열고 최근 변화한 모바일 사업의 방향성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는 익숙했던 '하드웨어의 삼성'이 아닌 소프트웨어, 연결, 보안 등을 아우른 '라이프스타일 삼성'으로 풀이된다.

▲ 행사 주요 연사로 나선 제임스 키토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행사 갈무리)
▲ 행사 주요 연사로 나선 제임스 키토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행사 갈무리)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연결되는 갤럭시 생태계

행사 주제는 '갤럭시로 삶을 열다(Life opens up with Galaxy)'다. 올해 출시한 제품들에 편중된 설명은 없었다. 대신 휴대폰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스마트팅스(SmartThings)와 갤럭시 스마트태그를 연동한 소지품 추적 관리, 스마트폰·TV·이어폰 사이 앱 연동 사례 등을 제시하며 개별 기기의 성공보다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갤럭시 생태계' 조성이 목표임을 강조했다.

외부 협력 비중도 높이고 있다. 현재 삼성의 주요 파트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다. 모바일 양대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개발사인 구글은 초기 스마트폰 시절부터 삼성과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그 형태가 과거엔 구글이 OS(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삼성전자가 그에 최적화된 표준화 스마트폰(하드웨어)을 제조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은 신규 스마트폰 제조 단계부터 구글과 삼성이 보다 긴밀하게 협력한다. 이를 통해 폴더블폰 등 신규 폼팩터(구조)를 위한 구글 서비스가 별도로 개발되기도 한다.

갤럭시 내부 생태계 연결도 공고해진다. 현재 구글과 공동 개발 중인 갤럭시 스마트워치용 통합 플랫폼에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워치 간 통합 제어에 중점을 둔 '원 UI 워치'가 탑재된다. 단순한 데이터 연동 수준을 넘어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워치와 연동 가능한 앱을 설치하면 워치에도 앱이 자동으로 설정되고, 스마트폰 설정이 워치에도 자동 연동되는 수준으로 사용자 경험이 개선된다. 기타 구글의 인기 앱들도 갤럭시 워치용으로 최적화돼 새롭게 개발될 예정이다.

▲ 갤럭시 스마트폰과 갤럭시워치 간 연결성이 '원UI 워치'를 통해 강화될 예정이다 (사진=삼성전자)
▲ 갤럭시 스마트폰과 갤럭시워치 간 연결성이 '원UI 워치'를 통해 강화될 예정이다 (사진=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와는 PC와 모바일의 벽을 허문다. 윈도우 PC와 갤럭시 스마트폰을 연결해 전화, 사진, 메시지 관리, 마우스 제어 등이 이미 가능하며 '리마인더' 같은 갤럭시 특화 앱과 '마이크로소프트 투 두'의 연동, 또 올해 초 와이파이를 통해 갤럭시 기기 간 빠른 파일 공유를 지원하는 윈도10용 '퀵 쉐어' 앱이 출시됐고 기타 윈도 OS를 위한 삼성 서비스 앱들이 속속 개발 중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삼성 클라우드 서비스 종료 후 이를 대신할 서비스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드라이브를 낙점하는 등 양사의 서비스 연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 녹스 기반의 강화된 보안 환경

이날 삼성이 강조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갤럭시 기기의 '보안'이다. 행사의 상당 부분이 삼성의 보안 플랫폼 녹스(Knox)를 소개하는데 할애됐다. 녹스는 휴대폰 내 저장 공간을 가상으로 구분하고 높은 보안이 요구되는 데이터는 별도로 보관될 수 있도록 구성된 시스템이다. 2013년 이후 대부분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돼 있다.

여기에 올해 1월 출시한 갤럭시 S21부터는 삼성 녹스 볼트(Vault)라는 신규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아예 독립된 하드웨어 모듈을 통해 암호와 생체인식 정보 같이 중요한 인증 정보를 격리해 보관하고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다중 보안 체계다. 삼성에 따르면 물리적 분리를 통해 외부 공격에서 자유로운 구조이며 소프트웨어 커널 단계에서 매순간 상시 보안이 제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별도의 보안 모듈로 중요 데이터 보호 수준을 강화한 '삼성 녹스 볼트' (사진=행사 영상 갈무리)
▲ 별도의 보안 모듈로 중요 데이터 보호 수준을 강화한 '삼성 녹스 볼트' (사진=행사 영상 갈무리)

삼성은 이번 행사에서 이전과 달리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 연결, 보안 등을 강조했다. 2018년, 2019년 MWC 행사만 해도 주로 신규 스마트폰, 태블릿 성능이나 활용 사례 마케팅에 중점을 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는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일상 내 디지털 연결성, 보안 강화에 대한 사회·환경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점, 특히 경쟁사인 애플이 일찍이 자체 운영체제를 앞세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생태계를 고도화하며 높은 신뢰와 강력한 팬층을 형성해가는 등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MWC 21은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기업이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참여사 규모는 1000여곳으로 이전 행사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MWC 단골 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SKT, KT, LG유플러스도 올해 스페인 현지 전시를 포기했다. 대신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스페인 현지에 한국 중소·중견기업 14개사, 스타트업 9개사가 참가하는 한국관을 운영 중이다. 행사는 7월 1일까지 이어지며 현지시간 29일 오후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기조연설 등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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