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현대중공업그룹의 '정주영 정신', 수소 선박도 통할까③

발행일 2021-06-30 10:42:10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현대중공업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조선소에 서있는 모습.(사진=현대중공업그룹)

글로벌 조선시장은 안팎으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해운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장기 침체됐던 조선시장은 단기적으로 발주량이 늘고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선박 수주량은 1907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선박을 건조하는데 필요한 작업량 지표)로 전년보다 179%, 2019년보다 47% 증가했습니다. 주로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유조선이 전년보다 각각 1088%, 107% 발주가 늘었습니다.

국내 조선시장은 밖으로는 중국 조선업의 맹렬한 추격을 따돌리며 해외 선주로부터 일감을 따내야 하죠. 안으로는 강화된 환경규제에 대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선박을 만들어야 합니다. 해외 시장조사기관인 < IDTechEx One>에 따르면 대형 선박 한척은 자동차 7만여대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200만대 분량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합니다.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3%,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15% 가량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2050년까지 탄소순배출량을 전혀 없게 하는 '넷제로'를 추진 중인데, 그러려면 선박의 온실가스를 규제해야 하죠.

선박 운항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자료=대한조선학회지)

국제 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2008년 대비 7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앞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하려면 LNG 추진선으로는 한계가 있어 수소 추진선, 암모니아 추진선 등이 대안으로 부상했습니다.

통상 선박의 평균 수명은 30여년입니다. 선박을 인도받아 30여년 가까이 사용하려면 앞으로 발주될 선박은 LNG 추진선보다 친환경적인 선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소 시대' 준비하는 한국조선해양, 현대오일뱅크·현대글로벌서비스와 시너지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3사는 수소 추진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3개의 조선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의 조선3사 점유율(올해 기준)은 39%로 삼성중공업(점유율 43%)에 이어 2위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18%로 3위입니다.

국내 조선3사 점유율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는 없지만, 한국조선해양에는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밸류체인'입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생산하는 선박은 '최종 재화'에 해당됩니다. 삼성중공업은 대그룹인 삼성의 계열사이지만, 계열회사와 접목할 수 있는 사업이 없습니다. 삼성물산이 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아직 가시화된 게 없죠. 대우조선해양은 단일기업으로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입니다.

반면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계열사죠. 정유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수소를 만들어, 선박의 수소 연료전지에 탑재하는 방식이죠.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벙커링(선박 연료유 공급) 사업을 영위하는데, 장기적으로 수소 연료 벙커링에도 나설 수 있죠. 수소 생산과 저장·유통, 활용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하는거죠.

한국조선해양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수소에 욕심을 내는 이유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시장의 변화에 맞춰 수소 추진선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럴 거면 수소까지 직접 생산해 파는 게 이득입니다.

수소 에너지는 2050년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7%를 맡게 될 전망입니다. 수소 수요는 운송용이 38%로 가장 많고, △산업용 37% △발전용 32% △빌딩용 7% 순이 될 전망이죠. 연관 사업을 많이 하는 현대중공업그룹에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K-조선' 수소 추진선 후발주자...상용화까지 장기간 소요 

관건은 한국조선해양이 수소 추진선 상용화에 성공할 지 여부입니다. 또 수소 추진선의 상용화 시기는 언제가 될 지 또한 관건이죠. 이 여정은 험난할 것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관측입니다.

수소 추진선부터 살펴보죠. 수소 추진선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생소한 영역입니다. 수소 추진선을 가장 먼저 연구한 나라는 노르웨이입니다.

수소 연료전지 선박 구조도.(자료=대한조선학회지)

노르웨이는 영국과 일본 등과 함께 해양 강국으로 불립니다. 노르웨이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순수 전기추진선박(피요르드의 미래) 운항에 성공한 나라입니다.

노르웨이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상용 수소 연료전지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첫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은 '바이킹 레이디(Viking Lady)'로 주원료는 LNG, 수소 연료전지는 보조 연료로 활용했습니다.

노르웨이의 대형 선박기술 회사들은 대형 수소 추진선을 개발 중입니다. Samskip은 디젤 엔진과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컨테이너선 '씨 셔틀(Sea shuttle)'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Havyard Group은 다수의 수소 연료전지 모듈을 탑재해 3.2MW 용량의 수소 추진선을 개발 중입니다.

노르웨이가 최초 개발한 하이브리드 수소 추진선 바이킹 레이디.(사진=KIAT)

독일은 2008년 세계 최초의 수소 연료전지 여객선 FCS Alsterwasser를 개발했으며 3000 시간이 넘는 운항실적을 갖고 있습니다. 이 선박은 선체 길이가 약 25m로 100여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2009년 정원 90여명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 선박 NEMO H2를 개발했고, 스코틀랜드는 세계 최초로 수소 연료전지 페리를 건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012년 풍력과 태양력,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추진선이 운항을 시작했죠. 세계 조선업의 패권이 유럽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동안 숨죽였던 강국들은 '수소 경제' 시대를 맞아 부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Havyard 사에서 개발중인 대형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추진 시스템.(사진=KIAT)

한국조선해양 "화석연료 추진선 지속될 듯"...수소 추진선 '걸음마 단계'

반면 국내에서 수소 추진선 연구는 걸음마 단계에 있습니다. 수소 추진선과 관련 실증 프로젝트도 없는 상황이죠. 정부 차원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노르웨이를 찾아 수소 분야와 선박 건조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정도죠. 국내 조선3사는 이제 막 수소 추진선 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수소 추진선 개발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감사보고서를 통해 "수소·암모니아 추진선과 운반선도 검토 개발해 시장의 다양한 기술 요구에 대응할 것"이라며 "다만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경제적인 이점으로 길게는 10년 이상 산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수소 에너지가 각광받고 있지만,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선박이 종언하기까지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내다본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가 조선업에 미친 영향.(자료=대한조선학회지)

조선사는 선사의 주문대로 선박을 건조해 인도하는 회사입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어도 시장에 대체재와 보완재가 있다면 수소 추진선의 상용화는 늦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주 입장에서는 수소 추진선을 사용하려면 시장에서 수소 에너지를 어렵지 않게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하고, 연비 또한 화석연료에 비해 우수해야 합니다.

수소 경제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주와 조선사 모두 수소 추진선을 '먼 미래의 일'로 보는 것입니다.

수소 추진선은 가솔린과 디젤 엔진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발전 효율을 갖고 있습니다. 수소 연료전지의 발전 효율은 47~60%, 가솔린과 디젤은 각각 25%, 35%입니다. 수소 추진선은 막대한 비용을 연료비로 사용하는 화주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는 한국이 갖고 있는 수소 추진선의 강점으로 극저온 기술과 수소 연료전지의 국산화를 꼽습니다. 반면 LNG선의 극저온 기술(영하 163도)을 수소 액화기술(영하 263도)로 융합한 경험이 없고, 수소를 대량으로 저장할 기술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그룹 수소 사업의 '한 축'을 맡고 있습니다. 수소 생산에 현대오일뱅크가 있다면, 수소 활용에는 한국조선해양이 있죠. 현대오일뱅크의 수소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조선해양의 수소 추진선 사업은 구체화된 게 없어 보입니다. 불확실성도 커 보이죠.

현대중공업그룹은 목표를 정하면 '불굴의 의지'로 밀어 붙이는 그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은 어려운 환경을 기회로 활용해 이루어냈죠. 조선소도 없는 상황에서 선박을 수주하고, 현대미포조선을 건설한 일화가 있죠. 수소 추진선의 후발주자인 한국조선해양이 어떻게 수소 전략을 구체화할 지 관심입니다.

댓글

(1)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최신순 과거순 공감순
  • ar****
    ar**** 2021-06-30 13:44:59
    화이팅.... 중국넘들 넘보지 못하게 조선해양강국의 입지를 확고히 해주세요
뉴스레터
최신 IT 소식을 가장 빠르게 받아보세요.
(광고성 정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