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진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롯데정보통신 사옥. (사진=롯데정보통신)
▲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롯데정보통신 사옥. (사진=롯데정보통신)

대외 사업 확대는 모든 대기업 소속 IT서비스 기업들의 해묵은 과제입니다. 이들은 그룹 계열사들의 시스템 통합(SI)과 운영·유지보수(SM)를 하기 위해 탄생한 기업들이다보니 그룹내 매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SDS가 삼성전자의 시스템에 대한 SI와 SM을 맡고 LG CNS가 LG전자의 시스템을 담당하는 방식이죠. 탄탄한 비즈니스모델(BM)을 갖춘 고객을 보유하다보니 대기업 소속 IT서비스 기업들은 일정 수준의 매출은 지속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룹에서 발생하는 매출에만 안주할 순 없죠.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첨단 분야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그룹내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첨단 기술 개발과 그룹 외 고객 발굴에 나서야 합니다. 또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칼날을 피해가려면 대외 사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I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내부거래 일감을 중소기업과 나누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감나누기 자율준수 기준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시장에서 살아남고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형 IT서비스 기업들은 그룹 내 의존도를 줄이고 대외 사업을 늘리려 합니다. 이러한 과제는 롯데 그룹의 IT서비스 기업 롯데정보통신에게도 고민거리입니다. 지난 1996년 설립된 롯데정보통신은 2018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이후에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2179억원으로 2019년 1분기(1865억원) 대비 약 17%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6억원에서 112억원으로 100%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한 매출 추이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기간 그룹 내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올린 매출 비중은 줄었습니다. 그만큼 대외 사업의 비중을 늘렸다는 의미죠. 하지만 롯데정보통신의 매출 중 그룹 내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높은 편입니다. 롯데정보통신의 1분기보고서의 '특수관계자 등과의 거래내역'을 보면 롯데 그룹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올린 매출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롯데정보통신은 올해 1분기에 △롯데쇼핑(397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150억원) △호텔롯데(129억원) △우리홈쇼핑(102억원) △코리아세븐(94억원) 등 롯데 관련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총 15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분기 전사 매출(2179억원)의 약 73%입니다. 그래도 대내 매출의 비중은 감소 추세입니다. 2019년 1분기에 전사 매출에서 그룹 내 계열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8%였지만 2020년 1분기(71%)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70% 초반대를 유지했습니다. 이 말은 대외 사업의 매출 비중이 약 30%까지 올라왔다는 의미겠죠.

롯데정보통신의 대내 매출 비중은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주요 재무지표는 건전한 편입니다. 우선 총자본 중 총부채가 차지한는 비중을 뜻하는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37.72%로 전분기(57.13%)에 비해 19.41%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이하를 표준비율로 보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롯데정보통신은 안정적인 편입니다.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플러스(+) 123억원으로, 전분기(마이너스 592억원)에 비해 개선됐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현금 유입과 유출을 말합니다. 플러스를 기록했다면 영업활동을 벌이며 벌어들인 현금이 나간 현금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존 SI 및 SM을 제외한 롯데정보통신의 신규사업은 크게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스마트리테일로 구분됩니다. 롯데정보통신은 스마트팩토리에서 제조된 물품을 스마트물류 시스템을 통해 유통시키고 스마트리테일이 적용된 매장에서 판매까지 하는 과정을 새로운 밸류체인(가치사슬)이라고 판단하고 세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등 제조시설을 갖춘 곳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대표 솔루션은 올해 4월 내놓은 물류 특화 AI 솔루션 '아라뷰 로지스틱스'입니다. 아라뷰 로지스틱스는 시간당 15만개의 물류 이미지를 자동 분류합니다. 이미지 분석 후 규격과 포장형태에 따라 택배를 분류하는데 일 350만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아라뷰 로지스틱스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9개 물류센터에 적용됐습니다.

롯데정보통신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스마트팩토리·스마트물류·스마트리테일 관련 사업을 진행한 가운데 대외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분기보고서의 '수주 현황에 관한 사항'에서 주요 대외 고객 관련 프로젝트명을 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명을 보면 △호치민 증권거래 인프라시스템 구축 △베트남 농협은행 AP유지보수 △KT&G 차세대 전산센터 구축운영 △경부고속철도1단계 LTE-R △인천대교 ITS 대체사업 물품의 제조 및 설치 등의 대외사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롯데정보통신이 대외 사업 매출 비중을 더 늘려가려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삼성SDS·LG CNS·SK㈜ C&C 등 주요 IT서비스 3사도 적극 나선 시장입니다. 스마트팩토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5G 특화망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로 꼽히면서 많은 IT서비스 기업들의 관심을 받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스마트리테일은 같은 유통 계열의 IT서비스 기업 신세계아이앤씨와 CJ올리브네트웍스 등도 노리는 시장입니다.

롯데정보통신이 단순 유통을 넘어 스마트팩토리·스마트물류·스마트리테일로 이어지는 물류 밸류체인을 대외 시장에서도 확립할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대외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회사의 수준도 한단계 점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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