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넷제로 20년 앞당긴 SK이노베이션의 '현실적 고민'들

발행일 2021-07-02 07:22:37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북극 곰.(사진=게티이미지)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와 전쟁' 중입니다. 이산화탄소와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GHGs)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온실효과가 발생해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고 있죠.

경영계에 따르면 인류에게 주어진 온도는 '섭씨 2도'입니다. 지구 평균 지표기온이 섭씨 2도 이상 상승한다면 빙상과 빙모가 녹아 해수면이 1m 이상 상승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한 이상기온 등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18세기 산업혁명부터 무분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방출한 결과죠.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쓴다면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죠.

기업도 인류와 함께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곳에서 기업이 어떻게 영속할 수 있을까요.

2020년대 기업들도 지속가능한 생존과 번영을 위해 친환경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사회와 더불어 성장'을 추구하는 SK그룹 또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SK그룹은 최근 계열사의 '넷제로 달성 시한'을 20년씩 앞당기고 있습니다. 넷제로는 탄소 순배출량을 전혀 없게 하는 정책인데요. 전 세계가 넷제로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죠.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넷제로 대응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1일 오전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스토리데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3회째를 맞은 스토리데이는 딱 3년 만에 열렸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자리에서 'CTG(Carbon to Green)', 즉 탄소에서 친환경으로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30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재무 전략을 발표했죠.

SK이노베이션은 'LCMG(Less Carbon More Green)'를 목표로 친환경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게 목표죠. 이는 '즐기면서 일하는 것처럼' 쉽지 않은 목표로 보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고민과 전략을 살펴볼까요. 먼저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를 중심으로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 △플라스틱 리사이클을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 △넷제로 조기 달성 등 3가지의 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세상에서 '기름 공장'이 사라진다면...친환경 세상이 올까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인 SK에너지(옛 유공)는 1962년 설립된 한국 최초 정유회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부문 임원들은 최근 휘발유 생산공장을 멈추는 상상을 한 뒤 이를 구체화했다고 합니다.

서석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은 "극단적인 시장 상황을 상상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생산을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고, 가능하다는 1차적인 판단을 했다"며 "꾸준히 검토를 하게 되면 육상 수송용 연료의 제품을 전량 석유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걸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유업은 산유국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658만톤, SK종합화학은 318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습니다. 회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죠. 

SK에너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자료=금융감독원)

서 사장의 고민은 타당합니다. 정유업과 발전업, 철강업은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죠. 그런데 육상 수송용 연료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로 바뀌면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이죠.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휘발유·디젤 공장이 석유화학 제품 생산공장으로 바뀌는 날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아시아 기업 최초로 'Scope 1,2,3 배출량'을 단계별로 감축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각국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약 20여년 앞당겨 넷제로를 달성할 계획입니다.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유 화학사업은 2030년까지 전체 배출량을 50% 줄이기로 했죠.

온실가스 Scope 1,2,3 로드맵.(자료=환경부)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생산설비의 매각이 아닌 투자를 통해 넷제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업이 이산화탄소를 할당량 이상으로 배출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합니다. 탄소배출권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 앞으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죠. 지난달 30일 기준 톤당 1만5800원에 거래되고 있고, 3차 배출권 거래제 종료시한인 2025년이 다가올 수록 가격은 급등할 전망입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은 앞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죠.

김준 사장은 "탄소를 배출하는 사업을 다 매각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생산자가 바뀌는 것 뿐"이라며 "결국 누군가가 해결해야 할 것이며, 우리는 매각보다 투자에 무게를 두고 탄소배출 총량을 줄이는 걸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리있는 설명입니다. 탄소배출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면서 석유화학 설비는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죠. 설비 매각은 생산자를 바꾸는 것 뿐이며, 결과적으로 탄소배출 총량은 줄어들지 않아 해법으로 볼 수 없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설비의 성능을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할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그린 포트폴리오'...시장도 화답할까

SK이노베이션이 밝힌 앞으로 회사의 정체성은 '친환경 에너지 & 소재 회사'입니다. 주력인 정유업과 석유화학 산업의 비중은 낮추고, 배터리와 관련 밸류체인의 비중을 높여 '그린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설명이죠. SK이노베이션은 현재 30%인 그린 포트폴리오 자산을 2025년까지 70%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6위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배터리 제조사로 부상했고, 이듬해 3위 업체로 발돋움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전기차 1500만대에 탑재할 분량을 수주했습니다. 현재 캐파의 25배에 달하는 규모죠.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일 스토리 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블로터)

배터리 업계에서 실력을 입증했고, 수주량을 맞추려면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5년간 30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비즈니스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 생산공장을 증설하는데 상당한 투자금을 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캐파를 500GWh 규모로 늘릴 계획입니다. 현재 캐파(40GWh)의 12.5배에 달하는 규모죠. 1GWh당 약 130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약 59조800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 CEO가 설명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투자금을 지분(에쿼티)과 조인트벤처(JV), 차입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 분사와 기업공개(IPO)는 시간 문제라는 게 시장의 설명입니다. 앞으로 배터리 공장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데, IPO 또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한 방식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준 사장은 "배터리 사업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분사와 상장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받아들여줄 수 있을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의 분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회사 주식은 8% 이상 급락했습니다. 배터리 사업을 분사할 경우 기업가치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해 주주들이 주식을 내다판거죠.

이렇듯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그린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자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가 나아갈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반응은 주가를 통해 고스란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영진의 판단과 시장의 판단은 다를 수 있고, 친환경 사업을 주주는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죠. LG에너지솔루션을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하면서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던 선례도 있죠.

SK이노베이션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트폴리오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으로 각각 분할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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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규
    인규 2021-07-02 19:41:46
    sk iet테크놀로지가 이미 상장햇는데 뭘또 상장한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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