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사진=카카오뱅크)
▲ (사진=카카오뱅크)

최근 카카오뱅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일정 소식이 투자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첫 상장 소식인 데다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카카오뱅크의 공모가인데요. 희망 공모가가 기업 가치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공모 희망가 3만3000원·희망 시가총액 18조원'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올해 하반기 IPO(기업공개)에 나서기로 하면서 증권신고서에 작성한 내용입니다. 전체 공모 주식 수는 6545만 주, 주식 1주당 희망 공모가 범위는 3만3000~3만9000원인데요.

평가 시가총액으로는 22조9610억원, 여기에 18.8~.31.3%의 할인율을 적용한 희망 시가총액으로 15조6783억~18조5289억원을 제시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IPO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카카오뱅크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고, 주가가 당초 제시했던 희망 공모가보다 30% 오르면 시가총액은 2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도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KB금융지주(22조6615억원), 신한금융지주(20조7931억원), 하나금융지주(13조6160억원), 우리금융지주(8조3422억원)를 뛰어넘는 시가총액입니다.

희망 시가총액 산정에 앞서 산출한 주가순자산비율(PBR) 3.1~3.7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의 PBR은 0.35~0.49배 수준인데, 카카오뱅크의 주식 가치가 더 높을 것이라는 예상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죠.

PBR이란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만큼 저평가됐다는 뜻입니다.

▲ (자료=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자료=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카카오뱅크가 공모가 산정에 앞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최종 비교 대상으로 삼은 곳은 총 4곳인데요. 모두 해외 금융 플랫폼 회사입니다.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금융사는 왜 포함하지 않았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서 비교 대상 찾기 힘들다

카카오뱅크의 증권신고서를 살펴본 결과, 처음부터 해외 기업만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PBR 산정을 위한 비교 대상 집단으로 1차로 총 870개 회사를 선정했고, 이 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IBK기업은행,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가 명단에 포함됐었습니다.

▲ (자료=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자료=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하지만 총 4단계로 이어지는 비교 대상 압축 과정에서 국내 금융사는 탈락했습니다. 자기자본 5억 달러(한화 약 1조1360억원) 이상, 시가총액 10억 달러(한화 약 5680억원) 이상의 '규모 유사성' 단계까지는 통과했지만, 재무 유사성을 충족하지 못한 것인데요.

카카오뱅크가 자신들의 성장률 추이를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연 평균 성장률(CAGR)이 15% 이상인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서 국내 금융사들은 피어(Peer)그룹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 (자료=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자료=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결국 카카오뱅크는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비교 집단으로 로켓 컴퍼니스, 파그세구로 디지털, TCS그룹 홀딩스, 노르드넷를 최종 선정했는데요.

이들 4곳 회사의 PBR 평균값인 7.3배를 토대로 기업가치를 추정한 것입니다. 7.3배 PBR을 카카오뱅크의 자본총액과 곱하고, 공모자금 유입 규모까지 더해 평가 시가총액(22조9610억원)을 계산한 것이죠.

▲ (자료=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자료=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카카오뱅크는 비교 회사 선정 과정에 대해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 상장회사에 국한된 접근은 모바일 기반 비대면 영업이라는 동사의 사업 특수성, 수익성, 높은 영업수익 성장성, 높은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기반으로 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량 등을 반영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여, 해외에 상장되어 있는 은행 및 디지털 금융 사업자를 비교회사로 선정하였다"라고 증권신고서에서 설명했습니다.

희망 공모가 산정 과정을 보니 나름대로 논리적 근거가 있었던 겁니다. 물론 이런 논리에 대해서도 '적합성'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카카오뱅크가 아무 근거없이 국내 유수의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밸류를 자체적으로 매긴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입니다.

카카오뱅크의 희망 공모가와 희망 시가총액, 예상 시가총액을 바라보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가요. 테크(Tech)를 겸비한 금융업체가 전통의 금융 강호를 물리치고 과연 은행업 시총 1위 기업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가지 않나요. 보수적인 국내 금융업계에서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IPO가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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