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LG트윈스와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사진=LG트윈스)
▲ LG트윈스와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사진=LG트윈스)

LG그룹이 지난 2일 카카오모빌리티에 1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LG는 이달 20일 카카오모빌리티의 신주 156만8135주를 취득해 2.54%의 지분을 갖게 됩니다. 카카오와 KHAKI 홀딩스, 모빌리티코엔베스트에 이어 4대 주주의 지위를 얻게 됩니다.

LG는 지난해 라이드셀에 투자한 데 이어 모빌리티 분야에 또 다른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라이드셀은 차량 위치를 추적해 빠르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쉐어링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LG의 이번 투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해 모빌리티 사업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LG가 라이드셀 투자로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할 플랫폼을 확보했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이용자의 빅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LG는 이번 투자로 배터리와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 그룹 계열사가 추진 중인 모빌리티 사업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LG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다양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이것만 보면 LG의 지분 투자는 목적도 효과도 비교적 명확해 보입니다. 그런데 어딘가 빠진 '고리'가 하나 있어 보입니다. 당장 가시화되고 있는 사업에는 이번 파트너십으로 '윈윈' 효과가 분명해 보이는데, 미래에는 어떤 시너지가 있을지 안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그 핵심 고리는 바로 '미래차'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파트너십, LG에 1000억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까 

LG는 2018년 6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구광모 회장은 인공지능(AI)과 로봇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재계에서 알려져 있습니다.

모빌리티 분야는 LG의 미래와 맞닿아 있는 분야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1위의 배터리 메이커입니다. LG전자는 '모바일'을 버리고 '모빌리티'를 택했습니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와 손잡으면서 전장 사업에서 파워트레인 분야까지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파워트레인은 동력을 바퀴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모든 기관을 일컫습니다.

두 계열사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모빌리티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LG와 카카오모빌리티는 파트너십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모빌리티 분야에서 카카오와 협력할 수 있는 건 크게 두가지입니다. 카카오내비와 카카오T죠. 카카오내비는 국내 내비게이션 부문 점유율이 2위입니다. 지난해 11월 월간실사용자(MAU) 기준 1위는 티맵으로 1288만명이 사용하고 있고, 2위는 500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내비입니다. 1위와 2위의 격차가 상당하죠. 가입자수는 티맵이 1845만명, 카카오내비가 1600만명입니다. 카카오T의 MAU는 약 600만명입니다.

티맵은 SK그룹의 계열회사인 티맵모빌리티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SK와 LG가 배터리 사업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만큼 LG가 티맵과 파트너십을 맺어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 때문에 2위인 카카오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이죠.

▲ 자율주행 구동 방식 조감도.(사진=삼성전자 뉴스룸)
▲ 자율주행 구동 방식 조감도.(사진=삼성전자 뉴스룸)

내비게이션은 자율주행을 위한 '총아'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사업입니다. 자율주행은 지리정보와 교통정보 등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소비합니다. 사용자의 운전습관 등 데이터가 많을 수록 정확도가 높아지죠. 내비게이션은 교통 흐름을 넓게 보면서 차량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합니다. 내비게이션은 자율주행을 하는 자동차의 '눈'과 '뇌' 역할을 하는 거죠.

자율주행을 하려면 기존 내비게이션보다 더욱 진보한 디지털 정밀지도가 필요합니다. 이 지도는 자율주행 시스템에 필요한 3차원 도로환경 정보를 10~20㎝ 수준의 정확도로 제공해야 합니다. △차선 정보 △가드레일 △도로 곡률·경사 △신호등까지 모든 요소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달리 내비게이션은 운전자와 차량의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해 자율주행과 카쉐어링 등 모빌리티 사업에 활용할 수 있죠. 

LG가 그린 모빌리티 사업의 비전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에서 확보한 데이터의 쓰임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LG의 '모빌리티 플랫폼'에 따라 카카오의 데이터는 1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낼 수도 있고, 100억원 짜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 x 바스·충전 솔루션...시너지는 '글쎄'

LG와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력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요. LG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바스(Baas, Battery as a Service)와 전기차 충전 솔루션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들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으로 당장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이 지분을 활용하거나 협력을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건 적극 장려할 일입니다. LG와 카카오모빌리티는 각자 경쟁력이 있는 사업을 활용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죠. LG는 제조 부문에, 카카오모빌리티는 IT를 활용한 플랫폼 사업에 경쟁력이 있죠. 

그런데 LG가 지분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싶어하는 '타깃'은 다소 의아합니다. LG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바스와 LG전자의 전기차 충전 솔루션을 타깃으로 잡았는데요.

바스는 배터리를 수리하고 렌탈, 재활용하는 서비스입니다. 배터리를 오래 사용하려면 완전 방전되기 전에 수시로 충전해야 합니다. 배터리는 0% 상태까지 완전 방전된 후 충전할 경우 수명이 줄어듭니다. 100%까지 충전해도 배터리의 수명이 짧아집니다.

전기차 오너라면 배터리를 완전 방전하거나 충전하지 않도록 수시로 충전하는 게 배터리 수명도 늘리고, 비용도 절약하는 길이죠.

▲ 전기차 폐배터리 활용 현황 및 시사점.(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 전기차 폐배터리 활용 현황 및 시사점.(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배터리가 충전을 통해 무한정 재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배터리는 충전할 수록 수명이 짧아지는 구조적인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충전 용량이 초기 용량 대비 70% 이하로 감소하면 주행거리 감소와 충·방전 속도 저하로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죠.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제조사는 폐배터리를 수거해 재사용 및 재활용해야 합니다. 배터리 제조사는 △수리(Repair) △렌털(Rental) △충전(Recharg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ing) 등의 배터리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바스와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연관성은 충전 서비스 외에는 뚜렷하게 없어 보입니. 전기차 차주가 주행 중 인근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를 효율적으로 찾는 것 외에는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만약 카카오내비가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충전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다면 LG에너지솔루션에 도움이 되죠. 이 또한 배터리 제조사보다 완성차 업체 또는 전기차 충전업체에 적합한 서비스죠.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점유율은 23% 가량으로 전기차 5대당 1대는 LG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달립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얻은 배터리 데이터가 유의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관리 솔루션 사업과는 어떨까요. 카카오모빌리티가 전기차 충전사업에 진출했으니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성장성이 커보이진 않습니다. 

▲ 전기차 충전 인프라 밸류체인.(자료=딜로이트)
▲ 전기차 충전 인프라 밸류체인.(자료=딜로이트)

딜로이트가 올해 3월 발표한 '전기차 충전소의 경제성과 시장의 기회' 자료에 따르면 사업성을 점쳐볼 수 있어 보입니다. 딜로이트는 전기차 충전사업은 2023년 이후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으며, 풍부한 자본을 갖고 있거나 이상적인 파트너십을 갖고 있는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국내 전기차 충전인프라는 앱과 내비게이션, 결제 시스템이 모두 별개입니다. 충전소 앱을 열고 위치를 파악한 후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후 신용카드 등을 내는 방식이죠. 카카오가 충전 사업에 나설 경우 '올인원'이 가능해집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전기차 충전사업에 나설 경우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성장성이 기대되죠.

반면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시장도 국내로 한정된 데다 솔루션 사업인 만큼 성장에도 한계가 예상됩니다. 카카오가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겠지만, 카카오만으로 전기차 충전솔루션 사업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이렇듯 이미 가시화된 LG의 모빌리티 사업과 카카오와의 시너지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LG의 자율주행 사업과 완성차 진출 가능성 측면에서 이번 파트너십을 살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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