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올해 '라인게임즈'(LINE GAMES)는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두 건의 투자유치와 개발사 인수를 진행했기 때문이죠. 앞서 확보한 1000억원의 자금을 신작 개발 및 운영에 투입중인 만큼 추가 자금이 필요했던 것일까요. 

지난달 라인게임즈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LG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4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합니다. 앞선 투자유치에 비해서는 절반도 되지 않는 규모인데요. LGM인베스트먼트로부터의 투자유치는 어떤 의미로 볼 수 있을까요.

'라인게임즈'는 아직 배가 고프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을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며 더 큰 목표가 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라인'(LINE)의 게임 자회사와 '드래곤플라이트' 개발사 '넥스트플로어'의 합병으로 새롭게 출범한 '라인게임즈'도 여전히 배가 고픈 상황인데요. LGM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배경을 알아보기 전 라인게임즈의 재무 상황과 손익 현황 등을 먼저 볼 필요가 있습니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의 글로벌 인프라와 넥스트플로어의 개발 및 퍼블리싱 노하우가 더해진 라인게임즈는 기존 히트작을 포함, 게임업계에 '신흥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이미 '드래곤플라이트', '데스티니 차일드' 등 히트작을 배출한 넥스트플로어와의 합병을 통해 대형 퍼블리셔로 위용을 갖출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요. 

▲ 라인게임즈가 서비스 하는 '베리드스타즈'(위)와 '엑소스 히어로즈'. (사진=라인게임즈 홈페이지 갈무리)
▲ 라인게임즈가 서비스 하는 '베리드스타즈'(위)와 '엑소스 히어로즈'. (사진=라인게임즈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로 라인게임즈는 2019년 11월 개발사 '우주'가 제작한 모바일 수집형 RPG '엑소스 히어로즈'를 출시해 호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오픈 기준 10만명의 유저가 몰리며 구글·애플 최고매출 톱5에 올랐죠. 이보다 앞서 출시한 모바일 전략 RPG '퍼스트 서머너'의 경우 '세로형 UI'와 '100% 수동 전투'라는 차별성으로 도전장을 던졌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라인게임즈의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죠. 일부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 종료, 서비스 게임 흥행 부진 등으로 인해 흔들리던 라인게임즈에게 우주의 엑소스 히어로즈는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죠. 

엑소스 히어로즈 흥행으로 인해 라인게임즈의 손실규모도 소폭 개선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라인게임즈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합병연도인 2018년 약 346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1년 만에 522억원 규모로 더 늘었는데요. 지난해의 경우 약 3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합병 후 '라인게임즈-플레이-게임'(LPG) 행사를 통해 매년 10여종에 달하는 신작을 공개할 만큼 의욕적인 라인게임즈에게 엑소스 히어로즈의 성공은 성장 가능성으로 다가왔습니다. 제2의 엑소스 히어로즈, 아니 더 큰 히트작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꾸준히 라인업을 늘려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로게임즈' 등 실력있는 개발사를 인수하며 외형확장 및 기술력 확보에 나섰죠. 라인게임즈는 지난해 협력관계에 있던 '데스티니 차일드'의 개발사 '시프트업' 주식 11만1200주를 약 150억원에 처분하는가 하면 일부 자회사가 이탈하는 과정도 겪었지만 인수합병(M&A)과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기에 이릅니다.    

▲ (사진=채성오 기자)
▲ (사진=채성오 기자)
다만 외형 확장에 힘쓰다보니 재무건전성은 다소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지난해를 기준으로 봤을 때 라인게임즈의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112.72%와 45.62%로 매우 양호한 재무건전성을 보였습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88억원을 확보했고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18.91%를 기록했죠. 

여기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유동비율 1330.70%, 부채비율 10.38%, 현금 및 현금성자산 1303억원, 차입금의존도 0.33% 등 2018년의 연간지표와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보유하고 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2018년 1303억원에서 2019년 398억원, 지난해 288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는데요.

연내 PC 온라인 액션 RPG '더 밴시'와 멀티플랫폼 핵앤슬래시 RPG '언디셈버' 서비스를 앞둔 라인게임즈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보장할 캐시카우를 만들기 위한 자금이 필요한 셈이죠. 여기에 '크리스탈 하츠2: 차원의 나침반', '프로젝트 하우스홀드', '퀀텀 나이츠' 등의 신작 라인업을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재원이 절실했을 것입니다. 

홍콩, 한국, 중국…다음은 캐나다?

올 들어 라인게임즈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섰습니다. 안정적인 운영 및 개발력 확보를 위해서는 풍부한 유동성이 더 이상 흔들려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자리잡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앞서 라인게임즈는 지난 4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합니다. 제3자 배정 대상자는 '프록시마 베타'인데요. 프록시마 베타는 중국 IT기업 텐센트가 2016년 홍콩에 설립한 게임 회사입니다. 즉 텐센트가 자회사 프록시마 베타를 통해 라인게임즈에 간접 투자를 진행한 셈인데요. 프록시마 베타는 최근 국내 출시한 미소녀 RPG 게임 '백야극광'의 퍼블리셔이기도합니다. 

▲ 라인게임즈 손익 현황. (사진=채성오 기자)
▲ 라인게임즈 손익 현황. (사진=채성오 기자)
텐센트의 투자에 앞서 비슷한 시기 진행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상대방은 '카이로스 케이엘 사모투자합자회사'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사모펀드는 지난 3월 라인게임즈의 신주배정주식 3만4011주를 약 508억에 취득했죠. 카이로스 케이엘 사모투자합자회사는 '대유'와 '조광ILI'가 각각 출자한 자금으로 설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라인게임즈는 중국과 국내 자본을 골고루 확보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는데요.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은 신작 개발 및 운영에 활용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인게임즈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지난달 8일 우주의 주식 32만8146주를 약 217억원에 확보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를 통해 우주는 라인게임즈의 100% 자회사가 됐죠. 라인게임즈는 우주를 자회사로 편입한 후 지분을 꾸준히 늘리다 지난달 지분 전량을 사들이기에 이릅니다. 

그것만으로 부족했을까요. 라인게임즈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LG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42억원을 수혈받습니다. LGM인베스트먼트는 라인게임즈의 우선주 9500주를 141억8961만8000원에 확보하는데요. LGM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지난달 15일 해당 금액을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진=라인게임즈)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진=라인게임즈)
그렇다면 LGM인베스트먼트는 어떤 기업일까요. LGM인베스트먼트는 캐나다의 다국적 금융기업인 '몬트리올 은행'(BMO)의 글로벌 투자회사입니다. BMO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투자회사인만큼 자본력과 시장 접근성 면에서 탄탄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현재 LGM인베스트먼트는 런던과 홍콩에 기반을 두고 글로벌 지역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홍콩'인데요. 라인게임즈는 합병 후 꾸준하게 투자를 유치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습니다. 지난 2018년 12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룽고엔터테인먼트'로부터 약 12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룽고엔터테인먼트는 홍콩계 투자업체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가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관련 유상증자에 참여해 라인게임즈의 2대 주주로 올라섰죠. 지난해말 기준 룽고엔터테인먼트는 라인게임즈의 지분 27.04%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물론 라인게임즈 측이 "공시에 기재된 것 외에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힌 만큼 속내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홍콩 등 동남아 지역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한 '라인'(LINE)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 전 세계 지역에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며 알려진 대외적 인지도 등이 외국계(아시아)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경로가 아니었을 지 가늠해볼 정도죠. 과연 라인게임즈는 대형 흥행작을 통해 캐시카우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풍부한 유동성도 회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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