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우버 ‘디디추싱(滴滴出行·디디)’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틀 만에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라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중국 현지의 모든 앱 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을 제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4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매체 <테크크런치>는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애플의 앱 스토어 등 앱 장터에서 디디추싱 앱을 제거할 것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개인정보 수집·사용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CAC는 이달 2일 디디추싱에 대해 전격적인 안보 조사 개시를 선언했다. 조사기간 중에는 신규 이용자 모집도 중단시키기로 했다. CAC는 이번 조사에 대해 국가안보법·인터넷(사이버)안보법에 따라 국가 ‘데이터 안보’ 위험을 방지하고,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CAC가 디디추싱을 조사하는 배경에는 기업공개(IPO)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디디추싱은 지난달 30일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중국기업의 기업공개(IPO)로는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디디추싱이 미국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이 안보상 중요시하는 데이터를 미국에 제공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디디추싱은 이에 대해 ‘헛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미·중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시점에 디디추싱이 중국 본토나 홍콩 증시가 아닌 뉴욕행을 택하자 당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외신들도 중국 당국의 ‘표적조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중국공산당 창당 기념일 직후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를 발표한 것은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2012년 중국 베이징에서 설립된 디디는 차량호출로 시작해 음식배달·화물·자율주행·전기차 충전소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현재 중국 등 16개국 4000개 도시에서 차량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이용자수는 4억9300만명, 기사 수는 1500만명에 달한다.

한편 디디추싱은 웨이보를 통해 당국의 요구에 따라 앱스토어에서 자사 앱이 삭제됐으며, 신규 사용자 등록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미 앱을 내려 받은 경우에는 정상적인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디디추싱은 “위험을 조사하도록 지도해준 관할당국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본격적으로 시정·개혁하고 위험을 예방하겠다”며 “이번을 계기로 사용자의 개인정보·데이터 등을 지속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안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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