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에스원 사옥. (사진=에스원)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에스원 사옥. (사진=에스원)

에스원은 국내 대표 물리보안 기업입니다. 물리보안이라고 하면 빌딩이나 사무실, 가정의 CCTV를 활용한 출동경비 서비스가 기본으로 꼽힙니다. 에스원은 이뿐만 아니라 △지능형 영상보안 △보안관제·문서중앙화 등 정보보안 △안심모바일 △차량운행관리 △빌딩 자산·시설관리 등 부동산종합서비스 등을 수행하는 종합보안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에스원은 삼성 계열사로 알려져있죠. 하지만 정작 회사의 대주주는 일본 보안 기업 '세콤'입니다. 에스원은 기업 및 가정용 보안 서비스 브랜드로 세콤(SECOM)을 사용하고 있죠. 물론 삼성 계열사들의 에스원 지분을 모두 더하면 세콤보다 지분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단일 기업별로 보면 세콤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했습니다. 일본 기업이 대주주인 삼성 계열사인 셈이죠. 이러한 에스원의 독특한 지배구조와 매출 비중, 사업 내용을 따져보는 것은 국내 1위 물리보안 기업의 지배구조를 이해하고 더불어 급변하는 보안 업계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세콤이 에스원의 최대주주가 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회사가 세워진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에스원의 전신인 국내 최초의 보안회사 한국경비실업이 출범했습니다. 삼성이 한국경비실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세콤이 참여했습니다. 세콤이 인수에 참여한 이유는 기술 제휴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보안 사업에는 각종 제품에 들어가는 센서가 필요한데 당시에 국내에는 관련 기술이 없었지만 세콤은 이러한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세콤은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투자 차원에서 한국경비실업의 인수 과정에 참여한 셈이죠. 현재는 기술적 독립을 이뤄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사명은 한국안전시스템에서 에스원으로 변경됐고 1996년 상장했습니다. 이후 에스원은 국내 물리보안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며 ADT캡스, KT텔레캅 등과 경쟁했습니다.

에스원의 올해 1분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세콤이 25.6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콤의 최대주주는 일본 마스터 트러스트 신탁은행입니다. 지분율 5% 이상의 주요주주로는 삼성SDI(11.03%), 국민연금(6.53%), 삼성생명보험(5.34%)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대주주는 세콤이지만 삼성SDI와 삼성생명보험에 다른 삼성 계열사, 에스원의 자사주(11.02%)까지 합하면 삼성 계열사들의 합계 지분율은 31.59%가 됩니다. 에스원은 최고경영자(CEO)도 삼성 그룹의 사장단 인사를 통해 발표됩니다. 최대주주만 세콤일 뿐 삼성 계열사인 셈이죠.

삼성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에스원의 매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1분기보고서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역'을 보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한 1분기 매출은 1038억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삼성생명보험(160억원), 삼성디스플레이(133억원)가 뒤를 이었습니다. 세 회사를 대상으로 한 매출 합계는 약 1331억원으로, 이는 1분기 전체 매출 5605억원의 약 24%에 해당되는 규모입니다. 이같은 삼성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매출에 대해 에스원은 기술 유출에 매우 민감한 삼성의 핵심 사업장이라 보안 업무를 외부에 맡기기는 곤란한 특수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에스원의 실적 추이 그래프를 보면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습니다. 5년전 4000억원대였던 분기 매출은 올해 1분기 5000억원 중반대로 올라섰고 영업이익은 500억원 중반대를 유지했습니다. 회사의 주요 재무지표도 안정적입니다. 1분기 부채비율은 43%입니다. 전분기말(37.75%)에 비하면 다소 늘었지만 40%대의 부채비율은 양호한 편입니다. 부채비율은 부채 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로 기업 재무지표 중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입니다.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자기자본 대비 빌린 돈의 비중이 커진다는 의미이므로 기업의 지불능력이 점점 나빠진다는 의미입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1분기 플러스(+) 552억원으로 413억원이었던 지난해 1분기보다 현금 유입량이 늘었습니다. 이자나 배당금으로 들어온 현금 증가폭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이 더 많은 점도 고무적입니다. 

삼성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매출만으로는 회사의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죠. 에스원이 대외 고객 확대에 적극 나선 이유입니다. 에스원은 대외적으로는 ADT캡스, KT텔레캅 등과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작은 매장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무실과 빌딩 전체의 보안·에너지·안전 관리까지 책임지는 종합 보안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SK텔레콤의 자회사 ADT캡스는 지난해 말 정보보안 기업 SK인포섹과 합병해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을 함께 제공하는 융합보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죠.

에스원은 정보보안과 물리보안을 함께 제공하는, 보안과 건물관리를 주력 사업으로 내세워 차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보안은 이미 주요 관공서와 대학, 대형 스포츠 시설 등 80만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에스원은 통합보안플랫폼 구축에 나섰습니다. 에스원은 정보보안·인공지능(AI)·생체인증·건물관리 등 에스원이 제공하는 각종 보안 기능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골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하나의 사업인 건물관리는 크게 빌딩자산운영(PM)과 빌딩시설관리(FM)로 구분됩니다. PM은 건물의 임대과 입주를 비롯한 자산관리를 대행해주는 사업을 말합니다. FM은 에너지 효율화·주차·보안·청소 등을 관리하는 사업입니다. 최근 가치가 상승한 초고층 빌딩이 늘어난 가운데 건물 자산 및 상태 관리를 책임지고 운영해줄 사업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은 에스원에게 분명 호재입니다. 이 시장에서 에스원의 주요 경쟁자는 보안 기업이 아닌 LG 빌딩 관리 계열사 S&I코퍼레이션이 꼽힙니다. 이 시장은 ADT캡스·KT텔레캅과 경쟁하는 분야가 아닌 다른 시장인 셈입니다.

이렇듯 에스원은 단순한 물리보안을 벗어나 보안과 빌딩 관리를 책임지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에스원이 슬로건 '종합 안심솔루션 기업'처럼 보다 다양한 사업과 고객을 보유한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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