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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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G 28기가헤르츠(㎓) 기지국의 공동구축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낸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은 28㎓ 에 대한 수요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28㎓ 기지국을 공동구축하는 방안에 대해 "28㎓ 공동구축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살펴보지 않고 있다"며 "28㎓ 대역이 안 터질 경우 다른 대역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다른 5G 주파수 대역인)3.5㎓는 이통사 각각의 망이 있어 기술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고 말했다.

SKT·KT·LG유플러스는 지난 2018년 경매를 통해 5G 주파수를 할당받으면서 28㎓ 기지국은 2021년말까지 각 사당 1만5000국씩, 총 4만5000국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과받았다. 3.5㎓ 대역은 5G 전국망에 활용되고 있어 기지국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B2B(기업간거래) 용도로 주로 쓰일 28㎓는 기업의 수요가 있어야 기지국을 구축할 수 있다. 28㎓는 3.5㎓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는 빠르지만 직진성이 강하고 도달거리가 짧아 특정 지역이나 건물 주위에서 사용 가능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넓은 지역을 커버해야 하는 전국망 용도보다 B2B용으로 적합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장 28㎓를 적용할 수 있는 B2B 시장은 스마트팩토리가 꼽힌다. 스마트팩토리는 기존의 제조시설에 각종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부착하고 센서에서 발생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망이 필요한데 5G 28㎓ 대역이 적합하다. 하지만 제조시설을 보유한 기업들은 기존 공장의 설비에 급하게 IoT 센서를 장착하기는 어렵고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다고 해도 중장기 계획에 포함돼 당장 28㎓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이통사들은 28㎓ 기지국을 구축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란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28㎓를 원하는 기업의 수요가 거의 없고 기지국에 들어갈 상용 모뎀 공급도 쉽지 않다"며 "수요처를 찾으며 최대한 28㎓ 기지국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의무 할당량을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기업들의 28㎓ 수요가 없는 가운데 각종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28㎓ 활용처를 늘리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파가 몰리는 쇼핑몰이나 스포츠 시설에 28㎓ 기지국을 설치해 각종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SKT는 서울시 강남구의 복합쇼핑몰 코엑스와 잠실 야구장·제주 월드컵 경기장 등에 VR(가상현실) 체험존을 설치하고 28㎓ 와이파이를 제공 중이다. KT는 수원 위즈파크와 목동 체임버홀 등에 홀로그램 화상 팬미팅 체험존과 자율주행 AI 로봇 서빙·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부여 정림사지와 공주 공산성, 광주 챔피언스필드 등에서 3D 역사 콘텐츠와 선수별 스윙 슬로모션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일시적인 B2C용이라 28㎓를 지속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통사들은 회계상으로 28㎓ 대역 주파수에 대해 미리 손상 반영을 해놓은 상태다. 이통사들은 올해 초 공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통해 28㎓ 대역 주파수 이용권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손상차손이란 자산의 미래경제적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가 주파수 이용권이 아직은 경영자가 의도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통신 장비 제조사들도 28㎓ 기지국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준비는 했지만 본격적인 생산에는 나서지 않은 상태다. 제조사 관계자는 "28㎓ 장비는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할 수 있는 상태이지만 아직 업계의 수요가 없어 제대로 된 생산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B2B 수요가 근시일내에 나올 것 같지 않아 28㎓ 장비의 본격 생산이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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