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의 경쟁력은 자체 콘텐츠인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OTT오리지널]에서는 특색 있는 작품을 분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1인치'를 찾아봅니다. 내용 중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몇 년전만해도 '실장님'과의 로맨스가 주를 이뤘던 한국 콘텐츠가 OTT 플랫폼을 만나 장르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좀비', '크리쳐', '우주' 등 다양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덕분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흥행작도 배출되고 있다.
새로운 소재로 중무장한 한국 콘텐츠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힘을 펴지 못하고 있는 장르가 있으니 바로 '시트콤'이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종편 채널에서도 자취를 감춘 시트콤은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까.
그러나 뒤이어 제작된 작품들의 부진과 함께 웃음을 줄 수 있는 대체재로 '관찰형 예능'이 큰 성공을 거두며 시트콤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 시트콤이 대부분 일일극 형태로 방영되면서 빠듯한 제작 일정과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뒤따랐다. 결국 2013년 KBS 2TV '일말의 순정'을 끝으로 지상파 시트콤은 장기 휴업 상태에 들어갔고, tvN에서 제작된 '감자별 2013QR3'도 1%대의 낮은 시청률로 마무리됐다.
해당 보도 이후 약 9개월 만인 지난달 18일, 넷플릭스는 지구망을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했다. 지구망은 서울에 위치한 '대한대학교' 국제 기숙사를 배경으로 글로벌 청춘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다룬 작품이다. 지구망은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 시리즈의 권익준 PD와 '하이킥' 시리즈의 김정식 PD 등 한국 시트콤 역사를 장식한 제작진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주목할만한 점은 넷플릭스 외에 다른 OTT 플랫폼에서도 시트콤 장르물을 기획한다는 점이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제작하고 있다. 카카오TV의 경우 에이스토리와 시트콤을 준비하고 있으며,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시트콤 '맛있는 녀석들, 만드는 녀석들'도 나올 예정이다.
국내 시트콤 창작자들과 OTT의 의기투합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사전제작으로 콘텐츠를 선보이는 OTT의 제작 환경에 따라 창작자들은 기존 방송 가운데 일일극으로 방영되던 시트콤의 제작 부담 및 제작비 고민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시트콤은 짧은 호흡 및 촘촘한 에피소드 구성 등 콘텐츠 특성상 다양한 연출진 및 작가진의 공동 창작이 강조되는 장르"라며 "기존 포맷을 넘어 자유로운 구성이 가능한 OTT와의 호흡이 더 기대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종영한 지 17년이 지난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후속작이 탄생하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듯, 한국 시트콤도 국내 콘텐츠의 대표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