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가 소재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와 폭스바겐그룹 등 전기차 업체와 LG에너지솔루션 등 완제품 전지업체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는 배터리를 만들고, 배터리 업체는 양극재와 음극재 등 주요 소재를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전기차 붐'을 맞아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는 원가 절감을 위해 수직계열화에 나서고 있어 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포스코케미칼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가 시장 다변화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이 배터리 소재 매출의 최소 50% 이상을 차지하는 '탈 LG에너지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양극재 등 핵심 소재의 내재화율을 높이고 있어 장기적으로 포스코케미칼의 납품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포스코케미칼이 8일 포항시청에서 경상북도, 포항시와 함께 양극재 사업 투자협약을 체결했다.(사진=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이 8일 포항시청에서 경상북도, 포항시와 함께 양극재 사업 투자협약을 체결했다.(사진=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6000억원을 투자해 영일만 일반산업단지에 연산 6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광양공장에 3만톤 추가 증설을 결정했는데, 5개월 만에 포항공장에 증설을 결정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는 포스코케미칼이 전기차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미국 또는 유럽에 신규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내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국내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케미칼은 "미국와 유럽, 중국 등 해외에도 속도감 있는 투자를 단행해 연산 11만톤 규모의 해외 양극재 공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케미칼은 포항과 광양, 구미공장에서 16만톤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해외에서 11만톤을 생산해 2025년까지 27만톤을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2030년까지 양극재 40만톤 생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인데, 빠르게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생산량.(자료=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생산량.(자료=포스코케미칼)

이번 보도자료에서는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솔루션 마케팅을 공식화한 점도 눈에 띈다. 포스코케미칼은 "글로벌 완성차사들의 배터리 내재화와 권역별 공급망 구축 등 시장 변화가 포스코케미칼과 같은 사업 역량을 갖춘 소재사에 성증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적극적인 투자와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중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 중인 곳은 테슬라와 폭스바겐그룹, GM 등이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셀을 개발해 전체 수요의 80%를 직접 생산해 조달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2030년까지 3테라와트(TWh) 규모의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전기차와 ESS(에너지저장 시스템)를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 수요를 전량 직접 생산해 조달할 계획이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얼티엄셀즈에 납품될 양극재와 음극재를 포스코케미칼이 맡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어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 중인 것이다. 올해 IR 1분기 자료에서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에너지사업 추진현황' 챕터를 보면 "주요 완성차사를 대상 솔루션 마케팅을 강화한다"며 "GM 등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그룹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완성차사 대상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료에서 언급한 '그룹사 네트워크'는 바로 포스코를 의미한다.

▲ 포스코케미칼의 1분기 IR 자료.(자료=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의 1분기 IR 자료.(자료=포스코케미칼)

포스코는 테슬라와 폭스바겐, 토요타 등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고 있다. 모기업이 갖고 있는 자동차강판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사 다변화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 중인 완성차 제조사가 많지 않은 만큼 포스코케미칼은 테슬라와 폭스바겐, GM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납품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포스코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고객사를 다변화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소재의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핵심 납품사인 포스코케미칼도 고객사를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케미칼의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본부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만 25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5332억원)의 48.1%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 매출은 대부분이 LG에너지솔루션에서 나왔다.

▲ 포스코케미칼 배터리 소재 국가별 매출 비중.(자료=금융감독원)
▲ 포스코케미칼 배터리 소재 국가별 매출 비중.(자료=금융감독원)

이를 보면 포스코케미칼의 LG에너지솔루션 의존도가 50%에 가까운 셈이다. 국내 시장과 유럽 시장을 합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비중은 5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의 내재화 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포스코케미칼은 고객사 다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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