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 생산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생산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2030년까지 10년 동안 배터리 사업에 15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연구개발(R&D) 분야에만 9조7000억원(64%)를 투자해 경쟁 업체들과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5조원의 투자금은 LG에너지솔루션의 자산총액(20조8000억원)의 73%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상장을 통해 마련한 '실탄'과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투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오후 오창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 전략 보고대회'에서 15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R&D 및 생산기술의 삼각허브를 구축 △LG IBT 설립 통한 전문인력 육성 △소부장 업체 통한 밸류체인 강화 등 3대 핵심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5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기술을 고도화하고, 내재화율을 끌어올리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 LG에너지솔루션 생산기술 감각 허브.(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생산기술 감각 허브.(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라인 증설과 기술 확보에 12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테네시주에 GM과 합작공장인 얼티엄셀즈의 2공장을 짓는다. 총 투자금은 2조7000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50%인 1조3500억원을 부담한다. 이외에도 유럽 폴란드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50조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어 해외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계획한 투자금에 미국공장과 유럽공장에 들어갈 투자금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 조만간 생산공장 증설 계획도 추가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 모기업인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개발과 내재화율을 높이는데 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소재와 부품, 장비의 국산화비율은 43%, 72%, 87%까지 확대했다. LG화학은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등 핵심 소재는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양극재와 음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50%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내재화율을 높일 수록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LG화학은 2016년 GS이엠의 양극재 사업을 인수했다. 이후 내재화율을 꾸준히 확대했고, 현재 20%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지난해 2000억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증설했고, LG전자의 분리막 사업도 LG화학으로 이관해 육성하고 있다. 최근 대주전자재료 등 음극활물질 업체들을 대상으로 LG화학이 M&A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LG화학의 이 같은 노력은 소재 부문의 내재화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에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금을 소재 부문에 배정한 만큼 M&A 가능성도 열려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생산기술을 고도화할 연구 인력 확보에도 주력한다. 대전 R&D 캠퍼스는 고용량의 4원계(NCMA) 양극재와 고용량 실리콘계 음극재 연구로 제품 경쟁력을 높인다. 마곡·과천 수도권연구소는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전지를 연구하는 허브로 육성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공장 내 LG IBT(Institute of Battery Tech)를 설립한다. 전 세계 업체 중 배터리 제조사가 관련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건 처음있는 사례다. 전기차 붐으로 배터리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기술력을 높여 경쟁업체들과 격차를 벌리겠다는 의도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계획된 투자금을 단계적으로 지출할 계획이다. 인수합병(M&A)처럼 단기간에 지출하지 않는 만큼 재무적 부담은 덜하다. 다만 투자규모가 워낙 큰 데다 기계획된 투자금도 집행해야 하는 만큼 재무적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관건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통해 얼마만큼의 실탄을 확보하고, 이를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올해 1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7403억원이다. 금융자산으로 분류되는 기타수취채권까지 합하면 1조6687억원이다. 차입금은 2조238억원으로 대부분이 장기 차입금(사채 1조9846억원)이다. 단기 상환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환이다. 2023년 6641억원의 사채(유로화)를 갚아야 하고, 2024년과 2026년 각각 5667억원, 2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LG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재무 현황.(자료=금융감독원)
▲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재무 현황.(자료=금융감독원)

LG화학의 1분기 현금성 자산은 1조6704억원이다. 금융자산인 장기수취채권은 1625억원, 종속기업 투자자산은 8조7924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15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보다 투자 대비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경쟁업체보다 안전하고 성능이 개선된 배터리를 납품해야 하는 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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