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포스코센터.(사진=포스코)
▲ 포스코센터.(사진=포스코)

한국의 대표 수출 효자종목에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를 포함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4월 발표한 '산업의존도 요인 분해를 통한 우리 경제 IT산업 의존도 평가'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휴대폰(-4.8%)과 디스플레이(-5.8%) 수출량은 줄고, 반도체(8.9%)와 자동차(1.0%), 배터리(0.6%)는 증가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미국이 수입한 배터리는 29억49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늘었습니다. 미국이 배터리를 수입한 국가 중 증가율이 세자리수를 기록한 곳은 한국과 폴란드, 말레이시아 3곳 뿐이라고 합니다. 폴란드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공장이, 말레이시아에는 삼성SDI 생산공장이 있죠.

한국 배터리 업체가 생산한 제품이 전 세계를 호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1월부터 5월까지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CATL이 1위, LG에너지솔루션이 2위를 기록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23.1%로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전기차 5대 중 1대는 LG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달리는 셈이죠.

▲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자료=SNE 리서치)
▲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자료=SNE 리서치)

배터리 업체의 눈부신 성장을 조력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바로 소재와 부품, 장비 업체인 '소부장' 업체들이죠.

LG에너지솔루션은 소재와 부품, 장비의 국산화비율이 각각 43%, 72%, 87%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의 원료는 대부분 호주와 콩고 등 해외에서 수입해 씁니다. 소재의 국산화비율이 43%에 달하는 건 양극재와 음극재를 국내 업체에서 공급받기 때문이죠.

5년 간 950% 성장...'완성차·배터리·소재' 업체 혈맹으로 성장가도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적인 소재 업체는 포스코그룹의 계열사 포스코케미칼입니다.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의 약 50%를 차지하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 생산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곳은 중국 샨샨과 BTR 뿐입니다. 

▲ 포스코케미칼 매출 추이.(자료=포스코케미칼 IR 북)
▲ 포스코케미칼 매출 추이.(자료=포스코케미칼 IR 북)

포스코케미칼은 2017년부터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양극재 부문 매출은 3514억원으로 2017년(334억원)보다 952.0% 성장했습니다. 음극재 매출은 지난해 181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382억원)과 비교해 매출은 376.1% 커졌죠. 

포스코케미칼의 빠른 성장에는 모기업인 포스코의 지원과 납품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의 지난해 에너지사업본부(배터리 사업) 매출은 5332억원에 달했습니다. 전년보다 143.5%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전체 매출 중 중국 시장 매출은 256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8.1%를 차지했죠. 유럽과 국내 시장 매출 비중은 각각 21.8%, 25.9%입니다.

배터리 업계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의 중국 매출은 대부분이 LG에너지솔루션에서 나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 비중이 최소 50% 가까이 차지하는 셈이죠. 단일기업의 매출 비중이 50%를 넘는 경우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죠.

▲ 포스코케미칼 소재 국가별 매출 비중.(자료=금융감독원)
▲ 포스코케미칼 소재 국가별 매출 비중.(자료=금융감독원)

포스코케미칼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에도 양극재와 음극재를 납품할 예정입니다. 얼티엄셀즈의 미국 공장 캐파는 약 70GWh로 전기차 105만대에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는 양이죠. 포스코케미칼의 납품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포스코케미칼에 호재가 예상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글로벌 4위 자동차 회사인 스텔란티스의 배터리 내재화 소식이었죠. 스텔란티스는 미국과 유럽에 배터리 공장 5개를 지을 계획입니다. 2025년까지 130GWh, 2030년까지 310GWh 규모의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계획이죠. 스텔란티스는 지프와 시트로엥, 피아트 등 14개의 완성차 메이커를 보유한 회사입니다.

스텔란티스는 얼티엄셀즈와 같이 합작사 형태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계획입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다수의 후보가 파트너사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에코프로비엠에서 양극재를 공급받고, LG에너지솔루션은 포스코케미칼에서 받고 있죠. 합작사로 LG에너지솔루션이 결정날 경우 포스코케미칼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관건은 스텔란티스가 앞으로 생산될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를 달지 파우치형을 달지에 달렸죠. 파우치형은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은 삼성SDI가 생산하고 있죠.

각형은 대량생산에 용이하지만 충격에 강한 대신 공간 효율이 낮죠. 이런 점을 이유로 에너지 밀도가 낮습니다. 파우치형은 공간 효율과 에너지 밀도가 우수한데, 대량생산에 불리하고 충격에 약한 게 단점입니다. 성능은 파우치형이 우수하고, 안전성은 각형이 낫다는 평입니다.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원가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합작사를 설립해 직접 생산하고, 공급사슬에 포함된 소재 회사들은 덩달아 성장하고 있죠

2025년까지 양·음극재 증설에 3조원 필요...추가 유증 가능성도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차붐'으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 밀려드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잔고가 약 15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포스코케미칼의 수주 잔고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통상 양극재 원가는 배터리의 30~40%, 음극재는 10~20%를 차지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원가를 토대로 산정하면 포스코케미칼은 수십여조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죠. 그래서일까요. 포스코케미칼도 빠르게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양극재 광양공장의 4단계 증설을 결정했는데, 5개월만에 포항공장에 6만톤을 증설하기로 했죠.

▲ 포스코케미칼 증설 계획.(자료=포스코케미칼 IR북)
▲ 포스코케미칼 증설 계획.(자료=포스코케미칼 IR북)

통상 양극재 1톤을 증설하는데 900만~1000만원이 듭니다. 포스코케미칼은 2025년까지 국내 양극재 공장을 16만톤 규모로 확대하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생산공장에서 양극재 11만톤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현재 광양공장 2단계 공사까지 마쳐 캐파는 4만톤입니다. 약 2조250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공장 부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한 금액입니다. 

음극재 설비는 1톤을 증설하는데 600만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캐파는 4만4000톤인데, 2025년까지 17만3000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약 774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죠. 

포스코케미칼은 2025년까지 양극재와 음극재 설비를 증설하는데 3조원 가량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확정한 투자금은 양극재 부문에 1조1535억원, 음극재 3306억원이죠. 전체 투자금의 약 49%를 확정한거죠.

올해 1분기 기준 포스코케미칼의 현금성 자산(금융상품 포함)은 1조4862억원입니다. 올해 1분기 유상증자로 1조2667억원을 확보했고, 대부분을 금융상품에 넣었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은 당초 1조원을 목표로 했는데, 주당 예상 발행가가 6만700원에서 7만7300원으로 높아지면서 목표치를 초과해 조달했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6900억원을 양극재 공장 증설에 사용하고, 1500억원은 유럽공장을 짓는데 사용할 계획이죠. 2025년까지 약 2조2500억원이 양극재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만큼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도 있습니다.

▲ 포스코케미칼 배터리 소재 투자 계획.(자료=금융감독원)
▲ 포스코케미칼 배터리 소재 투자 계획.(자료=금융감독원)

포스코케미칼의 차입금은 7303억원으로 2022년부터 차입 상환이 시작됩니다. 단기간의 자금 상환 부담도 없는 만큼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족족 설비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차전지 산업은 수주에 맞춰 설비를 늘리는 게 정석입니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미 LG에너지솔루션 등 고객사에서 캐파를 초과해 수주한 만큼 설비 투자를 확대해야 하죠.

▲ 포스코케미칼 차입 현황.(자료=금융감독원)
▲ 포스코케미칼 차입 현황.(자료=금융감독원)

핵심 납품처인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내재화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의 내재화율을 높이고 있어 장기적으로 포스코케미칼의 LG향 비중은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의 내재화에 대비해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죠. 포스코는 폭스바겐과 테슬라, BMW 등 전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에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사를 확대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내재화에 따른 물량감소는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는 창립 당시 철강을 생산해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제철보국' 이념을 세웠습니다. 53돌을 맞은 포스코는 포스코케미컬의 배터리 소재로 나라를 부유하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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