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옥.
▲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옥.

2010년대 초반 4000억원이 넘던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이익규모가 10년 만인 2020년 15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이벤트 영향도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천천히 오랜 기간 수익성이 나빠졌죠.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3000억원에 가까웠던 영업이익은 2017년 1000억원대로 규모가 감소했습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 악화 추이를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워낙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느라 각 사업이 처한 환경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죠.

▲ 코오롱인더스트리 실적 추이.(출처=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보고서.)
▲ 코오롱인더스트리 실적 추이.(출처=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보고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산업자재 △화학소재 △필름·전자재료 △패션, 의류소재 등 총 5개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2010년대 초반 돈을 끌어 모으던 시기에는 의류소재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의 실적이 아주 좋았습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황금기였죠.

모든 사업이 항상 잘 나간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겠지만, 오히려 이런 이상적인 상황은 드물게 발생한다고 보는 편이 옳습니다. 기업의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 목적도 있지만, 리스크 분산의 이유도 있습니다.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는 최근 몇 년간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지난 4년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영위하는 사업 중 가장 큰 이익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자재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실적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1200억원 수준의 이익규모는 2020년 70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죠. 산업자재 사업은 △타이어코드 △에어백 원단 및 쿠션 △아라미드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주력은 타이어 보강재로 사용되는 타이어코드입니다.

▲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부문별 실적 추이.(출처=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보고서.)
▲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부문별 실적 추이.(출처=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보고서.)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내구성과 주행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보강재의 일종으로 고무 내부에 들어갑니다. 효성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오랜 기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3위 수준을 유지하며 좋은 실적을 기록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 사드이슈가 터지며 중국 내 판매량이 줄었고, 타이어코드의 공급이 늘어 판매가격이 떨어지는 등 다양한 악재가 있었습니다. 2017년부터 4년 연속 산업자재 영업이익 규모가 줄어든 이유입니다.

주력 사업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필름사업이 활력소가 됐습니다.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적자를 내다 2019년 흑자로 돌아섰죠. 지난해 2020년에는 310억원의 이익을 거두며 확실히 제 몫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폴리에스터 필름, 나일론 필름, 투명폴리이미드 필름(CPI) 등을 생산하는데요. 특히 CPI는 접었다 펼 수 있어 폴더블폰과 노트북 디스플레이 소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 코오롱인더의 CPI필름이 적용된 레노버 X1폴드 노트북.
▲ 코오롱인더의 CPI필름이 적용된 레노버 X1폴드 노트북.

올해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 제대로 빛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이러한 전망에 힘을 더했습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691억원으로 전년 동기 265억원 대비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산업자재 부문에서 5G 케이블용 아라미드 경쟁력이 견고하고 전기차 신규 수요 등으로 타이어코드 실적이 상승한 덕분이죠.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아라미드 생산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해 237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오랜 기간 부침을 겪던 필름 사업의 실적도 135억원으로 전년 동기 53억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고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포장용 필름 판매가 증가한 덕분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2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900억원에 가까울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패션 사업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구요. 또 패션의류 소재를 생산하는 의류소재 사업은 수년째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적자 규모도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닙니다. 필름 사업에서 나는 수익을 의류소재에서 전부 까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요 재무지표 추이.(출처=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보고서.)
▲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요 재무지표 추이.(출처=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보고서.)

재무부담도 낮은 편은 아닙니다. 총차입금 1조9000억원에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은 1조6000억원이구요. 부채비율도 120%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차입구조가 단기화 되어 있는 점도 부담입니다. 올 1분기 기준 단기차입금은 9800억원으로 총 차입금 1조4000억원 중 70%가 1년 내 갚아야 하는 돈입니다. 물론 만기가 돌아오면 차환을 하면 되지만 어쨌든 차입구조가 단기화되는 것을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영위하는 사업들이 모두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과연 올해를 기점으로 2010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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