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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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비대면 대환대출' 서비스가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계 금융부담을 낮추겠다는 판단에서 출발했지만,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간 경쟁 구도만 부각되면서 업권별 불참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0월 중으로 '비대면 대환대출(신규 대출로 기존 대출을 갚는 것)'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소비자가 은행 영업점 방문 없이 특정 모바일 앱을 통해 전 금융사의 대출상품 금리를 비교한 뒤 비대면으로 쉽게 기존 대출을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은행권과 12개 핀테크사의 서비스 참여가 재논의되면서 '소비자 금융부담 경감' 의도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은행들은 금리 비교와 대출 갈아타기가 쉬워지면 금융사들이 '금리 무한 경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핀테크 업체에 중개 명목으로 제공하는 수수료 수준이 적정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기업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초 금융위는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권 계좌통합관리시스템인 '어카운트 인포'처럼 하나의 시스템에서 여러 금융사 간 대출상품 이동을 중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비대면 시스템 구현을 위한 인프라만 구축하고, 공동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논외로 되면서 금융권의 강한 반발을 산 것으로 보인다.

공동 플랫폼 없이는 월간 순 방문자 수(MAU)가 압도적인 토스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빅테크 플랫폼에 의존한 중개 업무에 나서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은행은 단순 상품 생산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 비대면 대환대출 서비스 도입에 따른 변화 (자료=금융위원회)
▲ 비대면 대환대출 서비스 도입에 따른 변화 (자료=금융위원회)

현재 은행권은 공동의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수수료 협상 등을 논의하며 금융당국과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업권별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도 전체 참여가 어려울 수 있어 금융 소비자에게는 '반쪽짜리 서비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주요 금융권 관계자가 참여한 회의에서는 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12개 핀테크사가 모두 대환대출 서비스에 참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에 참석했던 금융권 관계자는 "대환대출 업무 시 고객의 모든 금융정보를 다루게 되기 때문에 핀테크 회사에 민감한 정보가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며 "인적, 물적, 정보보호 요건을 갖춘 핀테크 업체만 선별적으로 플랫폼에 참여하게 하자는 의견도 나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행 구도라면 서비스가 시작돼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출 비교 편의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권이 공동으로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은행권 또는 제3자가 플랫폼을 만들어서 대환대출 인프라와 연동시키고 싶다는 신청서를 제출하면 허가를 검토할 계획이나, 편의성과 접근성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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