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 8일 공개한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에 거래소가 상장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의 수, 신용도 낮은 가상자산 취급 등에 대한 감점 요인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각 거래소별 '잡코인 솎아내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평가 방안 중 눈길을 끄는 항목은 고유위험 평가지표에 포함된 '가상자산 신용도'와 '취급하고 있는 가상자산 수'다. 평가 방안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거래소가 신용도 낮은 가상자산을 많이 취급할수록, 고위험 가상자산의 거래량이 많을수록 위험도가 높다고 봤다. 또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이 많아도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각 은행별 적용 여부도 거래소가 알 수 없어 논란이 예고된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용도가 낮은 가상자산'과 '고위험 가상자산' 항목은 일부 추정이 가능하다. 전자는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인 '쟁글'의 신용도 정보를 활용한다고 부연돼 있으며 고위험 가상자산은 흔히 '다크코인'으로 불리는 이력 추적 불가능 가상자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취급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수' 항목에는 별도의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 각 거래소가 상장된 가상자산 수의 많고 적음 여부를 자체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내 주요 거래소에는 거래소마다 약 140~180개의 가상자산이 상장돼 있다. 이를 은행이 절대값으로 판단할지 거래소 규모에 따라 판단할지 등은 미지수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심사 중 피드백을 통해 특정 항목에 대한 통과 여부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연합회의 평가 방안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 은행이 전체 항목을 평가 기준에 적용했는지 여부, 보완된 은행별 내부 평가 기준 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가상자산사업자 위험도 평가 방안 中 (자료=전국은행연합회)
▲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가상자산사업자 위험도 평가 방안 中 (자료=전국은행연합회)

결국 은행 실명계좌 확보부터 거래소 사업 신고 기한까지 70일 남짓 남은 가운데 거래소들이 심사 통과 확률을 높이기 위한 '다이어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인지도가 낮고 성과 검증이 미흡한 '잡코인'들이 상장폐지 1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실명계좌 재발급 심사와의 관련성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난 6월 대형 거래소인 업비트는 중소 가상자산 24종에 대해 내부 기준 불충족을 이유로 거래 중단 조치한 바 있다.

완성도 낮은 가상자산의 퇴출은 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높은 거래량을 보이는 가상자산 상당수가 시가총액 기준 10위권 바깥의 중소형 가상자산이다. 만약 거래소들의 상장폐지 조치가 확대될 경우 이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통상 거래소는 상장폐지에 앞서 유의종목 지정을 거치며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수일 내에 상장 폐지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때 유의종목 지정, 상장폐지 모두 가상자산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지난 4월 가상자산사업자(주로 거래소가 해당)에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하기 전 사업자의 자금세탁위험을 평가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평가 방안을 일선 은행에 배포했다. 이후 각 은행은 이를 토대로 개별 평가 방안을 구체화해 거래소들을 평가해왔다.

하지만 해당 기준들이 비공개 운영되며 외부의 비판이 이어지자 은행연합회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사업 신고를 돕고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평가 방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공개된 평가 방안은 크게 △필수요건 점검 △고유위험 평가 △통제위험 평가 △위험등급 산정 △거래여부 결정 등의 단계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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