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최근 '진짜 5G'로 주목받던 28기가헤르츠(GHz) 주파수 5G가 일반 소비자 대상 서비스에 부적합 하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새롭게 3.5GHz 대역에서의 5G 단독모드(SA) 전환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5G 단독모드는 일반 소비자, 기업 대상 통신 서비스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5G 기술의 한 진화 단계로, 국내에서 KT가 이달 이동통신 3사 중 처음으로 상용화에 나섭니다.

하지만 국내 5G 서비스 품질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KT의 5G 단독모드 상용화를 보는 시선에는 기대 반, 우려 반이 담깁니다. 아직 경쟁사인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는 5G 단독모드 도입을 시기상조로 보는 상황에서 KT는 왜 먼저 '총대'를 메기로 한 걸까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G 단독모드 전환은 '당연한 수순'
우선 5G 단독모드로의 전환은 2년 전 5G 상용화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지금 국내에서 쓰이는 5G는 비단독모드(NSA) 기반입니다. 5G 통신에 LTE를 섞어 쓰는 방식인데요. 비단독모드는 '데이터' 처리에만 5G를 쓰고 '제어신호' 처리에는 LTE를 활용합니다. 따라서 5G 구현에 기존 LTE 기지국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빠른 속도 구현도 가능해 세계적으로 널리 채택 중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달릴 수 있는 말을 타고 있어도 말에게 '어디로 달리라'는 명령이 늦으면 말의 출발도 그만큼 늦어집니다. 따라서 이 제어신호에 LTE를 쓰는 비단독모드는 5G로 데이터와 제어신호를 모두를 처리하는 단독모드 대비 지연속도가 높고 반응이 느린 것이 단점입니다. 또한 저지연은 LTE와 5G를 구분하는 핵심 특성이라 학계에서도 비단독모드는 단독모드 도입 전 5G를 빠르게 구현하기 위한 과도기적 기술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즉, 5G 단독모드 도입은 충분한 기초 인프라가 갖춰졌다면 이통사로서 미룰 만한 숙제가 아닙니다. 이미 전국 주요 시도에 이통3사의 5G 무선국 구축 작업이 상당 부분 완료된 상황에서 단독모드 도입 논의 자체는 기술 발전 프로세스상 이상한 일이 아닌 거죠. KT는 올해 1월 3.5GHz 대역에서 5G 단독모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며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해왔습니다. 

5G 단독모드 품질, 상용화 전에는 장담 어려워
관건은 완성도입니다. 일각에서는 KT가 5G 단독모드로의 무리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만약 5G 무선국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면 조기 전환이 오히려 5G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단독모드 도입에는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단독모드는 5G의 저지연성이 강화돼 게임, 자율주행 등 빠른 데이터 상호작용이 필요한 환경에선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반면 속도는 비단독모드보다 낮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속도에 민감한 국내 이동통신 이용자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체감도 낮은 지연속도 개선보다 속도 저하에 대한 불만이 더 크게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KT가 단독모드의 강점은 살리면서 비단독모드 운영 당시와 속도 간극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되겠죠.

KT는 우선 해볼 만하다는 입장입니다. 5G 단독모드 상용화 결정에 대해선 앞서 대고객 품질이 확보됐다고 판단한 시점에 전환한다는 내부 결정이 있었고 최근 구현모 KT 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7월 내 상용화'를 공식화했습니다. 다만, 자신감이 품질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KT 관계자도 막상 "품질에 대한 부분은 서비스를 상용화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실제 무선통신은 유선통신과 달리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변수가 매우 다양합니다. 통제된 내부 테스트만의 결과로 사전에 품질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죠. 여기에 5G 상용화 초기 5G 속도를 과대포장해 선전했던 이통사들이 이후 낮은 체감 성능으로 지금까지 비판받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KT의 이 같은 답변도 이해가 됩니다.

▲ 2021년 7월 기준 KT 5G 커버리지 맵 (자료=KT)
▲ 2021년 7월 기준 KT 5G 커버리지 맵 (자료=KT)

대신 한가지 보험(?)이 있습니다. '단독모드'란 명칭에서 오는 오해와 달리 5G 단독모드에서도 LTE는 여전히 함께 사용될 수 있습니다. 5G 단독모드는 5G가 안정적인 환경일 때 데이터, 신호 처리를 모두 5G로 처리하되 5G 음영 지역에선 LTE를 활용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항간의 이야기처럼 5G 무선국 숫자가 적다고 단독모드 전환 후 무선 음영지대가 대폭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5G 무선국 숫자가 늘어나면 5G 커버리지 내에선 그만큼 전보다 나은 품질의 5G를 사용할 수 있게 되죠. 물론 그만한 커버리지를 얼마나 보여줄지, 트래픽 수용 능력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볼 대목입니다.

실적 발표 시즌, 마케팅·브랜드 경쟁력 향상 노리나
KT 입장에선 이번 단독모드 전환에 일부 부담이 따르겠지만 안정적 성공에 따를 부수 효과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작년과 올해 이동통신 3사 모두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된 실적과 주가 상승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가입자당매출(APPU) 수준이 높은 5G 가입자의 안정적 증가세가 이를 뒷받침한 것으로 나타나는데요. 3사의 탈통신 사업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올해는 아직 5G 가입자 유치 경쟁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5G 초기 홍보 효과가 감소한 현재 타사보다 앞선 단독모드 도입, 그리고 성공적 상용화는 경우에 따라 통신 업계 만년 2위인 KT가 새로운 헤게모니를 쥐는 시발점이 될 수 있죠.
▲ KT 전체 무선 가입자 내 5G 이용자 비중이 매 분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료=KT)
▲ KT 전체 무선 가입자 내 5G 이용자 비중이 매 분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료=KT)

그동안 이통사들은 '너가 하면 나도 한다'는 식의 경쟁 구도를 보여왔습니다. 특정 서비스나 요금제 출시 시점조차 비슷해 별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지 못했는데요. 반면 5G 단독모드는 아직까지 SKT, LG유플러스가 보이는 미온적인 태도, 구현 기술 방식 차이를 볼 때 최소 몇 달 이상의 출시 간극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시기적으로 7월 말이나 8월 초는 2분기 실적 발표가 있는 때입니다. 실적 발표를 통해 회사로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단독모드의 단독 상용화는 타사와의 차별 포인트를 강조하고 향후 회사 전망을 긍정적으로 포장하는 데에도 유용한 카드일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이런 장밋빛 전망은 5G 단독모드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때 얘기입니다. 반대로 우려된 품질 저하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현재 5G를 바라보는 국내 이용자들의 박한 평가와 맞물려 KT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이 돌아갈 텐데요. 과연 KT의 이번 도전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요? 단독모드 도입에 따른 경쟁사 우위 달성 여부는 하반기 공개될 정부의 '통신 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될 전망입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