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탄소배출 목표달성 실패한 SK하이닉스...특명 ‘스코프1 줄여라’

발행일 2021-07-14 15:15:36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은 반도체 업계의 현안 과제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탄소 배출량이 전 산업 가운데 6위(2018년 국가 전체 배출량의 2.35%·산업부 기준)에 달할 만큼 높기도 하지만,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 글로벌 투자업계의 판단 기준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탄소 배출은 인류 생존 위기와도 직결됩니다.

SK하이닉스는 RE100 가입 등 탄소 중립 노력에도 최근 스코프1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박정호(왼쪽)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사진=SK하이닉스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국내 재계 가운데 이 문제에 가장 적극적이라 평가받는 곳이 바로 SK인데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SK㈜, SK머티리얼스, SK실트론 등이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에 가입했고, 2050년까지 ‘넷 제로’(탄소 중립)를 달성하겠다고 합니다.

관련해 SK하이닉스가 최근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2020년 ESG 경영을 평가하고 향후 비전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세부 지표를 보면 당초 계획했던 탄소 배출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게 보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이란 지구적 대의에 역행하는 결과인데, 왜 그런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와 활동.(사진=SK하이닉스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F가스'는 못 말려...환경비용만 '9448억원'
기업 활동이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경제 간접 기여 성과’에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조3737억원을 거뒀습니다. 반면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마이너스(-) 5969억원에 그쳤죠. 제품·서비스를 통한 사회적 가치가 225억원, 노동과 동반성장 등에서의 사회적 가치가 3224억원이었던 반면 환경에서의 사회적 가치는 무려 1조원에 육박한 –9448억원으로 사회적 편익을 대거 깎아 먹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사회 사회성과에서 9448억원의 비용을 유발했다.(사진=SK하이닉스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SK하이닉스는 매년 늘어나는 에너지 사용량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며 대응하고 있고, 물 사용량 급증에도 정화 시설을 통해 재이용률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재활용 등의 방식으로 줄이고 있고요. 그럼에도 환경 비용이 이처럼 큰 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탄소 배출을 ‘GHG 프로토콜’(온실가스 회계처리 및 보고 기준) 기준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탄소를 직접 배출하는 ‘스코프(Scope)1’과 제품 생산에 쓰는 전기·스팀에서 탄소가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스코프2’가 있고요. 여기에 물류, 협력사 등 외부 배출에 해당하는 ‘스코프3’도 있습니다.

2020년 SK하이닉스의 스코프1, 2는 모두 늘었다. 그중에서도 스코프1은 원단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도 증가 추세를 보였다.(사진=SK하이닉스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의 ‘걸림돌’은 스코프1입니다. 지난 한 해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q) 기준 총 271만1409톤을 배출했는데, 이는 2019년 212만6171톤 대비 27.52% 증가한 것이며 당초 목표치였던 229만7566톤을 18.01% 넘는 수치입니다. 매출 대비 탄소배출을 뜻하는 ‘원단위 배출량’에서도 2018년 톤 당 4억8400만원에서 2019년 7억8800만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도 8억5000만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죠.

스코프1이 늘어난 주된 원인은 ‘F(불소)가스’ 사용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웨이퍼 세정에 쓰이는 수소불화탄소(HFCs)와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삼불화질소(NF3) 등이 그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가스로 분류됩니다. 세부적으론 PFC가 100만 톤을 넘겼고 NF3(95만2000톤), HFCs(23만6000톤), SF6(23만3000톤) 등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모두 유의미하게 늘었습니다.

스코프1 증가의 주된 원인은 불소가 들어간 가스의 대량 사용 때문으로 보인다.(사진=SK하이닉스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전력·스팀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간접 발생을 뜻하는 스코프2도 늘긴 했지만, 원단위 배출량은 2019년 17억4600만원에서 이듬해 15억1600만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직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스코프1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SK하이닉스 환경 경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장별 스코프1, 2 온실가스 배출도 살펴봅시다. 이천캠퍼스에서 310만2785톤, 청주캠퍼스에서 237만4826톤으로 국내에선 총 548만5810톤의 온실가스가 유발됐고요. 스코프1, 2 기준 총 754만8329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으니 중국 우시와 충칭캠퍼스에서 총 206만2619톤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 사업장에서 F가스가 많이 쓰이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SK하이닉스의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원단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스코프2는 2019년 대비 2020년 줄어든 반면 스코프1은 늘어났다.(사진=SK하이닉스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SK하이닉스, 탄소 증가추세를 막아설 수 있을까
탄소 배출 문제를 일으키는 공정 가스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스크러버(저감 장치)로 3단계에 걸쳐 처리합니다. 1단계와 3단계 스크러버에선 공정가스를 분해하고, 중간에 미들 스크러버로 기 미세먼지의 원인인 질소산화물을 없앤다고 하죠. 이 과정을 통해 지난해 이산화탄소 환산량 기준 총 229만5341톤을 저감했습니다.

스크러버를 통한 온실가스 저감.(사진=SK하이닉스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그럼에도 스코프1이 늘어난 건 어찌 보면 불가피합니다.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부터 코로나19의 반사이익으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많이 만들어 파는 만큼 이산화탄소 유발 물질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죠. 대안은 두 가지로, 불소가 들어가는 가스의 대체 물질을 찾거나 저감 기술을 더 끌어올려야 합니다. 둘 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과제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다보니 생산량이 늘어난 게 큰 영향을 미쳤다”라며 “이산화탄소 배출이 목표치를 크게 상회한 것은 RE100 가입 등 환경 경영 노력 차원에서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라 설명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기후변화 부문에서 '명예의 전당' 지위를 8년 간 유지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탄소 중립을 위한 SK하이닉스의 노력도 보입니다. 기업의 탄소 배출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CDP프로젝트(The Carbon Disclosure Project)에서 SK하이닉스는 기후변화 부문 최고 수준인 ‘명예의 전당’(Platinum Club)에 지난 8년간 등록돼있습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그 어느 기업보다도 분량도 많고 내용도 정교합니다. 이 정도로 투명한 정보 공개만으로도 탄소 감축 의지가 드러난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SK하이닉스는 재생에너지 정부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며 사업장 내 수력·태양광 발전 설비를 늘리고 있습니다. 또 2022년에는 해외 생산사업장 전체에서 쓰이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쓸 계획으로, 해외 사업장에서의 RE100은 조만간 달성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재생에너지 구매와 재생에너지 인증서(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s) 구매, 제3자 PPA(전력거래계약), 화물운송 차량의 전기차 전환 등으로 국내 RE100 달성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최근 스코프1 증가세는 부득이한 부분이 있고, SK하이닉스가 탄소 감축에 최선을 다하는 만큼 단기간의 탄소배출량 증가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스코프1 증가세가 향후에도 꺾이지 않는다면 지속가능 경영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향후 미래 기업 경쟁력이 줄어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스코프1 변화는 이 같은 관점에서 향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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