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사진=야놀자)
▲ (사진=야놀자)

쿠팡에 이어 야놀자도 ‘잭팟(Jackpot)’을 터뜨리게 될까요. 야놀자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총 2조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번 투자설이 흘러 나온 건 지난 4월부터였는데요, 당초 업계에서 예상했던 금액인 1조원의 두 배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냈네요.

왜 야놀자에 투자했을까
크게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행·숙박 예약업종의 반등에 따른 성장 가능성과 ②야놀자가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호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부문의 잠재력 때문이죠. 

2005년 모텔정보 공유 커뮤니티로 출발한 야놀자는 퇴폐적인 ‘러브호텔’로 여겨졌던 모텔을 젊은층의 여가공간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외 숙박·교통·레저·맛집 예약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죠. 부킹닷컴·익스피디아 등과 경쟁하는 온라인여행플랫폼(OTA)이면서도, 여행·여가 서비스를 총망라해 제공하는 ‘슈퍼앱’ 전략을 펴고 있어 차별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월이용자수(MAU)는 380만명 정도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행·숙박 시장이 되살아나게 되면 야놀자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야놀자는 일찌감치 B2B(기업간거래)사업으로 글로벌에도 진출했는데요. 2017년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호텔용 SaaS를 개발해온 야놀자는 2019년 국내 호텔관리시스템(PMS)기업인 가람·씨리얼에 이어 전세계 2위 PMS기업이었던 인도의 이지 테크노시스까지 인수하면서 세계 선두자리를 꿰찼습니다. 업계에선 비전펀드가 이 같은 야놀자의 잠재력에 점수를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PMS라는 말이 잘 와닿진 않지요. 야놀자는 호텔 예약부터 객실관리, 사업운영 등 자산관리 전체 과정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야놀자가 재작년 출시한 호텔 ‘셀프체크인’ 키오스크는 객실 예약 시 발급된 QR코드를 기기에 인식하면 5초 안에 체크인을 완료하고 객실 키를 내어줍니다. 야놀자는 이렇게 호텔의 각종 업무를 ‘디지털 전환’해주는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겁니다. 근간엔 클라우드가 있고요. 올해 기준 야놀자는 170여개국, 약 3만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인도·동남아시아, 아프리카까지도 진출했죠. 전세계 PMS시장에서도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위는 오라클인데요, 클라우드 기반 PMS시장만 놓고 보면 야놀자가 업계 1위입니다.

▲ (사진=야놀자)
▲ (사진=야놀자)
실탄 마련한 야놀자, 기술 키운다
일각에선 야놀자가 수익 다각화에 나섰던 것을 두고 ‘신의 한 수’라고도 평합니다. 변화가 더딘 호텔산업의 틈을 잘 파고 들었다는 거죠. 코로나 사태로 여행·레저업계가 불황을 겪은 작년에도 이 회사는 매출 1920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을 거뒀습니다.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도 기록했고요. 앞서 설명 드린 B2B 클라우드 사업이 야놀자 전체 매출의 30%를 견인하고 있다네요.

업계 관계자는 “호텔이 모바일 예약을 받기 시작한 것도 불과 5년여 전부터다. 사람이 직접 응대해야 하는 ‘환대사업’이라는 특성 때문이었다”면서 “그만큼 보수적인 업종이고 디지털 전환과도 거리가 멀었는데 전세계가 비대면·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뒤늦게 변화가 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야놀자는 이번 투자유치금을 기술 개발에 투입합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자동화를 구현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전략이죠. 일단 올해는 호텔의 운영시스템을 전부 클라우드 기반으로 연결하는 ‘와이플럭스(Y FLUX)’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게 목표입니다. 인력 유치에도 나설 예정이고요.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인데요, 업계에선 2023년께 미국 증시 상장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수진 대표는 이른바 ‘흙수저’ 출신 경영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친척집을 전전했던 그는 숙식이 해결되는 일자리를 찾아 모텔에 취업했고, 청소부로 일하다 돈을 모아 창업에 나섰다고 하지요. 우여곡절 끝에 야놀자가 탄생했고요. “가난했기에 성공하고 싶었다”던 이수진 대표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넘어 어느새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을 바라보고 있네요. 업계에선 이수진 대표의 이 같은 ‘성공신화’에도 주목하고 있죠.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는 투자유치 소식을 전하면서 “‘기술을 통해 전세계 여가 시장을 초연결시키겠다’는 야놀자의 목표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와 함께 이뤄나갈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손정의 회장과 손잡은 이후의 야놀자, 더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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