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중구의 SK남산빌딩(왼쪽)과 넷플릭스 로고. (사진=SKB·픽사베이)
▲ 서울시 중구의 SK남산빌딩(왼쪽)과 넷플릭스 로고. (사진=SKB·픽사베이)

지난 6월 SK브로드밴드(SKB)와의 망 이용대가 소송 1심에서 패소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항소를 제기하면서 양사의 법적 다툼이 2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양사는 지난 15일 각각 1심 판결에 불복하는 이유와 이를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며 2심에서의 치열한 논리 대결을 예고했다.

넷플릭스는 세가지 이유를 들어 1심 판결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SKB가 넷플릭스에 '연결'이라는 역무를 제공했으며 넷플릭스는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SKB로부터 연결, 즉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받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SKB가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더욱 원활하게 전송하는 것을 돕고자 SKB가 원하는 가까운 위치에 연결점을 마련해 콘텐츠를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또 넷플릭스는 대가 지급 의무와 같은 채무는 법령이나 계약 등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발생하는데 법원은 판결에서 그 법적 근거를 특정하지 않았고 이는 2심에서 바로 잡아야 할 법리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두 번째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법원이나 정부가 CP(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 이유는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1심 판결대로라면 한국 이용자가 미국 CP의 콘텐츠를 이용하고 싶어도 해당 CP가 한국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망중립성 원칙이란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폐기된 망 중립성 원칙을 복원할 것을 지시했다. 한국 정부도 망 중립성 원칙은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국 CP나 이용자보다 국내 ISP의 이권 보호만을 우선시 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세 번째로 1심 판결이 당사자간의 역할 분담으로 분쟁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자체 개발한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인 '오픈 커넥트'를 SKB에 설치하면 넷플릭스 콘텐츠 관련 트래픽을 최소 9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SKB에 오픈 커넥트의 무상 설치를 제안했지만 SKB가 이를 거부했고 금전적 대가만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이유로 1심 판결이 인터넷 생태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SKB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1심 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의 유상성과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지급 채무를 명확하게 인정했으므로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SKB의 설명이다. 유상성이란 특정 행위에 대해 보상이 따른다는 의미다.

넷플릭스가 망 중립성 원칙을 들어 콘텐츠 전송은 무료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SKB는 1심 판결에서 망 중립성과 망 이용대가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반박했다. 또 넷플릭스가 법원이 국내 ISP의 이권 보호만을 우선시했다고 우려를 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1심 판결은 누구나 망을 이용하면 대가를 지급한다는 기본원칙을 확인했을 뿐 특정 사업자의 이권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SKB는 넷플릭스가 내세운 오픈 커넥트를 설치하더라도 국내 CP와 마찬가지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SKB는 "1심 판결문을 근거로 2심에서도 빈틈없이 대응할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0부는 6월25일 넷플릭스(원고)가 SKB(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1심 판결에서 채무부존재 확인 요구를 기각하고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청구를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원고가 유상의 인터넷 망에 직접 연결돼 있고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으므로 망 이용대가 지급채무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 협상 중이고 장래의 채무까지 범위를 확정할 수 없며 대가 지급은 상호 합의에 의해 꼭 금전이 아닐 수도 있으므로 현재 구체적인 금액의 지급을 명하는 것은 신중해야한다고 판결했다.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에 대해서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의 각하 결정을 내렸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