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GS리테일이 지난 6월 22일 론칭한 우딜-주문하기앱과 우친배달자 이미지.(사진=GS리테일.)
▲ GS리테일이 지난 6월 22일 론칭한 우딜-주문하기앱과 우친배달자 이미지.(사진=GS리테일.)

GS리테일이 현재 매각 난항을 겪고 있는 요기요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단독으로 인수전에 참전한 것은 아니구요. 이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PEF) 연합군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퍼미라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입니다. GS리테일의 합류가 사실이라면 요기요 매각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두 차례 미뤄졌던 본입찰...요기요 드디어 팔리나
요기요 매각이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몸값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죠.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시장에 유동성을 많이 공급한 데다, 쿠팡 미국 상장으로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고평가도 한 몫 했습니다. 요기요가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 몸값이 2조원이었으니 원매자 입장에선 인수의지가 꺾일 만도 하죠.

사업적 이유도 있습니다. 요기요는 배달의민족에 이어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 2위 사업자이긴 하지만 점차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배달의민족과 격차는 벌어지고 또 쿠팡이츠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요기요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거액을 들여 할인행사를 벌이면 배달 건수가 늘어나지만 단지 그때 뿐”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쿠팡이츠에 따라 잡혔다고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가 승리하며 요기요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도 이유였죠. 그나마 확실한 화력을 보유한 신세계가 본입찰에 나설 경우 얼마간의 흥행이 예상됐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한 이후 요기요에서는 관심을 거뒀습니다. 사실상 전략적 투자자(SI)없이 재무적 투자자(FI)로만 인수후보가 추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GS리테일의 등장은 확실히 희소식입니다. 협상을 벌이는 사모펀드들은 GS리테일 합류로 매각부담을 덜 수 있고요. 또 매각을 원하는 딜리버리히어로는 아주 좋은 인수후보를 추가한 셈이기 때문이죠. 당초 6월로 예정됐던 요기요 본입찰은 인수 후보자 반응이 미지근해 두 차례나 연기된 바 있습니다.

GS리테일이 사모펀드들과 어떤 계약을 맺을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모펀드들이 향후 투자금 회수를 위해 옵션계약을 요구하더라도 당장 부담하는 인수가격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본입찰이 연기되며 당초 2조원까지도 올랐던 몸값이 5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죠.

'퀵커머스', GS리테일이 점찍은 핵심 먹거리
퀵커머스 시장 확대를 노리는 GS리테일에게 요기요는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GS리테일은 이미 ‘우리동네 딜리버리(이하 우딜)’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며 퀵커머스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퀵커머스는 물품을 빠르게 배송한다는 의미의 ‘퀵(Qucik)’과 상거래를 뜻하는 ‘커머스(Commerce)’가 결합한 단어로 빠르면 15분 안에 물품을 배달하는 서비스죠.

▲ 우아한형제들 상품매출 추이.(출처=우아한형제들 감사보고서.)
▲ 우아한형제들 상품매출 추이.(출처=우아한형제들 감사보고서.)

퀵커머스 시장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B마트’가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의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감사보고서 내 매출 성격(상품매출)을 토대로 살펴보면 지난해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측됩니다. 전년 500억원 매출과 비교해 1년 만에 4배 넘게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2018년 사업을 개시한 이후 아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쿠팡이 자회사 쿠팡이츠를 통해 퀵커머스 사업에 시범진출한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죠. 그만큼 사업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GS리테일은 이미 GS홈쇼핑과 합병을 결정하며 퀵커머스 시장 확대를 노렸습니다. 올 4월 GS리테일이 발표한 GS홈쇼핑과의 합병 시너지 전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GS리테일이 발표한 GS홈쇼핑과 시너지 기대효과.(출처=GS리테일 IR자료.)
▲ GS리테일이 발표한 GS홈쇼핑과 시너지 기대효과.(출처=GS리테일 IR자료.)

GS리테일은 합병을 통해 현재 16조원의 취급액 규모를 2025년까지 25조원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는데요. 바로 이 계획의 핵심에는 디지털커머스, 즉 이커머스 사업이 자리합니다. 2020년 기준 1조3000억원 수준의 이커머스 사업을 5조8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죠. 

이를 위해 준비하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퀵커머스 사업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으로 고객 니즈에 곧바로 대응하는 배송사업을 계획했습니다. 앞으로 5년간 총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에도 퀵커머스 사업이 포함돼 있습니다.

▲ 국내 주요 퀵커머스 업체 비교.(출처=하이투자증권.)
▲ 국내 주요 퀵커머스 업체 비교.(출처=하이투자증권.)

GS리테일은 전국 각지에 보유하고 있는 편의점을 이용해 퀵커머스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투자증권에서 지난 12일 발간한 보고서 ‘ GS리테일, 쿠팡의 퀵커머스 참전 의미’ 보고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현재 5000여개의 물류거점을 보유하고 있고요. 약 4600개의 상품(SKU)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자체적으로 ‘우리동네 딜리버리’라는 배달전용 어플리케이션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죠.

다만 인수 후 출혈경쟁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선두인 B마트의 경우 현재 매출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적자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기요가 시도했던 요마트는 결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중단했죠. 여기에 쿠팡까지 최근 시장에 뛰어든 것을 감안하면 요기요 인수 후 적자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 마지막에 딜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GS그룹은 그동안 대형 M&A를 추진하다 중간에 포기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 코웨이, KT렌탈, 두산인프라코어 등 한 두 사례가 아닙니다. 허태수 회장이 취임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뚜껑은 열어봐야지만 알 수 있죠. 

어쨌든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업체들은 점점 더 빠른배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과연 GS리테일이 편의점을 거점으로 한 '15분 초고속 배달'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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