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일상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대면 우선 사회가 만든 신(新) IT 풍속도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 놓았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개발자는 'IT 업계의 3D 직종'이라 불릴 만큼 기피 직군이었지만 지금은 기업이 앞다퉈 좋은 조건으로 모셔가는 '귀한 몸'이 됐다. 덩달아 AI 지식, 데이터 분석 능력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디지털 스펙'이란 인식도 확산되면서 AI·개발 스터디 열풍은 이제 개발자와 비개발자 구분이 없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I 관련 교육, 학과 관심도 수직 상승
SK텔레콤은 지난 13일 전국 20여개 대학에 SKT AI 커리큘럼을 소개하는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SKT AI 전문가들이 음성인식, 추천 기술을 비롯한 AI 기술 이론부터 개발 사례까지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인 교수진은 이날 하루 전국에서 100명에 달했다. 최근 AI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커리큘럼을 정규 강의에 연계함으로써 수업 품질도 높일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 컴퓨팅 역량을 갖춘 인재에 대한 기업 수요가 늘면서 대학가에서는 그간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았던 컴퓨터공학과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지난달 종로학원하늘교육이 2021학년도 대학별 수시 및 정시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SKY'에서 컴퓨터공학과의 인기는 의예과, 치의예과 다음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학부 시절부터 각종 개발 언어, AI 및 빅데이터 분석 경험 등을 쌓아볼 수 있는 환경이란 점이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올해 서울대 AI 데이터 강좌에는 무려 2000여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이들을 감당할 교수의 수가 부족해진 상황이다.

대학교 전공 외에도 교내 동아리, 직장인 스터디 같은 모임 활동이나 온라인 클래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을 활용한 개인 학습 과정으로 개발 스펙을 쌓는 이들도 증가 추세다. 이들을 위한 여러 유·무료 강의들도 적지 않다.

무료 강의 중 국내에는 이고잉이란 개발자가 운영하는 '생활코딩' 플랫폼이 유명하며 글로벌에선 '칸 아카데미'가 있다. '유데미'처럼 방대한 분량의 유·무료 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있다. 블로터는 최근 휴마인(데이터다이빙)과 손잡고 '온라인 인공지능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비전공자도 들을 수 있는 기초 강의부터 데이터 분석 및 활용, AI 실무 프로젝트 실습에 이르는 레벨별 패키지 강의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온라인 클래스와 달리 소통이 가능한 라이브 방식과 추후 시청이 가능한 VOD 수업이 함께 제공된다. 수료 후에는 '인공지능 아카메디-AI 올인원 클래스' 수료 인증서도 발급된다.

▲ 생활코딩 텐서플로우 강좌 中 (자료=생활코딩 유튜브 강의 갈무리)
▲ 생활코딩 텐서플로우 강좌 中 (자료=생활코딩 유튜브 강의 갈무리)

▲ 블로터x휴마인(데이터다이빙) AI 아카데미 커리큘럼 일부
▲ 블로터x휴마인(데이터다이빙) AI 아카데미 커리큘럼 일부

개발 스펙 쌓는 비개발자 급증…기업은 인재양성 박차
최근 구인·구직 통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개발 스킬을 익히는 비개발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커리어 플랫폼 원티드는 개발 스킬을 익힌 문과 직군 비율이 2019년 △경영 11% △마케팅 5% △인사 2% △영업 1%에서, 올해는 △경영 19% △마케팅 9% △ 인사 6% △영업 5%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개발자 채용 공고 비중도 현재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면서 비개발자들이 신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인기에도 늘어나는 수요 대비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자 기업들은 직접 개발자를 양성하거나 사내 AI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인력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부터 매년 소프트웨어·AI 개발자 800명을 직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KT도 올해 초 사내 인재 양성 프로젝트 2기를 출범하고 직급과 연령에 관계없이 AI·빅데이터·클라우드 전문 교육을 진행 중이다. 작년에는 사내 AI 자격 보유자만 400여명을 배출했다.

정부도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노력의 고삐를 죄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지난달 2025년까지 8개 핵심 산업에서 1만명 이상의 AI 융합 인재 확보 청사진을 공개했다. 얼마 전 새로 취임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달 기자들과 만난 첫 간담회에서 소프트웨어 전담 대학·대학원 확대 등 교육 인프라 확충을 통한 AI 인재 양성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2025년 사이 국내에 필요한 AI 인력은 누적 4만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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