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사진.(사진=현대오일뱅크)
▲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사진.(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가 수소 사업에 쓸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오일터미널을 사모펀드에 매각한다. 현대오일터미널은 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제품과 원유 등을 보관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오일터미널의 지분 90%를 사모펀드인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이하 제이앤PE)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잔여 지분 10%를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양측은 현대오일터미널의 지분 가치를 2000억원으로 평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내달 말까지 지분 90%를 제이앤PE에 매각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1800억원의 재원을 수소 등 신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85%에 달하는 정유사업의 비중을 2030년까지 45%까지 낮출 계획이다. 사업구조를 △석유화학 사업 △친환경 화학소재 △수소 생산 및 유통 △바이오 등으로 재편한다.

현대오일터미널 지분 매각 또한 사업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현대오일터미널은 2012년 2월 석유화학 제품을 보관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오랜 법적 다툼 끝에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오일터미널을 설립했다.

현대오일터미널은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과 유통에 필요한 회사지만, 핵심 계열사는 아니다. 사업구조가 친환경 사업으로 바뀌면서 이 사업을 직접 운영할 필요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평이다. 결국 현대오일뱅크는 투자자금 확보와 사업구조 개편 등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현대오일터미널의 매각을 추진했다.

현대오일터미널은 지난해 매출 451억원, 영업이익 155억원(당기순이익 10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4.3%, 순이익률은 24.1%다. 모기업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는데다, 석유화학 제품 보관업의 특성상 사업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원가가 낮다. 유형자산 중 47.9%는 토지이다. 이는 이 사업을 위해 별도의 설비와 영업능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이번 매각은 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제품 보관 사업을 제이앤PE에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이앤PE는 스틱인베스트먼트 출신 이준상 대표와 SG프라이빗에쿼티 출신 현상진 대표가 이끌고 있다. 2018년 출범한 신생 사모펀드다.

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오일터미널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으로 M&A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수소 밸류체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소 연료전지 업체에 대한 M&A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대오일뱅크가 수소 연료전지 업체를 인수할 경우 부생수소를 활용해 생산한 수소를 연료전지에 공급할 수 있다. 수소 연료전지는 발전시설과 수소전기차, 건설기계 등에 탑재할 수 있어 M&A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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