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지난 14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자사 유튜브 채널로 진행된 CEO 간담회에서 ESG 비즈니스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LG화학.)
▲ 지난 14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자사 유튜브 채널로 진행된 CEO 간담회에서 ESG 비즈니스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LG화학.)

LG화학이 지난 14일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CEO 간담회에서 10조원짜리 투자 계획을 발표했죠. 2025년까지 5년에 걸쳐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생명과학 등 신성장동력에 투자해 사업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이룬다는 계획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문제가 대두되며 ESG 기반 비즈니스를 강화하겠다는 목적이죠.

‘10조’라는 금액은 숫자만 놓고 보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한데요. LG화학 몸집에 빗대어 봐도 대규모인 것은 확실합니다. 별도 기준 자산총액이 28조원이니 총 자산의 35%에 달하는 투자입니다. ‘자금 조달은 과연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를 만도 합니다.

그런데 LG화학은 큰 부담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10조원 정도는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 자금조달에 대한 질문이 나온자 “과거 영업이익 상당 부분을 전지 쪽에 투자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하며 투자여력이 확대됐다”며 “10조원을 5년에 나눠 하면 1년에 2조원인데 이 정도는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 LG화학 전지사업 CAPEX 규모 추이.
▲ LG화학 전지사업 CAPEX 규모 추이.

실제로 그동안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에 쏟아 부은 돈을 생각하면 1년에 2조원 투자가 엄청난 무리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LG화학은 이미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전 전지사업본부에 연간 수조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진행했죠. 최근 3년간 배터리 공장 증설 및 신설에 해마다 2조~3조원을 썼습니다. 게다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동안 연구기술개발(R&D)에 사용된 누적투자액만 8조원이 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와 함께 IPO(기업공개) 작업에 들어가며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투자 부담을 확 덜었습니다. 우선 수주 확대로 매출이 늘어나며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몸값이 100조원에 달할 거란 전망이 나올 정도죠. 또 배터리 사업이 흑자를 내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입니다.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하면 모회사 도움 없이 독립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 되었단 뜻이죠.

▲ LG화학 별도 기준 실적 추이.(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 LG화학 별도 기준 실적 추이.(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그렇다면 LG화학은 1년에 2조원을 감당할 만큼의 수익을 내고 있을까요. 실적 데이터로 보면 큰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의 별도 기준 실적을 보면 연간 적게는 1조6000억원에서 많게는 2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5800억, 1조1000억원으로 저조하긴 했는데요. 각각 석유사업 시황 악화 및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등의 변수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예외라고 볼 수 있죠. 올 1분기 이미 7500억원의 이익을 냈습니다.

에비타(EBITDA) 추이를 보면 더욱 확실합니다. 에비타는 이자, 세금, 유무형자산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수익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죠. LG화학은 2018년까지 2조5000억원을 웃도는 EBITDA를 기록했습니다.

▲ LG화학 현금흐름 추이.(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 LG화학 현금흐름 추이.(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현금흐름도 비슷한 추이를 나타내고 있네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3조원을 넘기도 했구요. 꾸준히 2조원 후반대를 유지했습니다. 설비투자, 운전자본 투자, 배당급 지급 등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도 2018년과 201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플러스(+) 흐름입니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모든 투자를 자체 영업활동으로만 충당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LG화학은 투자를 위해 최근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친환경 목적을 채권을 집중적으로 발행하고 있는데요. 올 2월 8200억원의 ESG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조1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했죠.

▲ LG화학 주요 재무지표 추이.(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 LG화학 주요 재무지표 추이.(출처=LG화학 사업보고서.)

물론 이 때문에 재무부담이 좀 늘기는 했습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올 1분기 총차입금은 1조원 정도 늘었구요. 부채비율은 52.4%에서 64.8%로 증가했습니다. 그렇다고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현금창출력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이처럼 실적과 재무상태를 종합해 고려하며 LG화학의 목표 달성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아 보이는데요. 친환경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한 LG화학의 10조원 베팅. 5년 뒤 과연 얼마나 바뀌어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