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상품권 역대 최대'…이마트, 이커머스 투자 부담 낮추기 총력

발행일 2021-07-19 15:11:47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SSG닷컴 배송 서비스.(사진=SSG닷컴.)

기업이 짧은 기간 무이자로 현금을 이용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운전자본을 조절하는 것인데요. 매입채무, 즉 거래처에 지급해야 하는 돈의 지급 시기를 늦추는 것이죠. 물론 언젠가 돈을 갚아야 하긴 하지만 지급 시기가 늦춰지는 만큼 돈을 무료로 사용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상품권 판매입니다. 거대 채널을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이 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죠. 상품권을 찍어내면 회계장부에는 우선 부채로 인식이 되는데요. 업체 입장에선 발행과 함께 현금을 취득할 수 있지만, 상품권이 돌고 돌아 매출을 일으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상품권을 발행해 상품권 유통업자들에게 판매를 하고, 상품권 유통업자들은 액면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한 상품권에 마진을 더 붙여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상품권이 유통됩니다. 이 기간 동안 유통업체는 매입채무와 같이 무이자 현금 활용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유통기간이 만료된 상품권의 잔액은 고스란히 순이익으로 인식한다는 장점도 있죠.

최근 국내 유통업체 중 상품권을 가장 잘 활용한 기업으로는 이마트를 꼽을 수가 있습니다. 이마트의 최근 3개 사업연도 재무제표를 보면 상품권 부채가 짧은 기간 상당히 많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마트 별도 기준 상품권 부채 추이.(출처=이마트 사업보고서.)

2018년도 상품권 부채는 7400억원 수준이었는데요. 지난해 말 1조원을 초과했습니다. 2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상품권을 발행해 약 2600억원의 현금 사용량을 늘렸다고 볼 수 있죠. 올 1분기 상품권 부채는 1조11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100억원과 비교해 1000억원이 또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3조원에서 14조원으로 늘어나긴 했습니다만, 증가 폭을 비교하면 상품권 부채 증가 추이가 훨씬 가파른 것이 사실입니다.

또 매입채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도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18년 7500억원 규모의 매입채무는 2020년 9150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매출채권 규모가 2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500억원 늘어나는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매입채무가 훨씬 많이 늘었죠.

이마트 별도 기준 매입채무 추이.(출처=이마트 사업보고서.)

상품권과 매입채무 증감 추이를 보면 이마트가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과감한 투자가 이어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마트는 스타필드, SSG닷컴, 화성 국제 테마파크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벌이고 있는데요. 스타필드 지점 하나를 완공하는데 대략 7000억~1조원 사이 금액이 들어가고, 화성 국제 테마파크의 총 투자규모는 무려 5조원에 달합니다. SSG닷컴 출범에도 상당한 돈을 쏟아부었죠.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Affinity)와 비알브이(BRV) 등 2곳에게 7000억원을 지원 받았다지만, 어쨌든 부담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대규모 투자를 끊임없이 진행하다 보니 차입금 증가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2019년 말에는 순차입금이 3조2000억원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투자와 함께 진행된 부동산 매각, 점포 정리 등 구조조정 작업으로 현재 총차입금은 1조원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상품권 부채 및 매입채무의 증가도 이와 같은 과정에서 이뤄진 조처로 분석이 됩니다.

이마트 별도 기준 재무지표 추이.(출처=이마트 사업보고서.)

이마트는 앞으로도 현금흐름을 상당히 주의 깊게 관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이커머스 사업 대전환을 위해 무려 3조4000억원 규모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결정했기 때문이죠. 당초 네이버도 함께 투자자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 발을 빼며 이마트 홀로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차입부담은 재차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자산유동화에도 한계가 있겠죠.

게다가 ‘쿠팡’을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출혈경쟁 역시 당분간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마트의 온라인 판매법인 SSG닷컴은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오픈마켓 그랜드 오픈’ 할인행사에 나선다고 밝혔는데요.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을 늘리기 위한 할인행사인데,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한 만큼 할인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릴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마트를 이끄는 강희석 대표는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출신으로 유통업뿐 아니라 재무에도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9년 강 대표가 이마트에 합류한 이후 더욱 활발하게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동시다발 투자, 자산유동화, 운전자본 관리 등 이마트의 투자 및 재무전략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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