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이글루시큐리티 사무실 현판. (사진=이글루시큐리티)
▲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이글루시큐리티 사무실 현판. (사진=이글루시큐리티)
 
이글루시큐리티는 국내 정보보안 시장의 강소 기업으로 꼽힙니다. △통합보안관리 솔루션 △보안관제 서비스 △컨설팅 등을 내세워 정보보안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실적 그래프도 전반적으로 우상향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실적과 달리 증가와 감소 폭이 큽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제공하며 발생한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의미합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라면 해당 기간동안 현금의 유입량이 유출량보다 많다는 뜻이며 마이너스(-)라면 유출된 현금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기업이 해당 기간동안에 실제로 남긴 현금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순이익을 파악하기 위한 당기순이익도 있지만 실제 현금의 유입 여부와 관계없는 내용도 포함돼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아야 할 돈을 아직 받지 못한 매출채권이나 팔 예정이지만 아직 팔지 못한 재고자산 등 실제로 현금을 받지 않은 항목도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영업이익·당기순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추이를 함께 따져보면 기업의 현금흐름이 양호한지 아니면 문제가 있는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글루시큐리티의 최근 5년간 매해 1분기의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의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매출은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6년 1분기 162억원에서 올해 1분기 232억원까지 증가했습니다. 매출만 놓고보면 코로나19의 여파도 피해간 모습입니다. 특히 정보보안에 대한 투자가 인색한 국내 기업들의 성향을 봤을 때 코로나19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기록한 이러한 매출 증가 추세는 상당히 선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업이익은 2016년 1분기부터 2018년 1분기까지 증가 추세를 이어간 후 2019년 1분기에 주춤했지만 2020년과 올해 1분기에는 다시 늘었습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약 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는데 이는 인공지능(AI) 보안관제 솔루션 '스파이더 TM AI 에디션'의 선전이 주요 원인입니다. 당기순이익의 추이도 영업이익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영업과 관련없는 이익을 더하고 비용, 법인세 등을 빼고 남은 금액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기업이 해당기간동안 순수하게 남긴 금액이죠. 이글루시큐리티의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과 거의 비슷한 규모로 발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이 해당 기간동안 기업으로 들어온 현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매 계약을 맺어 매출로 잡혀도 고객이 당장 그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계상의 이익일뿐 실제로 현금이 들어온 것은 아니라는 의미죠. 실제로 들어오거나 나간 현금의 흐름은 현금흐름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표는 △영업활동 현금흐름 △투자활동 현금흐름 △재무활동 현금흐름 등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중요한 지표로 활용됩니다. 기업의 본분인 영업을 통해 드나든 현금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글루시큐리티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꾸준한 매출·영업이익과 달리 오르고 내린 폭이 큽니다. 올해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플러스 42억원으로 당기순이익(34억원)보다 많았습니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약 1100만원에 그쳤습니다. 올해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늘어난 것은 매입채무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매입채무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외상매입금과 지급어음 등의 채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거래 상대방에게 줘야 할 외상값입니다.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쥐고 있으니 보유한 현금량은 늘었겠죠. 이글루시큐리티의 1분기 매입채무는 약 30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2020년 4분기에 비해 약 3억원 늘었습니다.

지난해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 1100만원에 그친 것도 매입채무가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외상값을 많이 갚은 것이죠. 이글루시큐리티의 지난해 1분기 매입채무는 약 13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2019년 4분기에 비해 약 39억원 감소했습니다. 39억원의 외상값을 현금으로 갚아 주머니의 현금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지난 2016년 1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등락폭이 컸던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대해서도 매입채무의 증감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매월 말일에 맞춰 외상값을 갚다보니 회계상 숫자가 그렇게 책정됐다는 설명입니다.

정보보안 업계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글루시큐리티와 같은 정보보안 기업들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주요 고객이죠. 고객사들은 주로 매년 4분기에 그 해동안 받았던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정산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산은 4분기에 하고 실제 현금 지급은 그 다음해 1분기에 하는 방식이죠. 정보보안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받고 또 파트너 기업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작업을 1~2분기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들쭉날쭉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매출 그래프의 우상향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그 선봉에는 AI가 있습니다. 스파이더 AI 에디션은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우정사업본부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청 △ KT 등 주요 공공기관과 기업에 공급됐습니다. 보안관제는 그간 사람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직원이 회사의 시스템을 감시하다가 외부의 해킹 시도가 의심되는 것을 발견하고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해킹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사람이 모든 것을 확인하기에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때문에 나온 것이 AI 보안관제입니다. 사람 대신 AI가 시스템을 감시하며 해킹 시도를 탐지하고 이를 분석합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이러한 AI 보안관제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AI가 외부의 위협을 탐지하고 분석한 결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됐는지 보안 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알려주는 '설명 가능한 AI'(XAI, eXplainable AI)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최근 XAI 기술 관련 2건의 AI 특허도 등록했습니다. 

국내 보안관제 서비스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대표 정보보안 기업인 ADT캡스·안랩·시큐아이 등도 보안관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XAI 기술로 AI 알고리즘의 신뢰성을 높이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