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웨이브·아프리카TV가 대폭 오른 중계권료와 줄어든 관심에도 불구하고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하 도쿄 올림픽) 중계에 나선 것은 올림픽이 시청자를 모을 수 있는 콘텐츠 파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웨이브·아프리카TV는 오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도쿄 올림픽의 온라인 중계권을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 3사로부터 확보했다. 올림픽 중계권은 지상파 3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구매해 온라인 중계권을 사업자들에게 재판매한다. 당초 도쿄 올림픽은 쿠팡이 단독 중계권을 확보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중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쿠팡플레이는 월 2900원을 내야 하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이용자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이어졌다. 방송법에서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로 지정된 스포츠 이벤트는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방송사를 대상으로 한 법이므로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OTT와는 관계가 없다. 하지만 그동안 올림픽과 월드컵 등을 네이버·카카오(다음)를 통해 무료로 즐겼던 시청자 중 일부는 돈을 내고 올림픽을 봐야 한다는 것에 반발했다.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쿠팡은 도쿄 올림픽 중계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 중계권료·코로나19로 줄어든 관심…중계 안하는 KT·카카오
이후 네이버·카카오·웨이브·아프리카TV·KT 등이 지상파 방송사와 온라인 중계권을 놓고 협상에 나섰다. 그중 네이버·웨이브·아프리카TV는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하고 이를 공식화했다. 카카오와 KT는 협상 끝에 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는 그간 네이버와 함께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 중계를 진행했다. KT는 시즌의 분사를 앞두고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쿄 올림픽 중계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양사가 중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고액의 중계권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중계권료는 지상파 3사가 IOC로부터 구매하는 중계권료에 연동될 수 밖에 없다. IOC는 올림픽 개최지와 비슷한 시간대의 국가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국가들에 비해 높은 중계권료를 책정한다. 개최지 현지와 비슷한 시간대에 중계를 하면 그만큼 광고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상파들은 고액의 중계권료를 구매하지만 광고 매출로 이를 상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광고 수요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지상파의 광고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상파 입장에서도 온라인 플랫폼들에게 재판매하는 올림픽 온라인 중계권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쿠팡이 불을 지폈다. 보통 온라인 중계권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들이 공동 중계권을 구매했지만 이번에 쿠팡이 단독 중계권을 구매하며 중계권료를 크게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중계권료가 오른 것은 쿠팡의 영향이 크다"며 "KT와 카카오도 고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하는만큼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중계권은 향후 더 올라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구매했던 올림픽 중계권을 JTBC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총 4번의 동·하계 올림픽의 중계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공동이 아닌 단독으로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JTBC가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만큼 지상파 3사가 지불한 것보다 비싼 금액을 냈을 것"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에게 재판매하는 온라인 중계권료도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까지는 지상파 3사가 중계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 웨이브(왼쪽)와 아프리카TV는 오는 23일 개막하는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을 온라인으로 중계한다. (사진=각사)
▲ 웨이브(왼쪽)와 아프리카TV는 오는 23일 개막하는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을 온라인으로 중계한다. (사진=각사)

시청자 모인다…광고 수익·이미지 제고 효과 노려
네이버·웨이브·아프리카TV가 올라간 중계권료에도 불구하고 도쿄 올림픽 온라인 중계를 결정한 것은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올림픽 경기를 보려는 시청자들을 자사의 플랫폼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사는 올림픽 생중계를 무료로 제공한다. 시청자들로부터 받는 돈은 없지만 트래픽을 높이면서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네이버와 아프리카TV는 기존에도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광고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입자 기반의 OTT 웨이브는 올림픽 콘텐츠를 보기 위해 방문한 앱 이용자 중 일부가 유료 가입자로 전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올림픽 콘텐츠를 무료로 즐기면서 스포츠 관련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유료로 이용할 수 있고 웨이브의 유료 가입자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중계로 플랫폼을 더 알리기 위한 투자적인 측면도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중계권료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올림픽을 중계하면 그만큼 이름을 더 알리면서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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