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업계가 이용자 기대에 못 미치는 5G 커버리지로 비난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의 복수 주파수 활용 전략이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국내 적용을 위해선 할당 주파수 조절 및 추가 할당 등의 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릭슨엘지는 20일 개최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5G 시장 동향과 더불어 미국 T모바일의 5G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다중 대역 5G 스펙트럼'으로 불리는 T모바일의 전략은 저, 중, 고 3가지 주파수 대역을 모두 5G 네트워크 구축에 활용함으로써 5G 커버리지 확대 속도를 극대화하고 주파수 활용 범위를 증가시키는 것이 골자다.

T모바일은 현재 저대역 주파수(600MHz)와 중대역 주파수(2.5GHz), 고대역 주파수(28GHz)를 모두 할당 받아 운용 중이다. 전세계 이통사들이 주로 2~3GHz 중대역에서 5G를 상용화한 것과 달리 저대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 이동통신에서의 저, 중, 고대역 주파수 특성 (자료=에릭슨엘지)
▲ 이동통신에서의 저, 중, 고대역 주파수 특성 (자료=에릭슨엘지)

이통사들의 5G 커버리지 확대 속도는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주파수는 보통 높은 대역일수록 통신 속도가 빠르지만 직진성이 강하고 회절성(물체에 부딪혀 꺾이는 성질)이 약해진다. 이 경우 건물 등 장애물이 많은 도심에서는 전파 전달이 어려워 저대역 주파수 통신 대비 더 많은 기지국을 촘촘하게 설치해야 하는데 현재 국내 이통사에 할당된 5G용 주파수는 3.5GHz와 28GHz다. 850MHz~1.8GHz 대역의 LTE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주파수 대역이다.

T모바일의 저주파 대역 5G가 중~고주파 대역 5G보다 속도 면에서 빠를 순 없다. 다만 커비리지 확대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미국처럼 국토가 넓은 지역에선 5G 전국망 확대에 훨씬 유리하다. 아울러 T모바일은 저대역 5G 주파수에 일찍이 5G 단독모드(SA)를 활성화했다.

데이터 전송과 신호 처리에 일부 LTE를 활용하는 현재의 비단독모드(NSA)와 달리 단독모드는 통신의 전 과정이 5G로 이뤄진다. 단순화된 아키텍처로 인해 배터리 소모량이 줄고 반응속도가 개선되며 중대역 주파수와의 통합 서비스도 한층 쉬워진다. 이를 이용해 T모바일은 중대역와 저대역을 결합, 중대역 커버리지를 최대 30%까지 확대해 운영 중이다.

박병성 에릭슨엘지 수석 네트워크 컨설턴트도 지난해 한 5G 포럼에서 3GHz 이하 저대역 주파수의 5G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T모바일은 올해 말까지 미국 내에서 3억명(90%)의 사람에게, 내년에는 97%에 해당하는 미국인에게 600MHz 대역을 활용한 5G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을 당장 국내에 적용하긴 쉽지 않다. 박 컨설턴트는 "국내는 이미 주파수마다 할당된 특정 기술이 종속된 상태라 5G에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를 위해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주파수 전략 수립이 연단위로 이뤄지는 데다가 사용처 조정, 심사 등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에 논의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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