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미래사업 떼어낸 (주)두산, '정상화'라고 말하긴 이르다

발행일 2021-07-22 11:02:47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두산그룹 분당 사옥.(사진=두산그룹)

두산이 달라졌습니다. '식구'는 줄었지만 '곳간'은 풍성해졌는데요. 두산그룹은 지난해 두산중공업 발 유동성 부족 사태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을 방출했습니다.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두산그룹은 위기가 있었는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탄탄해졌다는 평입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끝으로 시장과 약속한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두산인프라코어 △두산타워 △두산모트롤BG △클럽모우CC 등을 처분해 3조원 가량을 매각했습니다.
두산그룹 자산매각 현황.(자료=각사 등)

재무구조도 개선됐습니다. 그룹의 사업형 지주사인 ㈜두산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281.4%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 365.5%에 달했는데 '급한 불'은 끈 셈입니다. 한때 그룹이 와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는데, 가까스로 위기를 탈출한 거죠. 

감사보고서에 담긴 수치들을 보면 안정을 찾아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재계를 휩쓸었던 두산그룹의 위기, 정말 정리된 걸까요.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두산, 사업BG 분할 영향은
두산그룹은 박정원 그룹 회장 등 35명의 오너일가가 사업형 지주사인 ㈜두산을 통해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두산그룹은 경영난 이전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의 지배구조를 유지했습니다. 현재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 ㈜두산→두산중공업→두산밥캣' 두가지 형태의 지배구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두산그룹 지배구조 변화.(자료=금융감독원)

과거 두산그룹은 '캐시카우'였던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외에도 ㈜두산의 사업부문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냈죠. △전자BG △모트롤BG △산업차량BG △정보통신BU 등 지주사의 사업부문 수익이 우수했습니다.

2019년 ㈜두산 매출은 개별 기준 2조607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중 1조8264억원(88.6%)이 지주사가 직접 영위하는 각 사업 부문 매출의 합이었습니다. 배당금 수익은 1%(222억원)에 그쳤습니다. 같은해 16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영업이익률은 7.8%에 달했습니다.

통상 투자형 지주사인 경우 계열회사의 배당금 수익 등이 주수입원입니다. ㈜두산과 ㈜한화처럼 지주사가 사업을 겸하는 사업형 지주사의 경우 사업 매출과 배당금을 모두 합산합니다. 지주사는 투자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지주사가 별도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있는 만큼 운용할 수 있는 재원도 넉넉하다는 의미입니다.

㈜두산 실적 현황.(자료=금융감독원)

㈜두산은 지난해와 올해 두산중공업 경영난으로 두 차례에 걸쳐 사업부문을 떼냈습니다. 지난해 11월 모트롤BG를 분할해 매각했고, 최근 산업차량BG를 떼내 두산밥캣에 넘겼습니다. 2019년 전지용 동박과 OLED 소재 등을 생산하는 사업부문을 떼냈고, 지난해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에 매각했죠.

㈜두산은 3조원에 달하는 자구안을 달성하기 위해 매각 가능한 자산을 처분했습니다. 지주사의 매출도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습니다. 올해 1분기 ㈜두산의 매출은 4087억원을 기록했고, 상품 매출은 3528억원(86.3%)을 기록했습니다. 2018년 1분기 ㈜두산의 상품 매출은 568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업 분할로 매출 규모가 약 37.9%(2155억원) 감소했습니다.

두산솔루스와 모트롤BG는 매각됐습니다. 두산퓨얼셀과 산업차량BG는 ㈜두산의 종속회사로 바뀌어 그룹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두산퓨얼셀 매출은 7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8.7%(519억원)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4618억원, 영업이익은 26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산업차량BG는 지난 1분기 매출 2211억원, 영업이익 115억원을 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3%, 영업이익은 20% 감소했습니다. 산업차량BG는 두산밥캣에 편입되면서 두산산업차량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두산밥캣의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해 성장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두산퓨얼셀과 산업차량BG의 실적은 ㈜두산의 연결 기준 손익계산서에 합산됩니다. 사업 분할로 별도 기준 실적에서는 제외됐습니다. 특히 수소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두산퓨얼셀은 '수소 경제'가 다가오면서 성장이 기대됩니다. 두산솔루스의 매각은 안타깝지만, 두산퓨얼셀을 통해 위안을 삼을만 합니다.
기업분할 불구 부채 늘고 자산 커져
자산은 어떨까요. 자산은 부채와 자본으로 구성됩니다. 2018년 1분기 개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은 4조2343억원, 올해 1분기 자산총액은 5조2740억원으로 24.5%(1조396억원) 증가했습니다. 사업부문을 떼내면서 회사의 자산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는데, 오히려 커졌습니다. 자산 항목을 살펴볼까요.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부채총액은 2조5648억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36.1%(6804억원) 증가했습니다. 자본총액은 올해 1분기 2조7092억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15.2%(3592억원) 증가했습니다. 

이유는 법인세 부채와 리스부채 때문입니다. 지난 1분기 ㈜두산은 당기법인세 부채로 1736억원을 인식했습니다. 2019년 1분기와 2018년 1분기 당기법인세 부채는 각각 3억원, 30억원입니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1분기 이연법인세 부채는 244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19년 1분기와 2018년 1분기는 996억원, 165억원이었죠. 마찬가지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두산의 법인세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리스부채 때문입니다. 지난 1분기 비유동리스부채는 253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유동리스부채까지 합하면 약 3000억원에 달합니다. 2019년부터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기업이 운용 중인 리스를 자산과 부채에 반영한 영향 때문입니다.

이 부채들은 금융비용이 아닌 만큼 이자 부담이 발생하진 않습니다. 다만 ㈜두산은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법인세 부담도 커지면서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은 2019년부터 4차례 회사를 분할했지만, 부채는 ㈜두산이 대부분 떠안는 방식으로 분할했습니다. 두산솔루스와 모트롤의 경우 매각을 성사시켜야 한 만큼 부채를 떠넘기지 못했습니다.

두산퓨얼셀과 두산산업차량의 경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했으므로 재무구조가 우량한 상태로 출범시켰습니다. 결국 ㈜두산이 부채 부담을 떠안은 거죠.

㈜두산 사업분할 전후 부채 현황.(자료=금융감독원)

당시 두산솔루스의 부채총액은 504억원이었는데, 이중 400억원이 장기차입금이었습니다. 이조차도 매각 이후에도 부채를 변제할 책임은 ㈜두산에 있습니다. 두산퓨얼셀로 옮겨진 990억원의 차입금 또한 ㈜두산이 변제해야 합니다.

㈜두산이 4차례 분할에도 부채규모가 줄어들기보다 커진 이유입니다. 
유동성은 안정권 진입...영업 현금흐름 개선이 관건
2019년 1분기 ㈜두산의 차입금은 1조5039억원, 올해 1분기 차입금은 1조2194억원입니다. 회사 분할에도 부채규모가 조금만 줄어든 건 분할신설법인으로 옮겨진 차입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올해 1분기 ㈜두산의 총차입금은 1조2194억원입니다. 단기차입금은 6484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53.1%에 달합니다. 채권자가 한국수출입은행인 만큼 만기를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의 유동비율은 지난 1년 동안 소폭 개선된 만큼 채무상환 능력도 나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1분기 유동비율은 98.7%였고 지난해 1분기에는 64.1%였습니다. 통상 유동비율이 100% 미만인 경우 유동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는데 현재 100%에 근접했습니다. 올해 1분기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131억원입니다.
㈜두산 재무구조.(자료=금융감독원)

유동성은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영업 현금흐름은 크게 둔화됐습니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517억원이었습니다. 2019년에는 1424억원, 2018년 803억원이었는데 현금흐름이 크게 둔화됐죠. 올해 1분기에도 -69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2669억원,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674억원이었습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인 건 유형자산 등을 처분해 확보한 현금이 투자한 규모보다 컸기 때문입니다.

㈜두산 별도 현금흐름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이렇듯 ㈜두산은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이 개선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소폭 좋아진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아직 '리스크'가 상존해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두산건설 매각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두산그룹은 예정대로 경영 정상화의 '열차'에 탑승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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