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수소 제철' 선언한 포스코, 연 6000만톤 '쇳물 굴기' 선언

발행일 2021-07-22 16:26:27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포스코가 쇳물을 생산하는 모습.(사진=포스코)

다시 '철의 시대'입니다. 올해 차량용 반도체의 '쇼티지(Shortage)'가 산업계를 달궜는데, 철강업계에서도 재연되는 분위기입니다.

'철광석 쇼티지'가 아닌 '철강재 쇼티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철강재를 받아 완제품을 생산하는 수요업체의 협상력은 크게 낮아졌고, 포스코 등 철강사의 협상력은 높아졌다고 합니다. 포스코는 조선소와 산업기계 업체 등에 납품할 물량이 모자라 수출용 물량을 내수용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철강산업은 중간재 산업인 만큼 전방산업에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조선업계는 글로벌 물동량 증가로 해운업계가 초호황을 맞으면서 컨테이너선 발주 물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3년치 물량을 쌓아둘 정도라고 하는데요. 선박을 건조할 후판 수요도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3월 코로나 팬데믹 때와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지난해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공급 과잉을 우려했고,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는데 불과 1년 만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포스코 별도 실적 추이.(자료=포스코 IR북)

포스코는 22일 오전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별도 기준 매출은 9조2774억원, 영업이익은 1조608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포스코의 계열회사를 합한 연결 기준 매출은 18조2289억원, 영업이익은 2조2014억원에 달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창사 이후 영업이익 기준 최대 규모 분기 실적을 냈고, 포스코는 1조11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2010년 3분기 이후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포스코는 이번 실적 발표회에서 '조강(쇳물) 생산량 6000만톤'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4058만톤의 쇳물을 생산했는데, 현재보다 생산량을 1.47배 늘려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가 6000만톤을 생산할 경우 생산량 기준 세계 3위인 허베이철강(생산량 4376만톤)을 앞서게 되는데요. 물론 허베이철강이 증설을 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가능한 수치입니다. 포스코는 '쇳물 6000만톤'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해외 생산기지에 상공정을 세우고, M&A와 합작사 등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포스코 굴기' 시즌 2...글로벌 철강사 흡수 가능성도 
포스코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굴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굴기의 사전적 의미는 '산 따위가 불쑥 솟음'이라는 의미입니다. 포스코에 빗대면 조강 생산량을 확대해 글로벌 톱티어 철강사로 도약을 약속한 것입니다.

이번 증설이 '굴기'인 이유는 철강업이 규모의 경제인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고로 철강사의 경우 호주와 브라질 등에서 원료인 철광석을 들여와 품질 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록 시장 지배력이 커집니다.

철강사별 조강 생산량 순위. 붉은색 음영은 중국 철강사.(자료=포스코)

포스코는 2009년 정준영 회장 때부터 '쇳물 6000만톤'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인프라 수요가 축소되고 철강 수요가 둔화되면서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은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0년 조강 생산량도 3540만톤에 그쳤는데, 지난해 생산량도 3593만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53만톤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10년 전부터 생산량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는데, 현재까지 증설은 없었던 거죠. 이유는 철강 산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철강업은 생산이 중심이 되는 경직적인 산업으로 '후진'이 불가능합니다. 만약 수요가 없어 철강 설비를 구조정할 경우 철강사의 매몰비용과 함께 사회적인 비용이 수반됩니다.

만약 포스코가 2010년 무리해 증설에 나섰다면 향후 10년 동안 과잉 공급으로 상당한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정우 회장 임기 2기를 맞아 '쇳물 6000만톤' 카드를 꺼냈습니다. 이는 2가지 이유로 해석됩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산업의 재편이 빨라졌고, 물동량과 이연소비가 늘어나면서 철강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철강산업의 전방 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가전 등이 건설업을 제외한 전 산업이 호황입니다.

전중선 부사장은 "조선산업은 3년치 건조 물량을 확보했고 생산 관점에서는 최고 호조"라며 "중국도 탄소 중립을 위해 감산을 유도하고 있고, 해외로 유출되는 조강량이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철강사 1위부터 5위까지 비중국 업체는 2위인 아르셀로미탈과 신일본제철 뿐입니다. 중국의 감산은 포스코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포스코가 증설을 통해 수요를 뺏어오겠다는 설명이죠.

포스코의 2분기 별도 기준 재무현황.(자료=포스코)

포스코는 2030년까지 107억 달러(한화 12조3103억원)를 투자해 6000만톤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한 M&A와 합작사 설립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전 부사장은 "M&A와 합작사 모두 열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포스코의 2분기 별도 기준 자금시재(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유가증권 등을 합한 자산)는 10조3710억원, 연결 기준 16조6830억원입니다. 두둑한 '실탄'을 바탕으로 10여 년 전 목표했던 '쇳물 6000만톤'에 재도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철강사들은 흡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렸는데요. 포스코는 M&A가 열려있다고 밝힌 만큼 중대형 철강사 흡수 합병에 나설 수도 있겠네요.
'오프쇼어링'이 원칙...포항·광양 등 국내 증설은 없어
포스코는 이번 증설이 해외 생산기지를 대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생산의 '메카'로 떠오른 미국을 겨냥해 멕시코 공장을 증설하고,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 해외 생산기지를 증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는 중국과 인도, 멕시코 등 해외 15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이중 제선과 제강, 압연 등 일관제철소를 갖춘 곳은 인도네시아가 유일합니다. 포스코는 2013년 인도네시아 국영철강사와 합작으로 연 3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PT KP(KRAKATAU POSCO)를 건설했습니다. 브라질에 동국제강과 발레사와 합작한 CSP제철소가 있습니다.

포스코의 해외 생산기지 현황.(자료=포스코)

두 회사의 쇳물 생산량을 합해도 연 600만톤으로 전체 생산량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CSP는 합작 제철소이며 포스코 지분은 10%에 불과합니다.

철강 공정은 상공정과 하공정으로 나뉩니다. 쉽게 말해 상공정은 쇳물과 슬라브 등 반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이며, 하공정을 반제품을 가공해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입니다. 포스코의 경우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해외 생산기지는 자동차 강판 등을 생산하는 하공정입니다.

포스코는 이날 인도네시아와 인도, 멕시코 등 해외 생산기지에 상공정을 건설할 계획을 시사했습니다. 북미 지역에는 전기로 건설 계획을 시사했죠. 포스코는 지난해 광양제철소 하이밀 전기로와 CEM 설비를 매각하면서 전기로 사업에서 완전 철수했습니다. 2015년부터 전기로 설비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고정비 부담으로 사업을 접었죠.

그런데 철광석 등 원가 부담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로에 진출할 뜻을 시사했습니다. 단 국내가 아닌 철스크랩 확보가 용이한 미국에서 전기로 사업에 나설 뜻을 밝혔습니다. 포스코는 전기로에서 뽑아낸 쇳물을 얇은 강판으로 연속해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 전기로 사업을 할 경우 원가 경쟁력과 생산량 확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죠.

포스코의 전기로 CEM 공정.(사진=포스코)

포스코에 놓인 과제는 두가지입니다. 생산량을 확대해 지금보다 더 진일보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수소 환원 제철 등 친환경 제철소를 만드는 것이죠. 포스코는 2030년까지 수소 환원 기법을 개발하고, 동시에 연 6000만톤의 쇳물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2050년까지 철광석을 수소(H2)로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친환경 제철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포스코의 '굴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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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제주도 2021-07-23 06:10:04
    포스코가 중국회사인가요? 굴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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