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미국 출시를 앞둔 현대차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 미국 출시를 앞둔 현대차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현대차가 미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미주 시장 상반기 점유율은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미주 시장 점유율은 5.1%로 2010년(5.0%)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미주 시장에서만 42만6433대를 판매했습니다. SUV 차량이 26만대(62.3%) 팔렸고, 승용차가 16만대(37.3%)가 팔렸습니다. 투싼이 8만3517대(19.5%) 팔려 미주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현대차였죠. 엘란트라(7만4057대), 싼타페(6만3110대), 소나타(5만4198대) 순으로 많이 팔렸습니다.

현대차가 미주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해는 2016년이었습니다. 같은해 상반기까지 총 37만4060대가 팔렸는데 올해 상반기 5만2373대가 더 팔렸습니다.

이렇듯 미주 시장에서 현대차의 존재감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미주 시장에서 팔린 자동차는 총 831만대입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판매량은 28.6%(184만대) 늘었습니다.

▲ 현대차의 상반기 미주 시장 점유율 현황.(자료=현대차)
▲ 현대차의 상반기 미주 시장 점유율 현황.(자료=현대차)

미국인의 자동차 사랑은 유별납니다. "3보 이상이면 승차"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미국은 자가용 보유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전세계 가솔린 생산량의 40%를 미국인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커진 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죠.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차는 토요타로 올해 상반기 점유율이 14.5%를 기록했습니다. 3위인 GM은 13.8%의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현대차의 점유율은 7번째로 높았습니다. '톱티어' 업체와 점유율은 상당히 차이납니다. 

하지만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 또한 갈수록 높아지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아의 미주 시장 상반기 점유율은 4.5%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을 합하면 9.6%로 토요타와 격차가 4.9% 포인트까지 좁혀지죠. GM과 격차는 4.2% 포인트입니다.

▲ 현대차의 상반기 미주 시장 판매량 현황.(자료=현대차)
▲ 현대차의 상반기 미주 시장 판매량 현황.(자료=현대차)

북미·EU서 달라진 현대차 존재감
현대차는 올해 국내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22일 2분기 실적 발표회를 열고 경영 성적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30조3260억원, 영업이익은 1조886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7%, 영업이익은 219.5% 증가했습니다.

실적 개선은 본업인 자동차 판매가 이끌었습니다. 자동차 판매 매출이 같은 기간 동안 8조6170억원(53.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자동차 부문에서 1조2690억원(219.5%) 증가했습니다.

현대차의 본업이 자동차 판매인 만큼 본업에서 실적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올해 2분기 내수와 중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판매량이 증가했습니다. 내수 판매는 도매와 소매 각각 11.0%씩 감소했습니다. 중국 시장은 도매 판매가 19.7%, 소매 판매가 27.8% 줄었습니다.

판매량이 급증한 지역은 인도와 중남미 시장이었습니다. 인도와 중남미의 도매 판매량은 각각 306.0%, 246.8% 증가했습니다. 소매 판매량은 각각 133.7%, 168.8% 증가했죠. 무엇보다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게 눈에 띕니다. 

▲ 현대차 글로벌 도·소매 판매량.(자료=현대차 IR자료)
▲ 현대차 글로벌 도·소매 판매량.(자료=현대차 IR자료)

유럽 시장 도매 판매량은 109.3%, 소매 판매량은 126.6% 증가했습니다. 미주 시장의 도매 판매량은 67.6%, 소매는 73.1% 늘었습니다. 지난 1분기 때 유럽 내에서 도·소매 판매량은 대동소이했던 것과 비교됩니다. 미주 시장에서도 지난 1분기 때에는 도매 판매량이 3.6% 줄었고, 소매 판매량은 29.0%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지난 1분기 때 유럽과 미주 시장에서 부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2분기에는 선전했죠.

올해 2분기 현대차의 판매 실적은 해외 시장에서 달라진 존재감을 느끼기 충분했습니다.

'전기차 격전지'로 부상한 미주·유럽...해외시장서 현대차 밸류 높아졌다
인도와 러시아 등 신흥시장과 달리 미주 시장과 유럽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전기차 때문입니다. 유럽과 미국, 중국은 전기차 시장의 격전지입니다. 이 시장은 세계에서 전기차 수요가 가장 많은 3곳입니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비중국 국가 중 전기차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곳입니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연평균 19%씩 성장해 2030년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이 30%에 달할 전망입니다. 2025년 43만대의 전기차 판매가 예상됩니다. 지난해 판매량은 10만대에 못 미쳤는데 성장세가 상당하죠.

유럽 전기차 시장은 연평균 2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30년 전체 신차 판매량 중 80% 가량이 전기차일 전망입니다. 폭스바겐과 BMW 등 유럽의 전기차 메이커는 내연기관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줄인다고 공언했죠.

완성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수록 두 시장의 중요성은 커지는 것이죠.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차종을 최소 12개 이상 내놓을 계획입니다. 올해 아이오닉5를 발표한 데 이어 내년 아이오닉6의 발표를 예고했습니다. 신차 개발까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걸 고려하면 현대차는 단 한종의 전기차 신모델도 실패해선 안 되는거죠.

현대차와 기아 또한 두 시장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시장의 판매량과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시그널'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5년 유럽 시장에서 5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약 9.0%의 점유율이 예상됩니다. 미주 시장에서는 같은해 약 32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8.5%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 현대차가 4월 발패한 'EV 경쟁력 제고 방안' 자료.(사진=현대차)
▲ 현대차가 4월 발패한 'EV 경쟁력 제고 방안' 자료.(사진=현대차)

미국에서 테슬라와 토요타, GM에 밀리지만 폭스바겐과 BMW 등 유럽의 강호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스텔란티스, 토요타에 이어 점유율 5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 내에서는 테슬라의 인기를 앞지를 전망이죠.

지난해 상반기 해외에서 팔린 현대차의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수소차 제외)는 6만8240대입니다. 올해 상반기 아이오닉5 출시 등의 영향으로 9만810대가 팔렸습니다. 전기차 수출 판매량은 약 33.0% 증가했죠. 

▲ 정의선 현대차 회장.(사진=현대차)
▲ 정의선 현대차 회장.(사진=현대차)

현대차가 지금보다 북미와 유럽 내에서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할 경우 선두 그룹과 경쟁에서 앞지를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한화 8조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 현지 생산체계를 갖추고,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금을 쓸 계획이죠. 현대차는 올해 3분기부터 아이오닉5를 미주 시장에 출시하는 등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섭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불고 있는 현대차의 '돌풍'이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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