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올까

발행일 2021-07-26 14:00:00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업계에서 쿠팡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말 다양합니다. ‘우리나라 최고 혁신기업’이라는 평가도 있는 반면 ‘아마존 카피캣(Copycat·흉내쟁이)’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금껏 국내서 쿠팡과 같은 기업이 없었으니 어떻게 이 기업을 바라봐야 할지 헷갈릴 만도 합니다.

실제로 업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봐도 평가가 상당히 엇갈립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을 단순히 유통, 물류, IT 등 한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것이 무의미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며 높게 평가했습니다.

반대로 전통적인 유통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쿠팡이 국내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맞지만, 결국 아마존이 하는 사업들을 전부 따라하고 있다”며 “게다가 이커머스 사업을 제외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 음식 배달사업 등 신사업들은 후발주자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물론 이처럼 평가가 엇갈리는 배경에는 대규모 적자가 자리합니다. 쿠팡이 이미 흑자를 내는 기업이라면 어떤 사업을 어떻게 벌이든 크게 중요하진 않겠죠. 그러나 현재 기업의 본질과도 같은 ‘이윤창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쿠팡의 도전적인 사업 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쿠팡 매출 추이.(자료=쿠팡)

그렇다고 ‘쿠팡은 수익을 내지 못하니 기업으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하기도 어려운데요. 어찌됐든 시가총액이 77조원에 달할 만큼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죠. 또 기업을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74% 늘어난 4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죠. 아무리 적자를 감수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단기간에 매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했으니 앞으로 돈을 어떻게 써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생태계' 확장
쿠팡이 선택한 지속 가능한 경영 모델은 바로 ‘생태계 조성’입니다. 쿠팡이라는 거대 플랫폼에 한 번 포섭되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중독성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죠. 애플이 경쟁업체들과 타협하지 않고 독립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유사합니다. 호환성은 떨어지더라도 대체 불가능한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쿠팡이츠, 쿠팡풀필먼트센터, 쿠팡플레이, 쿠팡페이 등 쿠팡이 벌이는 다양한 신사업들.(사진=쿠팡.)

쿠팡이 본업인 이커머스 사업 외에 자꾸만 다양한 신사업을 검토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생태계를 확장해 더 많은 고객들을 포섭하기 위해서죠. 쿠팡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대표이사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말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쿠팡의 미션이라고 강조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쿠팡은 현재 다수의 신사업을 동시에 벌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신사업은 음식 배달업으로 이미 2년 전인 2019년 5월부터 쿠팡이츠를 선보였죠. 또 2020년 12월부터는 쿠팡플레이를 런칭하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외에도 풀필먼트 서비스 사업, 쿠팡페이 등 물류와 전자결재 사업도 함께 벌이고 있습니다.

쿠팡 없이 못 사는 사람 얼마나 될까
그런데 과연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대체 불가능한 것이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로켓배송을 통해 이커머스 사업에서는 차별화에 성공했다”면서도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은 오히려 후발주자로서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본업인 유통업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사업자가 되는 토대를 마련했지만, 그 외에 쿠팡만 할 수 있는 독점적인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죠.

(출처=빅데이터연구소.)

쿠팡이츠만 보더라도 배달의민족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습니다. 쿠팡이츠가 배달비 무료 등 강력한 마케팅 정책을 펼치며 단숨에 주요 사업자로 발돋움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쿠팡이츠 없는 세상’을 두려워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할인 정책은 일시적일 뿐인 데다 다른 사업자들도 쉽게 적용할 수 있어 차별화가 어렵죠. 

쿠팡플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 강력한 글로벌 OTT 사업자들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티빙, 왓챠, 웨이브 등 이미 영향력을 확대하는 국내 사업자들이 많습니다. 쿠팡플레이가 이렇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콘텐츠 시장에서 차별화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출처: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물론 올림픽 단독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하려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이 역시도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마케팅입니다. 쿠팡, 쿠팡이츠의 사업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은 단순히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한다고 열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로지 쿠팡만이 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요소를 얼마나 더하느냐가 관건으로 여겨지는데요. 과연 김 의장은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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