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LS전선, '재생에너지 붐' 맞아 1859억 투자...해저케이블 '힘겨루기'

발행일 2021-07-26 16:37:40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LS전선 동해시 신규공장 조감도. (사진=LS전선.)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강원도 동해 사업장에 생산 공장을 추가 건설한다고 밝혔습니다. 건물은 올해 10월 착공해 2023년 4월 완공할 예정입니다. 총 투자금액은 자기자본의 14.6% 수준인 1859억원입니다.

이번 투자가 흥미로운 이유는 ‘가동률’ 때문입니다. 공장 가동률만 놓고 보면 여유가 있는 상태인데요.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해저케이블 사업을 맡고 있는 동해 사업장의 가동률은 45.8%입니다. 구미 사업장과 인동 사업장 등 권선이나 광섬유케이블을 제조하는 사업장과 비교하면 5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죠.

해저케이블 가동률 추이. (자료=LS전선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보통 제조업체의 시설 투자는 2가지로 나뉩니다. 특정 사업의 호황을 예상하거나 주력 사업으로 방향성을 설정한 뒤 미리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방식이 있고요. 수주 상황에 맞게 보수적으로 설비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있죠. 이번 LS전선의 투자는 ‘선제 조치’로 풀이됩니다. 미리 투자해 점유율을 꽉 잡아 두겠다는 거죠.

전선업계에서 해저케이블이 상용 단계에 있는 곳은 LS전선과 프랑스 넥상스, 일본 스미토모 정도가 꼽힙니다. 다만 최근 다른 업체들도 앞다퉈 해저케이블 사업 진출을 외치고 있죠. 대표적인 업체가 지난 5월 호반산업에 인수된 대한전선이죠.

김선규 호반그룹 총괄회장은 인수 공표 행사에서 “호반그룹과 함께 대한전선이 케이블과 에너지, 전력 분야의 강자로 우뚝 솟을 수 있도록 지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죠. 단순한 선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최근 대한전선 행보를 보면 업계 1위를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나형균 대한전선 사장은 해저케이블 사업 진출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습니다. 나 사장은 지난 2월 해저케이블 사업 확대를 위한 공장 설립을 고민 중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설립을 위한 자금이 문제였는데요. 호반그룹을 등에 업은 만큼 올해 안에 대규모 해저케이블 생산 시설을 착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 5월 조직개편에서 해상풍력사업단도 신설하며 사업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죠.

대한전선은 지난 2017년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의 R&D 사업과 1단계 실증사업에 해저케이블을 납품한 바 있습니다. 기술력을 갖췄다는 뜻이죠. LS전선 입장에선 신경 쓰이는 경쟁자가 생길 수도 있는 거죠.

경쟁 업체 등장과 함께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선제 조치의 이유로 보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 확대로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해저케이블 수요도 확대됐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RU에 따르면 2020년 2조6690억원이던 해저케이블 시장 규모는 2025년 5조1087억원으로 예상됩니다.

LS전선 사업별 생산능력. (자료=LS전선 분기보고서)

LS전선은 공장이 완공되면 해저케이블 생산 능력이 1.5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생산 실적이 생산 능력만큼 늘었을 때 어느 정도 수익성으로 이어지는지가 궁금할 텐데요. 구체적인 수치 확인은 어렵습니다. 사업보고서에도 해저케이블 단독 생산 능력이 구분돼 표시되지는 않고 있죠. LS전선 측은 “영업과 관련된 부분인 탓에 공개가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증권가에선 매출액 3000억원 증가를 예상합니다. 양일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3일 리포트에서 “증설을 완료하면 매출이 3000억원가량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저케이블의 영업이익률을 보수적으로 10%로 가정 할 경우 증가하는 연간 영업이익 300억원은 LS전선 연간 영업이익의 15%”라고 설명했습니다.

LS전선 실적 추이. (자료=LS전선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예상 증가 폭이 상당합니다. 이번 증설이 고압직류송전(HVDC)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죠. 직류 송전은 교류 송전과 비교해 고조파 제거 등을 위한 설비를 갖춰야 해 초기 건설 비용은 비싸지만 안정적인 전력수송으로 판매 단가가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LS전선은 최근 좋은 실적을 이어왔습니다. 덕분에 필요한 시점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거죠.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은 해저케이블 사업이 LS전선의 좋은 흐름을 유지할 원동력이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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