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환치기' 진실 공방...거래소 업계는 '식은땀'

발행일 2021-07-27 06:37:58
국내 특금법 개정안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기한이 두 달여 남은 가운데 국내 대형 거래소인 업비트가 불법 가상자산(암호화폐) 환치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비트는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박 입장을 냈지만 실제 경찰 조사가 이뤄질 경우 은행 실명계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거래소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은 지난 23일 "업비트의 가상자산 환치기 의혹이 제기된다"며 "조만간 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업비트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 및 오더북 공유를 통해 환치기를 해왔다는 주장이다.

환치기는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서 각각 계좌를 만든 후, A 국가 계좌에서 입금한 돈을 B 국가에서 해당국 화폐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환율 차익을 얻는 행위다. 외환거래 기록이 남지 않고 세금 탈루나 범죄자금 전달에 이용될 여지가 있어 불법이다. 특히 가상자산은 해외보다 국내 가격이 일부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환치기 표적이 되기 쉽다.

오더북은 거래 매수, 매도 내역이 기록된 장부다. 이를 공유하면 양측 거래소 회원 간 거래가 시스템상 연결되므로 전체적인 주문 체결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비트 오더북 화면 (사진=업비트 비트코인 오더북 갈무리)

업비트 "페이퍼 컴퍼니 아냐...오더북 공유와 환치기 무관해"
노 의원실 발표에 업비트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즉각 반박문을 내고 △업비트 해외 제휴 법인은 각국 인허가를 받은 현지 사업자로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며 △비트코인(BTC) 마켓은 인도네시아 법인과 오더북을 공유 중이지만 회원들의 KYC(고객확인)가 이뤄진 만큼 환치기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환치기가 성립하려면 각 법인의 특정 회원 간 거래가 가능해야 하는데 업비트는 매도 주문과 매수 주문을 중개할 뿐"이라며 "특정인 간 거래가 전제인 환치기는 성립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실제 거래소 오더북은 사용자 주문이 등록되면 각 매수, 매도 조건에 맞는 사용자 간 거래 매칭을 돕는 시스템이다. 이때 회원 간 개인정보를 주고받지 않으므로 약속된 사람과 조건부 거래가 필요한 환치기가 쉽지 않다.

해외 거래소에서 싸게 구입한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 계좌로 전송한 뒤 국내에서 비싸게 처분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블록체인 구조상 모든 거래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게다가 익명성 높은 개인 가상자산 지갑 계좌를 두고 상대적으로 덜미가 잡히기 쉬운 거래소 계좌가 환치기에 이용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노 의원실 "전문가 검토받았다…진실 드러날 것"
이에 대해 노 의원 관계자는 "기술적 부분에 대한 반론은 또 다른 반론을 낳는다"며 "이미 복수의 전문가들을 통해 (환치기) 가능성 검토가 이뤄졌기에 발표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비트의 페이퍼 컴퍼니 운영 의혹은 지난 14일 <제이티비씨(JTBC)>도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현재 업비트 해외법인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인력, 장비가 없는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들 법인의 실질적 운영이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노 의원실이 주장한 해외법인발 환치기 의혹도 검증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보도에 관해 업비트 관계자는 "현재 인도네시아는 하루 5만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정부가 강력한 사회활동제한명령(PPKM)을 시행 중"이라며 "이에 따라 업비트 인도네시아는 전원 재택근무 중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법인도 마찬가지로 재택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의혹은 수사 결과에 따라 국내 거래소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올해 9월 말까지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 신고를 마쳐야 하는 중소 거래소들 입장에선 식은땀이 흐를 소식이다. 현재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운영 중인 60여개 거래소 중 사업 신고에 필요한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한 곳은 전무하다.

은행 업계는 계약 체결 이후 해당 거래소에서 불법 자금세탁 등 범죄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은행에 돌아올 책임이 부담스럽다. 가상자산 정책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이 점에 대해 은행에 면책권을 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따라서 수사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환치기 개입 가능성이 증명될 경우 은행 입장에선 실명계좌 발급 문턱을 지금보다 더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4대 거래소도 안심하긴 이르다. 마찬가지로 거래소발 환치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잠재적 리스크를 우려한 기존 은행과의 재계약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사업 신고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이 같은 시나리오는 각 거래소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다.
노 의원실이 공개한 2017~2018년 국내 환치기 범죄 규모

한편 올해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환치기 범죄 규모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노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이용한 국내 환치기 규모는 올해 상반기 1조 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차 가상자산 투기 광풍이 불었던 2018년 기록(1조 2000억원)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로 노 의원은 "정부는 철저한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사실을 밝히고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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