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의 발전과 팬데믹 이후 시중은행들의 디지털 전환(DT)을 위한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서 뒤처지면 미래도 없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 주요 은행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봤다.
'리딩플랫폼'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올해 중으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자산관리(WM), 펀드, 보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넘버 원 리테일뱅크'가 되겠다고 강조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 또한 디지털 경쟁력을 측정하고, 비대면 프로세스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올 하반기 경영 전략 키워드를 '넘버 원 금융플랫폼', '디지털 퍼스트'로 설정하고 비대면 가입 프로세스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비대면 거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대출 시장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 거래의 비대면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이미 은행 신용대출 상품의 거래 비중은 대면 채널보다 비대면이 앞서고 있다. 올 상반기 주요 은행 전체 신규 대출 중 비대면 비중은 하나은행 86.3%, 우리은행 67.3%, 신한은행 61%, 국민은행 21.4%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비대면 대출 수요에 대응해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올해 경영 의제를 '넘버 원 금융플랫폼'으로 동일하게 설정한 만큼, 디지털 시장에서 각축전이 예고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가계대출의 최대 승부처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겨냥해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설 것을 밝혔다. 올해나 늦어도 내년 초 안에는 100% 비대면 구현이 가능한 주담대 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 시장은 사실상 주택은행 시절부터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국민은행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의 성공 가능성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면서도, 경쟁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가 추진하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에 대응해 지점에 오지 않아도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프로세스 구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정문철 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지난 22일 열린 '2021년 상반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주담대는 담보 설정 과정이나 예외적인 상황이 많아 비대면에서 실현되기 쉽지 않고, 그로 인한 고객 불편이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발생하는 등 대면을 더 선호하는 추세"라며 "다만 최근의 흐름상 비대면으로 수요가 옮겨 갈 것으로 판단해 프로세스를 보완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스타뱅킹' 앱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비대면 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사용자경험·인터페이스(UX·UI)에 초점을 맞춰 앱을 탈바꿈 중이다. 리뉴얼 때 공동명의와 타행대환 등 디지털로 처리하기 어려웠던 조건에 대해서도 비대면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주담대 프로세스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을 출시한 하나은행은 리테일 핵심 상품의 비대면화를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전세자금대출, 모빌리티, 부동산 등 다양한 제휴를 통해 생활금융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또한 100%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 때 처음으로 디지털 채널의 성과를 공개한 우리은행은 디지털 신사업 조기 선점 차원에서 디지털 채널과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공세적이고 개방적인 전략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WON뱅킹' 등을 통한 비대면상품 가입자는 올 상반기에만 167만명을 기록해 작년 한 해 가입자(155만명)를 넘어선 상태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 디지털 채널은 비대면 수요가 확대되며 최근들어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은행 앱 가입자 수는 KB국민은행 '스타뱅킹' 129만명(누적 1732만명), 카카오뱅크 127만명(누적 1671만명), 신한은행 '신한SOL뱅킹' 69만명(누적 1319만 명), 하나은행 '하나원큐(누적 1239만명)' 55만명이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급증하는 비대면 가입 수요를 바탕으로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채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 중 시중은행만이 가진 대면 서비스의 장점을 하반기 '비대면 자산관리(WM) 전문가 상담서비스'를 출시하고, 대면 상품의 비대면화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비대면 고객 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디지털PB팀', '비대면PB사업팀' 등의 조직을 신설해놓은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비대면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전통 대면 상품 서비스의 비대면화를 적극 추진하고, 비대면에서도 영업점과 동일한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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