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와 역차별"…방송사 소유·겸영 제한 완화 논의 불붙나

발행일 2021-07-27 18:43:17
최근 OTT, 유튜브, IPTV 등 각종 방송 플랫폼이 급성장하며 시장 내 경계가 불분명해진 가운데, 낡은 규제 철폐를 통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공정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 자리가 마련됐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주최하고 통신·방송 분야 전문가 8인이 참석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방송사의 소유 및 겸영 제한 완화, 유료방송사업 허가 조건 간소화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도 개선 논의안이 다뤄졌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관(오른쪽 끝)을 포함해 학계·업계의 여러 방송산업 전문가들이 이날 공청회에 참석했다 (사진=온라인 공청회 갈무리)

방송 사업자 성장 저해하는 소유 겸영 제한 완화돼야
방송사의 소유 및 겸영 제한은 지상파, 종합유선방송(SO, 케이블), 위성방송 상호간 지분 소유 및 겸영 범위에 대한 규제다. 아래 이미지처럼 방송사업자 매출액이나 시청 점유율, 가입자 수 등에 따라 지분 소유 가능 범위가 엄격하고 촘촘하게 규정돼 있다. 이는 당초 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과도한 지배력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조항이지만 시장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의 방송 생태계에서는 오히려 국내 유료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방송사업자의 소유 및 겸영 제한 규정을 나타낸 구조도 (자료=강준석 책임연구원)

공청회 발제를 담당한 강준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특히 현행 소유 겸영 규제가 유료방송사업자의 대형화나 콘텐츠 투자 확대를 저해해 글로벌 OTT와의 대등한 경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등 해외 대형 OTT 서비스만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콘텐츠 개발 투자와 억 단위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규모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지만 복잡한 겸영 제한 셈법에 막힌 국내 방송사업자들은 제때 투자, 사업 확대에 나설 기회를 잃어 장기적 관점에서 불리한 경쟁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이 지적에 대해 대부분의 패널이 동의했다. 다만 전면적 완화보다는 목적과 지위에 맞춰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소유 및 겸용 제한 규제는 세계적으로도 완화 중"이라며 "우리만 규제해 봐야 이미 OTT나 유튜브 등의 각종 매체가 방송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상황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공영방송의 경우 국민이 요구하는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킬 의무도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규제 완화는 보다 상세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문연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전 회장은 과감한 규제 철폐를 주문했다. 그는 "소유 겸용 제한 규제의 실효성 자체가 의문"이라며 "이 기회에 과감히 털어내고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가 소수 메이저 업체에게만 이득이란 반론이 나오지만 규제 완화의 관점에서 누군가의 적극적 투자 의지를 자극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게 할 수 있다면 막을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 교수도 "중요한 건 규제 완화로 인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그들이 그만큼의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보유 규모와 콘텐츠 질이 매칭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국내 방송 사업자들이 양질의 콘텐츠 생산 구조를 갖춰왔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 교수 (사진=온라인 공청회 갈무리)

복잡한 사업 의무 대신할 방향성 제시가 중요
이와 연계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복잡한 허가·승인·등록 절차들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유료방송 재허가 시 부과되는 조건은 2017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강 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재허가를 받은 유료방송사에는 약 15~21개의 조건이 부과돼 있다. 강 연구원은 "조건을 통해 의무를 부과하기보다 사전에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과기정통부 장관의 별도 승인을 받도록 하는 형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현재 OTT 플랫폼들은 콘텐츠 제공사업자가 자유로운 콘텐츠 공급이 가능한 반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콘텐츠 공급에는 각종 진입 규제가 따른다.

예컨대 OTT는 시청자에게 노출하는 콘텐츠나 추천 알고리즘에 제한이 없지만 유료방송은 채널 편성에 있어서도 자율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채널별 노출 가능한 콘텐츠나 각종 의무 사항이 따르며 채널 정기 개편도 매년 1회로 제한돼 있다. 홍 교수는 "채널 변경은 10번이든 100번이든 터치할 일이 아니"라며 "소비자 불편이 야기될 수 있지만 이는 소비자와 사업자의 관계이지 규제 기관이 나설 문제는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채널의 커머스 채널 도입 활성화 추진도 제도 개선안에 올랐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일반 홈쇼핑 채널과 달리 지역채널에 커머스 활성화를 추진하게 된다면 이는 판매 수수료 확보의 목적보단 지역채널 진흥에 그 목표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이 직접 출연해 지역 상품을 판매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편으로 홈쇼핑 채널과 차별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지역 채널의 보도 자유를 제한하는 '해설·논평 금지' 조항도 "각종 1인 미디어가 자유롭게 해설과 논평 콘텐츠를 생산하는 지금 시장에선 맞지 않는 규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토의된 내용들은 실제 정부의 제도 개선 논의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개회를 맡은 오용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관은 "이번 유료방송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는 주로 즉시 실행 가능한 단기 대책 위주로 이뤄졌다"며 "통상적 절차 외에도 급하다면 대통령령 등을 기준으로 먼저 (규제 완화 방안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료방송 매출은 2020년 기준 6조7000억원 규모로 매년 커지고 있지만 증가율은 큰 폭으로 감소해 성장 정체 국면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SO 사업자의 경우 2014년 이후 매년 감소세이며 매출 증가분 역시 IPTV가 이끄는 것으로 성장의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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