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네이버)
▲ (사진=네이버)

네이버가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된다. 반복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해온 데다가 80억원대에 달하는 연장·야간수당을 미지급한 사실이 고용노동부 조사를 통해 적발됐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일부 지적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27일 고용부는 지난달 9일부터 이번달 23일까지 네이버 본사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이버 직원 ㄱ씨가 직속상사인 책임리더로부터 △지속적 폭언‧모욕을 겪었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됐으며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려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신체적인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는 것이 고용부 판단이다.

특히 고인을 포함한 동료들이 당시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에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네이버는 사실관계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 관계자는 “네이버는 사망 직원에 대한 괴롭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사실 확인 등 ‘사용자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네이버 법인과 한성숙 대표를 근로기준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네이버 직원 4명 중 1명, ‘직장 내 괴롭힘’ 겪어
네이버 안에서의 괴롭힘은 비일비재했다. 고용부가 임원급을 제외한 직원 4028명 중 1982명(49.2%)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52.7%가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다.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한 비율도 10.5%나 됐다. 이 가운데 동료가 외부인들과 있는 자리에서 상사에게 뺨을 맞았다는 제보도 있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외부기관은 폭행 가해자를 면직시킬 것을 권고했지만, 네이버는 정직 8개월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피해자는 결국 퇴사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겪은 응답자들은 ‘상사나 회사 상담부서에 호소’(6.9%)하기보다는 ‘혼자 참는다’(44.1%)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대응해봤자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59.9%)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회사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고용부도 네이버의 사내 신고채널이 부실하게 운영돼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직속상사의 △모욕적 언행 △과도한 업무부여 △연휴기간 중 업무강요 등 신고를 받고도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외부기관의 추가조사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 조치한다는 명목으로 소관업무와 무관한 임시부서로 배치하고 직무를 부여하지 않는 등 부당하게 처우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과정에서는 네이버가 최근 3년간 전‧현직 직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86억7000여만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 12명에게 시간 외 근로를 지시하고, 산후 1년이 안 된 직원에게 야간·휴일근로를 시킨 사례 등도 적발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네이버에선)기본적인 노동관계법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 (사진=네이버 노조)
▲ (사진=네이버 노조)
네이버 “직장내 괴롭힘 방조·부당대우, 사실과 달라”
네이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특별근로감독 등을 계기로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많았음을 확인하게 됐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체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임직원에게도 사과했다.

그러나 고용부의 일부 지적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네이버는 “경영진이 (5월 사망한 직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추가로 소명할 사항이 있다”고 전했다. “(별개 사건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관련 내용은 향후 조사과정에서 성실하게 추가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설명이나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반면 임금체불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8년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 근무·휴게시간을 개인이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옥 내에 있는 카페나 병원, 은행, 수면실 등 다양한 휴게시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근무·휴게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직원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왔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율적 근로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회사에서 파악하지 못했던 초과 근로 등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수당 지급 등의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특별근로감독 결과는 회사 안에서의 자율적인 생활 등 네이버만의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기준 근무시간인 주 40시간 미만 근무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급여 차감을 진행하지 않고 있고, 연장근로를 신청한 경우에도 해당 수당을 미지급한 경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네이버 노동조합은 검찰 조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의 해임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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