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LGD 파주 공장 전경. (사진=LGD.)
▲ LGD 파주 공장 전경. (사진=LGD.)

“향후 대규모 투자들은 철저하게 사전 검토를 바탕으로 진행하겠다. 역량이 확보됐는지, 수익성은 낼 수 있는지 냉정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어떤 투자든 과거처럼 양산이 안 되고, 시스템 확보가 안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LG디스플레이가 28일 2분기 실적 발표(컨퍼런스콜)에서 내뱉은 고백입니다. 왜 갑자기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 LG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 비용을 지출했습니다. 하지만 수익성은 기대 이하였죠.

고생 끝에 얻어낸 ‘OLED' 호실적
OLED 패널 사업구조 전환은 2018년 본격 시작됐습니다. 이전까지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위주 사업을 이어왔는데요. 2010년대 중반부터 BOE, CSOT, CEC 판다 등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LCD 패널 시장에 진입하자 LG디스플레이의 시장 경쟁력은 자연스레 떨어졌고 OLED 패널로 눈을 돌린 거죠.

2018년 사업보고서에는 고민의 흔적이 적혀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당시 상황을 “중국 다수 업체의 투자 검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LCD 산업 과잉경쟁이 우려된다”고 분석했습니다.

▲ LGD 에비타 및 자본적지출 추이. (자료=LGD 사업보고서 및 한국기업평가.)
▲ LGD 에비타 및 자본적지출 추이. (자료=LGD 사업보고서 및 한국기업평가.)

사업구조 재편은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죠.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2015년 2조6596억원이던 자본적지출(Capex)은 점차 늘어나더니 2017년 7조468억원, 2018년 8조4228억원으로 불어납니다. 자본적지출은 기계, 설비 같은 고정자산의 가치를 증가시키거나 가용연수를 증가시키는데 쓴 비용을 의미합니다.

당시 에비타(EBIDA)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의 투자였습니다. 2017년 에비타는 5조6761억원, 2018년 에비타는 3조6474억원이었습니다. 에비타는 이자, 세금, 유무형자산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수익, 현금창출능력을 뜻합니다.

투자를 위해선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했죠. 2016년 4조8000억원이던 총차입금은 2019년 13조600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차입금은 금융권을 통해 조달했는데요. 당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차입금 내역은 시설자금이 대부분입니다. 시설자금은 생산설비를 구입하거나 관리하는데 필요한 돈이죠.

어렵게 투자를 마쳤지만 OLED 패널 양산이 예상보다 지연됐죠. 결국 지난해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날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당시 상황이 언급됐는데요.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작년(2020년), 재작년(2019년) 어려웠던 시기는 대형 OLED, P-OLED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아 적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생 끝에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부터 OLED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흑자로 전환했죠.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658억원이고요, 2분기 잠정 당기순이익은 4238억원에 달합니다.

▲ LGD 매출 및 손익 추이. (자료=LGD IR북.)
▲ LGD 매출 및 손익 추이. (자료=LGD IR북.)

LG디스플레이는 이날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OLED를 포함한 TV 부문 매출이 늘고 IT 부문의 견조한 실적이 전반적인 손익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핵심인 OLED TV 패널 상반기 출하량은 350만대에 달합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OLED TV 패널 800만대 출하에 이어 내년 1000만대 출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하반기 광저우 OLED 팹은 생산능력이 월 3만장 증가할 예정이다. 정상 가동 시 내년 1000만대, 내후년 1100만대까지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투자 규모 줄이고 ‘긴축 운영’ 돌입
힘들게 사업구조를 재편한 LG디스플레이는 투자 규모를 줄이고 무리한 투자로 악화된 재무 구조 개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지난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도 “에비타 내에서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지난 분기보고서 내용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습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에비타 내에서 투자하겠다는 의미는 에비타를 창출한 만큼 다 투자하겠다는 게 아니다. 감가상각비 내에서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예상하는 올해 감가상각비는 4조5000억원입니다.

그러면서 “전략적 투자를 제외하고는 긴축, 타이트한 운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게 재무 전략 방향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략적 투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투자와 플라스틱 OLED(P-OLED) 투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지난해 3분기부터 차입금이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LGD IR북 및 분기보고서)
▲ 지난해 3분기부터 차입금이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LGD IR북 및 분기보고서)

LG디스플레이는 이날 P-OLED 증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시장에 논의 결과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P-OLED는 LG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는데요. 모바일용 P-OLED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에는 차량용 P-OLED에도 진출했죠.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P-OLED 수주 활동을 하고 있고,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영역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가능한 범위에 대해서 시장과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업이 과오를 인정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무리한 투자를 반성한다며 투자자에게 실수를 털어놨죠. 그러면서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앞으로의 방향성도 제시했습니다. 실수를 딛고 일어선 LG디스플레이가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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